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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광화문 연가: 세련미는 넘치는, 마음은 와닿지 않은 광화문 아닌 곳에서 울리는 광화문의 연가

글쓴이: 피리의 스톡질 | 2012.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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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T: 조성모, 정선아, 최재웅, 이율, 우현, 김장섭, 김영주


 


예전에 다른 포스팅에서 라디오 이야기를 하다가 언급했던 것 같은데, 한창 별밤지기 이문세 아저씨의 열광적인 팬이었더랬다. 이 말인즉슨, 문세 아저씨의 노래도 엄청나게 들었다는 이야기. <광화문 연가>는 일종의 주크박스 뮤지컬이라 할 수 있는데 ... 작곡가 고 이영훈 씨의 곡을 재료로 만든 작품이다. 이영훈 씨와 이문세 씨와의 관계를 모른다면, 그건 이 포스팅이 아닌 다른 곳에서 찾아보시길 강력히 권하는 바 ... 어쨌거나, 이 작품에 나오는 노래를 죄다 좋아할 뿐 아니라, 나에게는 푸릇한 청소년 시절의 감성이 깃들어 있는 추억의 곡들이다. 물론, 20대, 30대의 감성으로 이 노래를 만날 수 있었다면 또 감흥이 다르겠지만 ... 원래 그 순간, 그 나이 때 느낄 수 있는 감흥은 제각기 다른 법.


 


일단, 지난 초연 관람 때와 작품 자체에 대한 감상은 거의 동일하다. 다만, '창작뮤지컬이기에 가능했던 진화'에 대한 이야기를 이번에 할 수 있을 것 같아 그걸 좀더 자세하게 써보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난 이 작품을 이번에 그때보다 훨씬 더 긍정적으로 봤다.


 


예상했던 대로, 이 작품은 그때 흥행에 성공했다. 분명 이런 스타일을 좋아할 관객층이 뚜렷했고, 몇 가지 매력요소도 있었던지라 ... 나는 맘에 안들었지만, 잘 되긴 하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번에 보니, 군더더기가 많이 사라졌고, 그들이 공연을 만들고 있다는 느낌도 훨씬 더 많이 살아서 스토리를 따라가는 건 훨씬 편해졌다. 여주의 태도도 예전보다 더 명확한 듯 보였고 말이지.


하지만 이 작품이 근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한계는 아무리해도 넘을 수 없는 듯 보였다. 그게 더 분명하게 보여 이번 관람은 어떤 면에서는 참 아쉬웠지 뭔가. 결정적으로 이 작품에서 운동권 대학생의 이야기가 어울리지 않는다. 뭔가 과장된 어투와 행동들 ... 그리고 허술한 장면묘사. 그들은 입으로 민주화투쟁을 말하지만, 전혀 진심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니 결국 관객들은 상훈과 여주에게만 몰입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이게 제작진의 본 의도라면 할말이 없는데, 그러기엔 그 때 민주화 투쟁을 위해 목숨바쳐 싸웠던 이들에게 너무 미안한 일 아닌가. 이영훈의 노래를 아끼고 사랑하던 세대들 아니냐. 마치 그들을 요즘 유행하는 '입진보'처럼 묘사하는 건 아니지 ... 싶은데, 결국 이 작품의 2막은 그들을 그런 허망한 세대로 만들어 버리고 만다. 다 들어내고 재편했음 싶은데, 뭐 그건 내 뜻인게고.


 


정선아는 여주 역할을 하기엔, 너무 세련된 느낌이었지만 ... 그녀의 재능을 사랑하다 보니, 난 나쁘지 않았다. 게다가 연기는 더 좋았고. 의외로 조성모가 가늘가늘하니 잘 어울리지 뭔가. 오랜만에 보니 반가운 마음에 콩깍지가 씌여서인가 ... 뭘 해도 예쁘더라. 대사 어색한 거야, 이미 거기서 돌아다니고 있는 아이돌 친구가 다 말아먹고 있는 중이라, 조성모의 틈은 티도 나지 않았다. 지난 번 나왔던 양요섭은 심지어 허규 씨보다 더 호평이었는데, 이번 우현이란 친구는 노래도 안되고 연기도 안되고, 심지어 춤도 잘 모르겠는;;; 이 황망한 상황이라니. 어쨌든 그렇고. 이율도 제 역할을 해줘서 무난하게 봤다. 김무열이 찌질하게 무너지는 것보다는, 이율이 그 경계선 역할엔 되려 어울리는 것 같다는 생각도 해봤다는 ... 여전히 투신자살하는 친구는 이해 불가하고.


김장섭, 김영주 씨에 대한 아쉬운 이야기를 많이 들었었는데 ... 난 나쁘지 않았다. 되려 지난 관람에서는 김태한-구원영이 너무 튀게 잘해서 전체적인 균형에 안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김장섭-김영주의 조합은 진정 '조연'같은 느낌이었달까. 그리고 일단 정말 큰형님, 큰언니 같은 느낌은 분명히 있더라는.


 


노래 감상은 잘 했다. 편곡도 나쁘지 않았고, 노래들도 다들 잘 했으니 말이다. 개인적으로 조성모 음색을 매우 애정하니 그런 면으로 다 상쇄됐다. 발라더라 그런지, 윤도현 씨보다는 더 섬세한 표현이 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다시 보면서 역시 이 작품은 나와는 그리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었다. 심지어 내용을 다 알고 보니, 이번에는 지루하다는 느낌마저 들더라는. 뒷 부분부터는 텐션이 확실히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LG 아트센터로 와서, 무대 활용도나 음향은 확실히 더 좋아진 듯. 원래도 댄디한 느낌의 작품이 제 공연장 만난 것처럼 딱 맞는 느낌이었다. 사석도 없어 보였고.


 


하지만, 광화문이 아닌 곳에서 울려퍼지는 광화문 연가의 공허함은 되려 더 저릿하게 다가오더라. 공연을 보고 집에 돌아와서 ... 이문세가 부르는 이 작품 속 원곡들을 다시 들었다. 그게 나에겐 훨씬 더 감동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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