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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만 조금 느릴 뿐이다

글쓴이: 투현마미님의 블로그 | 2013.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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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분명 예전 우리의 부모님들보다 풍요롭게 살고 있다. 하지만 왜 우리의 부모님들보다 행복하지 못할까? 우리의 부모님들보다 많은 것을 누리고 있지만, 우리의 젊은이들은 늘 힘들다고, 나의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칭얼거린다. 무엇이 우리를 예전보다 나약하고 아프게 만드는 것일까?


 



어느 시대를 살든 젊은이들은 혼란스럽고 두렵다. 앞으로의 인생을 어떻게 만들어갈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생각하지만 이렇다 할 정답을 찾을 수가 없다. 하지만 생각해 본다. 이 세상이 힘들어지고, 이 세상이 견딜 수 없는 것은 실시간으로 검색되고,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잘난 사람들의 잘난 인생과의 비교 아니었을까? 예전 우리의 부모님들 주변에는 잘난 아이가 많지 않았다. 하루 종일 밭으로, 논으로, 강으로, 산으로, 바다로 일을 나가야 했던 어른들은 누가 어떤 공부를 했는지 보다는 하루하루 사는 것이 바빴다.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었다면 감사할 일이지만, 용이 나지 않았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도 없었다. 하루하루 그렇게 살기 바빴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바로 옆 내 친구 뿐 아니라 온 세상 사람들이 경쟁자가 되고 있는 세상이다. 말이 좋아 세계화지 옆 친구를 넘어 세계인을 상대로 그들을 이길 글로벌한 인재가 되라고 말한다.


 



그래서 우리는 하루하루 아무렇지 않았던 일상 앞에서 딱... 숨이 막히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이렇게 평범하게 살다가 그냥 쪼그라드는 것은 아닐까? 이렇게 나이를 먹는 다는 건 그만큼 퇴보하는 것은 아닐까? 누군가는 이런 인생을 산다고 하는데 나는 왜 이렇게 나약하기만 할까? 지금보다 잘난 내가 되고 싶은데 세상은 왜 호락호락 하지 않을까? 끊임없이 자신을 책망하고 부모를 원망한다. 조금이라도 잘난 집에서 태어났다면 나란 사람도 조금은 다른 인생을 살지 않았을까? 하는...


 



하지만 그 어떤 척을 하기엔 이 세상은 너무 빠르게 변해간다. 빠른 세상의 속도에 맞춰 앞도 옆도 뒤도 보지 못한 채 그냥 달리기만 한다. 스스로 생각하지 못하고, 내 주변 사람들이 어떤 속도에 맞춰 뛰고 있는지 그것만 중요한 세상이 되었다. 겉모습만 어른인 채, 정작 어른이 되지 못한 사람들은 아프다고 난리다. 자신의 마음을 알아달라고 고집을 부리기도 하고 생떼를 쓰기도 한다. 그런 사람들이 넘쳐나니 그 누구도 위로가 되지 못하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던 차에 이 책을 만났다. 조금 느려도 괜찮다고, 나와 다른 사람들의 인생 속도에 맞춰 아무 생각 없이 뛰지 말라고 작가는 말한다.


내 인생에서 무엇을 더


가치 있는 투자, 회수율 높은 투자로 생각하는가는


어차피 사람마다 다, 다를 수 있는 거니까 (170)


 


사람마다 가치 있는 인생은 다르다. 어느 것에 초점을 맞출지도 다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는 한 방향만 바라보고 가는 것 같다. 사람들의 개성이나 차이점은 무시한 채, 빠르게 성공하고 빠르게 정상에 오르는 것. 그것만이 인생에서 가장 가치 있는 투자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좋은 말들이 많아서 책은 포스트잇으로 너덜너덜했지만 기분은 좋았다.


 


제가 바꿀 수 없는 것들을 인정할 수 있는 평온을 주옵시고,


제가 바꿀 수 있는 것들을 바꿀 수 있는 용기를 주옵시고,


그 둘을 분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옵소서. (220)


 



상상은 바람을 일으키고


바람은 희망을 꿈꾸게 하고,


희망은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법이니까 (246)


 



많이 배웠다고 해서, 똑똑하다고 해서, 화려한 경력과 말발을 자랑한다고 해서, 멋진 사람이 될 수는 없다. 적어도 나는 그런 사람들이 멋져 보이지 않는다. 그 많은 배움으로, 똑똑함으로 자신의 부끄러움을 합리화도 잘하는 사람들. 자뻑에 취해 부끄러움도 모르는 사람들을 부러워할 뻔했다니. (260 - 김수영 시인의 글)


 



모든 분야에서 완벽한 사람은 없다는 걸 알지만,


적어도 나만은 실수하지 않는다 믿는 실수.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모두 정답이라 믿는 실수 (268)


 



결국 나는 상대에게


더 어려운 걸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안 좋아하는 척해도, 사실은 좋아하는 걸 알아주길.


내가 나쁜 척해도, 사실은 안 나쁜 사람인 걸 알아주길.


내가 독한 척해도, 사실은 안 독한 사람인 걸 알아주길. (278)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나는 가끔 두렵다. 단순한 육체의 늙음 때문이 아니라, 마음이 늙을까봐, 내가 변할까봐. 지금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을 잃게 혹은 잊게 될까봐. 그래서 ‘나는 어른이 되어도 저렇게 되진 않을 거야.’ 했던 누군가의 모습으로 내가 되어 있을까봐. (228)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아서, 마음 한 쪽에 찬바람이 불어서 먹먹했지만 그래도 좋은 글을 만나 좋았다. 좋은 글을 쓰고 마음을 울리는 그런 글을 쓴다는 것..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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