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아벨리의 진면목을 대면하다 - 마키아벨리 _ 스토리매니악
르네상스 시대 하면 으레 위대한 예술가들을 떠올린다. 이름만 대면 바로 떠오르는 그런 천재적인 예술가들이 한 시대를 이끌었고, 지금도 그 시대의 예술 작품들이 생명력을 이어오며 회자되곤 한다. 뛰어난 예술가들이 유독 많았던 시기였기에 르네상스 시대 하면 예술가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또 다른 분야에서 이름을 떨쳤던 인물들도 있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마키아벨리' 아닐까 싶다. 르네상스 말기의 이탈리아 사상가였던 마키아벨리는 르네상스 시대를 빛낸 또 하나의 위대한 인물이다. 그의 이름을 들으면 제일 먼저 '군주론'이 떠오른다. 그러나, 군주론의 저자라는 것 외의 그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것도 사실이다. 그가 정치, 군사, 문학, 역사 등 다방면에 걸쳐 저작을 남겼고, 피렌체 공화국의 외교와 국방 등을 담당한 서기관이었다는 사실을 나도 이 책을 통해 접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 책 '마키아벨리'는 제목 그대로 마키아벨리에 대해 이야기한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군주론의 저자로서의 그가 아닌, 조금은 다른 그의 모습을 보여준다. 수백 년간 강자들에 의해 왜곡된 그의 모습을 들여다보고, 그의 진면목과 사상에 대해, 그리고 그의 생애에 대해서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고 있다.
책을 읽고 난 감상을 한마디로 표현해 보라면, '당황스럽다'라는 단어가 가장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저자가 풀어놓는 마키아벨리의 생애는 내가 알고 있던 것과는 상당히 차이가 있고, 군주론을 집필한 그 이유 또한 기존의 생각을 뒤집는다. 거기에 전혀 몰랐던 마키아벨리의 문학적 활동이나 행동 관료로서의 뛰어난 능력 등에 대한 내용은 내가 그간 마키아벨리라는 인물에 대해 얼마나 무지했는가를 느끼게 해준다.
무엇보다 저자가 해석하는 마키아벨리의 진면목이 충격적이다. 끊임없이 외세에 고통 받았던 피렌체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애국자로서, 강자들 틈바구니에서 고통 받는 약자를 위해 자신의 지혜를 빌려주는 현자로서, 한 국가의 외교와 국방을 책임진 유능한 행정관료로서, 그 시대의 최고 코미디를 쓴 작가의 모습으로서의 마키아벨리를 만날 수 있다.
이 모두는 기존의 마키아벨리에 대한 인상이나 지식들을 무자비하게 흔들어 놓는다. 저자는 그를 '약자들의 수호성자'로 표현하며 그의 이런 진면목들을 다양하게 소개한다. 하나하나 이야기를 읽어나갈 수록 마키아벨리라는 인물에 푹 빠져들게 된다. 이렇게 다양한 재주를 가지고, 이처럼 질곡의 삶을 살면서도, 이토록 뚜렷한 자신만의 업적을 만들어낸 위대한 인물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저자는 이런 이야기를 딱딱하지 않게 또는 너무 무겁지 않게, 충분히 읽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문장으로 소개하고 있다. 수월하게 넘어가는 페이지 속에서 마키아벨리라는 인물을 새로이 보게 되고, 그가 남김 다양한 업적들을 알게 되는 재미가 가득한 책이었다.
학문적으로 저자의 이야기들이 기존의 마키아벨리라는 인물에 대한 해석과 어떤 차이점을 가지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히 마키아벨리라는 인물을 새로이 보게 되었다는 점 만큼은 분명하다. 저자가 이 책을 집필한 목적도 그런 것에 있지 않나 싶다. 너무 한쪽 면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닌, 다른 면도 들여다 보고, 그를 통해 한 인물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면 그것만큼 좋은 것도 없을 것이다.
수백 년도 전의 한 인물이, 지금의 우리 삶에 어떤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하나의 재미가 아닐까 싶다. 그 메시지 안에서 귀한 지혜 하나를 건져 올린다면 그만큼 좋은 건 없을 터이다. 마키아벨리라는 인물의 진면목을 이 책을 통해 꼭 발견해 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