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립합창단의 제116회 정기연주회 칸타타<푸른편지> 공연이 2012.4.5일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에서 개최되었다. 칸타타라고 하면 서양음악의 바흐 칸타타처럼 고전 서양음악을 떠올리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날 공연은 한국 창작곡이며 우리나라의 인물을 바탕으로한 그의 이야기를 노래와 음악으로 펼쳐낸 공연이란데서 독특함과 색다름, 그리고 흥미를 자아내게 하는 공연이었다. 공연을 관람하고난 느낌은 기대이상으로 훌륭하고 너무나 아름다운 공연이었다는 생각과 감상을 해보게 만들어 주기에 더욱 만족스러운 공연이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날 공연장은 좋은 봄날씨에도 불구하고 관람석을 찾아준 관객의 숫자가 너무나 적어서 음악관객의 한사람으로서 너무나 아타까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 공연시작때까지도 1층의 좌석들도 상당수 비어있었지만, 2층의 경우 관객석이 반에도 훨씬 못미치는 상황이었고, 공연장 좌우객석쪽은 텅비어있었다. 다시금 공연과 문화예술 애호에 대한 측면으로 넘어와서 이야기하자면, 일반 시민들의 문화감상 향유력이라든지 문화예술에 대한 애호력이 너무나 빈약하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사실 이날 공연의 수준이라든지, 음악과 공연의 아름다움은 근래 찾아보기 어려울정도로 훌륭했었다. 관객석이 차고 매어지고, 수일간 연장공연을 해야할 정도로 훌륭한 작품이었다. 하지만 공연장을 찾아온 관객수가 적었다는건 시민일반의 문화에 대한 인식이나 이해가 부족하다는 측면으로 보아야 한다. 더 늦기 전에 좀더 중고등학생들에 대한, 그리고 대학교등에서도 공연문화, 음악예술등에 대한 관람기회와 문화경험인프라를 제공하고 구축하여서 관객들이 늘어나고 이정도로 멋진 작품을 보기위해 줄을서고 공연이 연장되고 하는 상황이 발생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실 이날 공연의 아름다움은 한류, K팝이라는 최근 흥행음악에 못잖게 세계어디 내놔도 뒤지지 않는 멋진 상품이라고도 할 수 있을정도로 좋고 훌륭했다. 이날 공연장을 찾은 음악 관객들은 탁월한 선택을 한 것이고 만족감으로 가득해서 집으로 돌아갔을 듯하다. 한국 창작 칸타타라고 공연장을 찾지않은 음악관객들도 공연보지 않은 것을 후회할 만큼 아름답고 매혹적인 공연이었다.
이날 공연은 동요시인 서덕출의 일대기를 간략히 요약정리하면서, 그의 노래를 부르고, 그의 삶을 낭독하는 독특한 형식으로 진행되었고, 공연의 대부분은 그의 시에 붙인 노래를 합창과 독창으로 부르는 것으로 구성되었다. 그의 노랫말과 가사도 아름답지만, 이날 공연의 음악은 더더욱 아름다웠다. 공연은 프롤로그, 봄, 여름, 가을, 겨울, 에필로그 순으로 진행되었다. 공연내내 노래와 합창부분에서는 가사가 자막제공되어 이해에 큰 도움이 되었는데, 안타깝게도 공연 프롤로그, 에필로그, 낭송 부분과 일부 노랫말에서는 가사제공이 되지 않아, 정확한 줄거리 이해가 어려웠던 부분도 있었는데, 이부분도 자막제공이 되었더라면 더욱 완벽하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든다.
곡이 시작되면 레퀴엠 같은 분위기의 음악이 흘러나온다. 아름다운 가사와 노래가 흘러나오는데, 그 분위기와 음악만으로도 이 곡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어린 서덕출이 다리를 다쳐 그 부위에 염증이 생기고 척수로 전이된다. 때문에 다시는 걸을수 없게 되고, 어머니가 아들을 불쌍히 여겨 가갸거겨 글자를 집에서 가르치기 시작한다. 이런식으로 줄거리와 이야기가 소개되어 이어서 노래와 합창이 이어진다.
34살 살동안 그의 동요는 70여편이며 그중 유난히 봄노래가 많다고 한다.
제1부 봄노래 중 <봄편지>가 불려진다. “연못가에 새로 핀 버들 잎을 따서요/우표한장 붙여서 강남으로 보내면/ 작년에 간 제비가 푸른 편지보고요/ 대한봄이 그리워 다시 찾아옵니다//”,
이어서 <버들피리> “버들피리 봄인 듯 소리가 고와/진달래꽃 방실방실 웃고 핍니다/ 버들피리 봄저녁에 불고 있으면/ 별님이 너도 나도 내다 봅니다/ 버들피리 봄인 듯이 소리가 고와/....”가 울려퍼진다. 가사도 시이지만, 노래가 어우러져 너무나도 아름답다. 우리나라도 이런 노래가 있어 행복함을 느끼는 순간이다. 어렵고 난해한 바흐의 칸타타가 아닌 서양곡보다 더욱 쉽고 재밌고 감동적이고 대단하다.
이어서 <새봄> “산 넘고 물 건너 새봄이 온다/ 잠자는 나무에 새벽을 담아/웃음을 웃기며 새 봄이 온다/ 강남의 제비들 꽃 들고 오고 / 강 건너 저 나라 꾀꼬리아씨 / 봄 노래 한 곡조 부르며 온다 //”이 이어지고,
<꽃모종 / 봉선화> “우리 외가에 가서, 봉선화/ 세 포기를 얻었다 / 우리 집 화분에 심고는 저녁에 물을 주고 / 또 그 이튿 날 아침에도 물을 주었다 / 은같이 가닥가닥 봄비가 내린 아침/ 나는 나는 꽃 모를 얻어다 심었내, 꼼모를.....//”이 이어진다. 봉선화를 기르다 그게 죽어가자 그걸 살려낼 생각에서 지어낸 노래다.
이어서
<나비춤> “동무야 동무야 모여 오너라/ 동무야 봄 햇볕잔디로 / 동무야 모여오너라/ 꽃 동산 너머로 날아 다니며/ 동무야 춤추는 나비와 동무야 우리도 같이 동무야 꽃 동산 마루에서 / 나비 춤추세 나비춤추세 나비춤을.....”을 부른다.
제2부 여름노래에서는 서덕출이 한통의 편지를 받는데, 그의 시에 대한 시민들과 독자들의 경탄, 그리고 만년필을 선물로 받는다는 내용등이 들어있다.
노래 <여름> “후끈 후끈 여름날 더워오면은/ 뜸벅뜸벅 두꺼비 눈에서 울며, 매암 매암 메미가 숲에서 울며/ 뻐꾹 뻐꾹 뻐꾹새 산에서 우네/ 후끈후끈 여름날....” 이 불려진다. 이노래는 무척 경쾌하고 신나는 곡이다.
이어서 <뻐꾹새> “올해도 한 여름 깊어가는데/ 먼산에 뻐꾹새 슬피 웁니다. / 새 동무 날마다 찾아와서도 / 엄마새 생각나 슬피웁니다//”,
<비>“비가와요 비가와요/하늘에서 비가와요/아침비는 해님눈물/ 저녁비는 달님눈물”가 계속이어지는데 슬프면서도 찬란한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노래들이다.
이어서
<칠석밤>“일곱일곱 두일곱 칠월칠석밤/ 견우직녀 두별님/ 건너간다오/까막까치 돌다리 은하수위로/ 별이 총총 잠들면 건너 간다오//”,
<봉선화>“옛날에 왕자별을 못잊어서요/새빨간 치마입은 고운색시가/흩어진 봉선화를 고이 모아서/ 올해도 손 끝에 물들입니다.”,
<제비>“제비야 제비야 어여쁜 제비야/너는 지금 어느 곳에 있느냐/우리 집 추녀 아래에 집을 지어 놓고/ 왜 아니 오느냐//”, 가 이어진다.
제3부 가을노래에서는 누군가 서덕출을 찾아와 만남을 가진다.
<길 떠나는 날> 오늘도 구월구일 길 떠나는 날/제비가 강남으로 길 떠나는 날/쓸쓸히 또 외로이 길 떠나는 날//
<노랑 노랑 단풍잎>노랑 노랑 단풍잎 고운 단풍잎/둥실둥실 바람이 떨어져서는/엄마아빠 설움도 잊어버리고 술래잡기 일삼아 놀기만 해요/노랑 노랑 단풍잎 고운 단풍잎/술래잡기 단 하루 못다하여서/갈쿠리에 끌리고 발길에 채여/저녁때라 벌레가 울려 보내요//
<허재비>누런논의 허제비 멍텅구릴세/요리조리 참새가 놀려대어도/말한번도 못하는 멍텅구리새/누렁멍텅구리 허제비/도적떼들 참새가 앞에 앉아도 말한번도 못쓰는 바보 순둥이//
<누나생각>시월에도 둥근 달이/하도 밝아서/시집간 누나 생각/간절합니다/달 노래 잘도 하던 우리누나라/ 저 달이 둥글때면 생각납니다//
<풍당새>풍당새야 풍당새야/많이 많이 울어라 풍당새야/우리밭에 우리논에/돌며돌며 울어라 풍당새야/우리부모 우리형제 먹고 입도록/ 풍년이 돌아오게/많이 많이 울어라 풍당새야//
가 이어지고
제4부 겨울노래로 이어진다
가장 유명한 동요인 <눈꽃송이>이가 이어진다. 송이송이 눈꽃송이 하얀 꽃송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하얀 꽃송이/ 나무에도 들판에도 동구밖에도/골고루 나부끼내 아름다워라//
<눈은눈은>눈은눈은 하늘에 설탕일까요/설탕이면 달 잖고 이만 시릴까/눈은 눈은 하늘의 소금일까요/소금이면 짜잖고 이만 시릴까/ 눈은 눈은 하늘의 떡가룰까요/ 떡가루면 떡장사 걷어안갈까/눈은 눈은 하늘의 분가룰까요/분가루면 색시가 걷어안갈까//
<밤시계>딸깍딸깍 시계가 딸깍 거리네/벽위에 걸려있는 시계가 딸깍/밤이면 우는 애도 잠을 자는대/시계만 잠 안자고 딸깍거리내/
서덕출은 자신의 죽음을 결국 예감하고 척추의 고통을 느낀다.
그리고 에필로그로 이어진다. 이강백의 시가 이어진다. 덕출아 덕출아 서덕출아 영웅도 위인도 아니고, 식민지 변방의 동요시인, 암담한 시절을 살며/ 그가 부른 노래는/ 이른 아침 햇살처럼 밝고 환해서/ 꺼져가는 새희망을 다시 살렸네//
다시금 이날의 공연은 관객의 관람전 기대를 초월하는 엄청난 감동과 환희의 무대였다고 관람평을 말하고 싶다. 외국의 합창명곡뿐아니라 우리나라의 창작가곡이나 이같은 줄거리있는 내용의 노래들을 연곡형식으로 구성해서 부르는 것 만으로도 이처럼 엄청난 감동과 음악절 즐거움과 흥분을 줄수있다는데 합창의 새로운 경지를 발견한 기분이다. 새로운 선율과 리듬의 창작곡이나, 새로운 형식의 실험적인 작품들을 만들고 혁신하는 것도 가능한 일이지만, 우리들의 주변에는 이미 수많은 기성작품이나 노래들이 있다. 이를 창의적으로 잘 조합하고 구성하고 이야기를 얹어 만들어 낸다면 충분히 새롭고 관객들에게도 흥미와 재미, 만족감을 선사하는 작품을 색다른 음악으로 만들어 낼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대중가요에서 ‘나는 가수다’같은 프로그램에서 여러 기존 노래의 편곡처럼 말이다.
또 다시 언급하는 말이지만, 오늘 이공연을 이날 하루 상연후 종료하는 것 자체가 너무 아깝다. 아름다운 보석을 몇만명이와서 구경하고 많은 사람이 흥분과 예술의 감동을 느끼는 것이 좋겠다. 많은 사람들의 예술경도와 취향의 생성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