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출판시기의 한국에서의 번역시기는 기묘하게 맞닿아있다. 이 책이 반향을 끈 2007년은 프랑스의 대선을 앞둔 시점이고 이 책이 한국어로 번역된 올해는 대선 그리고 그에 앞서 총선이 있다. 현재 2012년 4월 10일은 대한민국 제 19대 총선 하루 전날이다.
선거에 대해, 그리고 정치에 대해 우리는 많은 기대를 하지만 그에 비례하여 실망을 많이 한다. 우리의 생각을 대신하여 우리의 이익을 대변해줄 듯한 이들은 결국 더 큰 이들의 이익에 대해 비굴해지고 우리의 의지와 의사와는 반하는 결정을 내려서 무력감과 염증을 일으킨다. 그래서 많은 이들의 투표 기권에 대해 더이상 탓하지 못할 때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수많은 경험을 통해 다시 투표와 민주주의의 가치, 그리고 일상생활을 지배하는 큰 힘을 다시 바꾸어야 한다는 필연성을 깨닫는다. 그래서 4년마다 주기적으로 5년마다 주기적으로 우리는 다시 그들의 힘을 빼앗는다.
이 책에 대해서 나는 읽기도 전에 많이 기대를 했다. 우리의 생활을 정말 근본적으로 변화시킨 1789년 프랑스대혁명이 일어난 바로 그 국가의 철학자가 쓴 책이기 때문이다. 왠지 모르게 민주주의를 우리보다 몇 백년 더 일찍 경험하고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을 그 세대들의 철학 사상의 계보를 이 철학자의 이야기 속에서 듣기를 원했다.
또 하나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유률 내보이는 프랑스 철학책들의 리듬감 있는 서술방식이었는데, 프랑스 대입시험인 바깔로레아에 대한 서적들을 보면서 그들의 의견이 매우 궁금해졌다. 그래서 읽은 이 책의 저자 장 폴 주아리는 결코 실망시키지 않았다.
일상의 어려움, 개인의 무한대에 가까운 노력과 열망에도 불구하고 해결되지 못하는 문제는 가끔은 사회적 구조, 그 숨겨진 권력을 파악하게 되는 동기이자 원인이 된다. 우리는 단순히 'A는 B이다'식의 정의 혹은 단순한 인과관계보다 더 복잡한 일을 파악해야 할 때가 있다. 그 대상이 실체를 드러내지 않을 때, 혹은 복잡하고 예측불가능한 것일 때 말이다. 이 책은 그 대상을 민주주의와 정치로 이야기한다.
14가지의 정치적 명제들과 저자의 서술을 전혀 복잡하거나 어려운 서술로 기존 철학서가 보여주는 괴리감을 드러내지 않는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로크, 홉스 등 철학자의 이야기는 마치 당대의 지식인이 이야기하는 부담스럽지 않게 적재적소에 합당한 맥락에 그 모습을 드러내어서 매력적이다. 14가지의 주제를 이야기하는 것 또한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각 챕터의 마지막 부분은 드라마의 마지막 장면처럼 절묘하게 다음 질문과 생각을 이끌어낸다.
이 책의 효용은 내일 총선보다 이 책이 주목을 받았던 대선시기에 더 유용할 듯 하다. 왜 우리는 정치에 무기력감을 느끼는가? 과연 우리가 맡긴 것이 우리의 의사와 의지 전체인가? 그들이 우리를 대신한다는 것을 어떻게 확인할 것인가? 명쾌한 이성의 사유가 먹히지 않는 사람들간의 공감은 어떻게 이끌어 내어 우리는 정치와 투표로 세상을 변화할 것인가? 최소한 이러한 기본적인 사유들을 통해 일상에 자연스럽게 침투한 권력과 그 의의에 대해 이야기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공감했던 많은 부분 중의 한 부분을 인용한다
... 정치가 고찰과 논의와 인간 행동으로 한 번에 모든 것을 새롭게 바꿀 수는 없지만,
정치의 전제는 여러가지 상황의 흐름을 내가 원하는대로 이끌고 바꿀 수 있다는 데
근원하기 때문이다... (p.89)
일상을 이끌었던 많은 부분에서의 불편함을 한 번에 바꿀 수는 없어도 우리의 투표는 우리의 방향을 다시 잡고 원하는 방향으로 이끈다는 것을 꼭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우리는 사고함으로써 이 중요성을 깨닫고 '투표'로써 세상을 변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