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닥터지바고> : 너무나도 사랑했던 남과여, 그 두 사람을 너무나도 사랑했던 남편과 아내의 이야기 (홍광호/전미도/강필석)
지난주 토요일 저녁, 저는 친구와 함께 처음으로 뮤지컬을 보고 왔습니다. CJ E&M이 제작 지원하고 있는 뮤지컬 <닥터지바고>를 말입니다. 사실, 처음에 이 뮤지컬을 보고 싶다고 말했을 때에는 '조승우'가 연기하는 지바고를 만나보고 직접 두 눈으로 노래하고 연기하는 조승우를 만나 보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하지만, 2012년 4월 7일 7시 30분 <닥터지바고> 공연에 지바고 역할은 '조승우'가 아닌 '홍광호'가 맡았고, 저는 그렇게 지바고를 연기하는 조승우를 만나지 못했고 대신 새로운 뮤지컬 배우 "홍광호"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남는게 참- 많았던 뮤지컬 <닥터지바고> 관람기 !!!
뮤지컬 <닥터지바고>를 보러가기 전까지, 사전 준비를 나름 열심히 했습니다. 처음보는 대형뮤지컬이고, 또 그 내용과 분량이 어마어마하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사전 지식을 쌓고 가는 것이 뮤지컬을 이해하는데 더 많은 도움이 될 거라는 많은 이들의 증언에 따라서. 그래서 서점에 들려 '닥터지바고' 책을 샀습니다. 상/하권으로 구성된 아주아주 두꺼운 소설책. 그렇습니다. 뮤지컬 <닥터지바고>는 러시아 작가 '파스테르나크'의 유일한 장편소설인 "닥터지바고"를 원작으로 만들어진 공연입니다.
소설, 닥터지바고 속 주인공인 의사 유리 지바고는 러시아혁명이 정치적/사회적인 선택을 용납하지 않는 절박한 시대 상황 속에서도 개인적인 자유의 세계로 성실하게 살아가려는 지식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소설 "닥터지바고"는 자연과의 교감, 영원한 러시아를 상징하는 여성 라라에 대한 그의 사랑, 시대의 편승자와 낙오자로 구분되는 수많은 작중인물의 운명을 통해 혁명과 사회주의의 현실에 대한 심각한 환멸, 종교적인 새로운 통일적 원리에 대한 동경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참고 : 네이버 백과사전)
소설 <닥터지바고>는 한차례 영화화 되기도 하였고, 이번에는 뮤지컬로 관객들 앞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사실... 소설을 직접 읽어보아도 이러한 소설에 대한 설명글을 보아도 딱히 '이게 이런 내용이구나' 와 닿지는 않았습니다. 어렵기만 한 소설. 러시아 소설이 낯설기도 낯설었기에 그러할 수도 있겠지만 (*인물들의 이름이 10글자 이상이고, 다양한 인물들이 나오며 글쓴이의 시각이 여기서 저기로 자유자재로 옮겨가지깐 내가 읽고 있는게 어느 부분이고 어떤 내용인지 순간 혼란스러운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제가 그 시대를 살아본 적이 없기에 조금은 더 심하게 낯선 기분에 사로잡힌 것 같다는 판단.
그런데 뮤지컬 <닥터지바고>를 보고 나니 조금은 전반적인 스토리라인에 대해서 이해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소설 속 내용을 뮤지컬로 다 담은 것은 아니기에. 지바고의 생각과 라라의 생각, 인물들의 사물을 바라보고 세상을 바라보고, 시대를 바라보는 생각을 다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라라와 지바고의 관계와 마음. 그리고 주변인물들의 마음에 대해서는 책을 통해서 만나본 것보다 더욱더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사실 책으로 읽을 때에는 '라라와 지바고의 사랑', 이 부분에 대해서 '뭐냐.... 언제 둘이 사랑을 꽃피우는거야?' 라고 생각할 정도로 미적찌근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그러나, 뮤지컬을 통해서 만나게 된 라라와 지바고의 사랑은 너무 갑작스러워서 낯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게 마지막 부분으로 갈 수록 지바고의 마음과 라라의 마음. 그리고 파샤의 마음을 이해하는데 꽤 많은 부분 도움을 준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캬아- 좋다.
공연을 볼 때마다, 공연 속 이야기에 빠져들기도 하고 또 '배우'들을 알아가는 시간이 되기도 합니다. 공연을 알아가는 배우들의 모습은 또 다른 공연을 결정하는데 많은 영향을 미치곤 합니다. 저 역시 그러한 배우 사랑으로 많은 공연을 보고 있는데 (*... 자금이 부족해서 슬픈 1인 T^T) 이번 뮤지컬 <닥터지바고>를 통해서 또 한명 한명의 많은 배우들을 알아 갈 수 있었습니다.
지바고를 연기한 배우 <홍광호>에 대해서, 홍광호의 연기는 사실 조금 답답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소설 속 지바고에 대한 저의 인상이 딱 그와 같았으니깐요. 지바고는 머릿속으로만 장황한 이상을 가지고 있고,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이상으로 머릿속으로 모든 판단을 내리는 (*제가 잘못 판단한 것일수도 있지만) 그런 인물이었습니다. 적어도 저에게는 말입니다. 그런 그의 모습. 그리고 사랑하는 연인과 자신과 함께 힘든 시절을 버텨준 아내 사이에서의 갈등을 표현하는 모습. 강한 지바고보다는 조금은 답답한 느낌의 지바고가 오히려 맞는 것 같다는 생각. "어찌 반쪽 가슴으로 아내를 대한단 말이오" 이런 대사를 할 때에는 또 다른 지바로를 만날 수 있게 만들어주는 배우 <홍광호>의 연기. 물론 그의 연기의 정점은 '노래할 때'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노래로 감정을 표현할 때, 관객들에게 그의 목소리로 지바고의 마음을 들려주는 능력. 정말 박수가 절로나는. 노래실력. 아쉬운 것이 있다면 나이가 들어가는 지바고와 함께 그의 얼굴을 덮는 분장 !!! 흑흑흑흑. 너무 얼굴을 크게 만들어 버리는 그 분장이 극에 집중하는데 방해요소로 작용하더군요. 그래서 커튼콜 때 샤방한 모습으로 나오는 홍광호를 보고 깜짝 놀랐다는. 이렇게 젊고 샤방한 배우를 그렇게... 큰바위 얼굴로 만들어 버렸다니 !! 하고 말입니다.
뮤지컬 <닥터지바고>에 대한 개인적인 끄적임 03. 아내와 연인, 남편과 연인, 너무나도 사랑했던 사람들
불륜. 한마디로 닥터 지바고를 정리하자면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불륜을 너무나도 아름다운 절절한 감정의 사랑으로 표현한 뮤지컬. 하지만 그것만으로 이 뮤지컬을 다 정의 내릴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저는 보는 내내 '내 상식으로는 분명 이해 되지 않는 <불륜>이지만, 이들에게는 그것이 단순한 분륜이 아닌 자신의 심장을 뛰게 만드는 사랑이었을지도. 그래서 그 사랑하는 이의 심장을 뛸 수 있게 해주기 위해서 자신의 사랑을 접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말그대로 "너무나도 사랑했던 사람들" 이었으니깐요. 라라와 지바고가 진작에 만났더라면. 이런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그랬더라면 두 사람의 사랑은 모두가 인정할 수 있을 만큼 깨끗하고 순수한 사랑이 되었을지도 모르니깐요.
그랬더라면 파샤와 토냐의 사랑이 그토록 가슴 아플 일은 없었을테지요. 지고지순했던 아내의 사랑을 보여준 <토냐>. 어릴 적부터 유리의 친구로 동료로 또 아내로 살아온 그녀가 결국에는 유리의 마음에 자리잡은 다른 여자의 존재를 알고 그녀를 찾아가 그녀의 소식을 물어야 할 때의 그 심정. 머리 끄댕이를 잡아끌고 온갖 욕을 해도 모자랄 판에. 그녀는 담담하게 아무렇지도 않은것처럼 보일 수 있게 눈물을 흘려보이기도 하지만. 라라가 그의 가슴을 뛰게 만들 수 있는 그토록 유리가 찾아헤매던 여인이라는 것을 느끼고 이내 돌아설 수 밖에 없었던 토냐의 마음. 아내이면서 유리를 너무나도 사랑했던 여자의 그 마음이 저를 아프게 만들었습니다. <토냐>만 그러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타샤> 또한 라라를 향한 마음이 '토냐'와 같았습니다. 라라를 타락하게 만든 부르주아에 대한 반항심으로 적색군자가 되어 혁명을 일으키고, 9개의 목숨을 가지고 있으니 걱정말라는 말 한마디를 남긴채 죽음의 문턱에서 겨우겨우 살아남아 적색군의 수장이 되기까지. 그렇게 살아남아 부르주아를 처단하는 일을 멈추지 않았던 타샤의 모습. 자신은 이미 '죽은지 오래' 라고 말하지만 언젠가는 다시 라라의 곁으로 돌아갈 날만을 기다리고 있던 한남자, 타샤. 너무나도 순수했기에 결국엔 사형을 선고 받았던. 너무나도 순수한 사랑을 가슴에 품고 있었던 타샤의 모습.
어쩌면 지바고와 라라의 사랑이 '불륜'으로 밖에 기억되지 못하는 이유 역시 토냐와 타샤의 사랑이 너무나도 지고지순하고 순수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니 반대로, 라라와 지바고의 사랑을 그들만의 사랑으로 남겨두지 못하는 이유가 그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라라와 지바고의 사랑을 이해하고 싶지는 않은데. 뮤지컬 <닥터지바고>에서는 이들의 사랑을 운명적으로 그리고 진실되고 열정적으로 그려냅니다. 하지만 저는 그저 '라라'는 마성의 여인이었고, 모든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절세미녀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습니다. (*우읭.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ㅋㅋ)
+) 개인적으로 뮤지컬 <닥터지바고> 관람과 관련된 TIP (?)을 알려드리자면, 지바고 공연이 펼쳐지는 '샤롯데씨어터'는 잠실역 3번 출구로 나오면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좌석이 무대는 아래서 위로 높아지는 형태이고 좌석은 아래서 위로 높아 지는 형태이기 때문에 맨 앞줄보다는 7열에서 부터 10열 사이에 앉아서 보는것이 더 극에 집중이 잘 될 것 같습니다. 배우들의 시선이 아래보다는 위를 향하는 경우가 더 많기에. 1막 공연은 거의 1시간 30분 정도 진행되고 10분간 휴식을 갖고 2막 공연은 1시간 정도. 그래서 7시 30분에 시작한 공연은 10시 30분에 끝나서 막차를 놓치지 않고 탈 수 있었습니다 :D 참고하면 좋을것 같습니다 !!
+) 그리고 초반에 타샤를 연기한 배우 <강필석>님의 능청스런 연기도 놓치지 마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