떳떳한 이유와 명분을 가지고 사람이 사람을 죽인다는 것은 어디까지 정당화될 수 있는가? 이 주제는 아주 오랜 예전부터 많은 철학자와 소설가가 흥미를 가지고 탐닉해온 것이므로 그 소재도 다양하다. 고전이라 할 수 있는 죄와벌의 흥미로운 변주가 바로 13계단이다.
이 소설은 하나의 미스테리에서 출발한다. 잔혹한 살인의 벌로 사형선고를 받은 죄인은 사고 당시의 기억이 없다. 이제 곧 집행될 사형을 앞두고 그 사건이 과연 진짜 저질러 진것인지 의문의 독지가가 수사를 의뢰하고 그 수사를 받아 들인것은 퇴직을 앞둔 교도관과 막 가석방된 전과자.
이 묘한 커플은 사건을 다시 조사해가며 자신들의 과거, 사형제도가 부여한 모순들과 맞닥뜨리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우리는 몇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된다. 사형제도는 과연 도덕적인 모순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살인 사건의 피해자 가족 입장에서 사형제도가 없다면 개인적인 사형(私刑)의 집행을 비난할 수 있을 것인가? 살인을 저지른 당사자에게 개전의 정이나 죄책감이 없다면 그 사람을 사형에 처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 것인가?..등등.
추리소설의 외피를 입고 있지만 이 흥미로운 소설은 그 안에서 인간이 만든 하나의 제도를 놓고 여러가지 질문과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면서 결말이 다가올때까지 주인공들이 가진 비밀과 내면을 하나 하나 내놓으며 그 재미를 고양시켜 나간다. 결코 데뷔작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원숙미는 다카노 가즈야키의 제노사이드가 우연의 산물이 아님을 웅변한다.
평점 : 90점
구매추천 : 88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