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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설] 이야기꾼의 귀환 '나의 삼촌 브루스 리' 1

글쓴이: 책, 읽고 있나요? | 2012.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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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천명관을 접한 건 <고래>였다. 주변 사람들의 찬사어린 추천으로 읽기 시작한 <고래>는 소설이라기보다는 허름한 행색의 아저씨가 주절주절 이야기를 늘어놓는 듯한, 이야기꾼에게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었다. 이야기꾼 아저씨에게 국밥도 한 그릇 먹이고, 술도 한 잔 사주며 끊임 없이 이야기를 토해내게 하고 싶었다. 그랬다. <고래>는 재미있었다.


  그래서 그 다음에 <유쾌한 하녀 마리사>를 읽고 아쉬웠을 때에도 '아, 이야기꾼 아저씨가 피곤해 긴 이야기는 못 들려주는 구나'했다. <고령화 가족>에서는 '응? 이 아저씨 어디 다녀오셨길래 이렇게 지치신거야?' 했다. 오랜만에 다시 나타난 이야기꾼 아저씨는 영화배우 이소룡을 닮은 한 사내의 이야기를 꺼냈다. 그리고 다시 나로 하여금 이야기꾼 아저씨에게 뭔가 대접할 것이 없나 찾게 만들었다.


  천명관의 이야기는 뭔가 글로 쓰여진 것이 아니라 입으로 전해진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입에서 전해져 운율이 붙었을 것 같은 말장난에 뭔가 과장되고 저 좋을 대로 이런저런 해석이 붙었을 것 같은 이야기들, 이렇게 저렇게 사건이 일어난 다음 붙었음직한 사족들. 그런데 이게 나는 참 재미있다.


 


  순간,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 인형을 관람하듯 평화롭고 우아했던 그간의 분위기가 삽시간에 깨지며, 씹새끼들, 다 죽여! 하는 소리를 신호로 일제히 각목을 휘두르고 욕설이 난무하는 패싸움이 벌어졌다. 피아를 구분하기 어려운 짙은 안개 속에서 비명소리와 고함소리, 무언가 맞아 부러지는 소리가 나이트클럽 뒷골목에 가득 찼다. 이에 밤마다 뒷골목에서 패싸움이 벌어져 하루라도 싸우는 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잠을 이루지 못하던 인근 주민들은이상하게 오늘은 왜 이렇게 조용하지, 이 새끼들이 오늘은 어디서 단체로 회식을 하나, 하며 이리 뒤척 저리 뒤척, 잠 못 이루다 비명소리를 듣고 나서야 그럼 그렇지, 하고 안심하며 뒤늦게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401P


 


  이런 이야기의 재미에 빠져들어 책을 쉽사리 손에서 떼지 못했다. 이소룡을 동경해 그와 같은 삶을 살고 싶어지만 자꾸만 꼬여가는 사내의 이야기가 그의 조카 녀석 못지 않게 나도 궁금했다. 서자로 태어나 눈치밥을 먹고 자라면서도 이소룡의 영화를 보며 꿈을 키운 사내는 어린 나이에 한 여자를 임신시키고, 동네 건달들의 패 싸움과 죽음의 위기에서 도망쳐 서울로 상경하고, 눈 뜨면 코 베어간다는 서울에서 아니나 다를까 사기를 당하고, 꿈을 쫓아 홍콩으로 밀항을 하려 하지만 실패하고, 길을 걷다 갑자기 삼청교육대에 끌려가서 죽을 고비를 넘기고 돌아와 건달이 되는 등 어찌나 파란만장한지, 내가 잠시 눈을 떼면 또 어디론가 사건이 휙휙 진행될 것 같아 아주 열심히 이야기를 들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다.


  1권을 읽기 시작하면서 바쁘게 2권을 주문했는데, 그것은 아주 잘한 일이었다. 연이어 읽을 2권이 내 손에 없었다면 분명 나는 슬펐을 것이다.


 





 


 


 


 


 


 


 


 


 


 


 


 


 


 


어이쿠, 제가 더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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