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셰링턴이라는 신경학자는 뇌세포에 대해 다음과 같은 시적인 말로 표현을 해서 잔잔한 감동과 함께 뇌신경을 친근하게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인간의 두뇌는 수백만 개의 번쩍이는 베틀 북이 이 모양 저 모양으로 패턴을 바꾸어가며 매번 의미 있는 무늬를 짜내는 마법의 베틀이다. 비록 변하지 않는 무늬는 아니지만 다른 무늬와 변화무쌍한 조화를 이룬다. 그것은 마치 은하수가 우주 무도회에서 춤을 추기 시작하는 것 같다.”
마인드맵의 기본은 ‘방사사고’입니다. ‘방사사고’란 중심체로부터 사방으로 뻗어나가거나 중심체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를 ‘연상 결합적 사고과정’이라고도 표현합니다. 이 두뇌 사고 기능은 인간의 타고난 고유 기능이며 이 ‘방사사고’를 구현하는 외적 표현이 바로 「마인드맵」입니다.
국내에 마인드맵이 처음 소개된 것은 1990년대 후반입니다. 역시 이 책의 저자 토니 부잔이 펴낸 책입니다. 10여년 만에 증보판으로 편집된 이 책은 형제인 배리 부잔이 공저자로 되어있네요. 초판본에 비해 훨씬 더 많은 마인드맵 증례와 도움 사진이 실려 있습니다.
일차 저자인 토니 부잔이 대학 2학년 때 도서관에 가서 ‘두뇌와 그 사용법’에 관한 책이 어디 있느냐고 물은 것이 마인드맵이 태어난 계기입니다. 요즘 00사용법이란 책 제목이 자주 눈에 띄긴 합니다. 책 사용법, 남자 사용법 등등. 토니 부잔은 좀 엉뚱한 면이 있지요. 좀 엉뚱한 친구들이 가끔 멋진 사고(?)를 치기도 합니다만.. 도서관 사서는 잠시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그를 도서관의 의학서 코너로 안내했습니다. 그는 사서에게 ‘나는 뇌수술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뇌를 사용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더니 그 사서는 친절하게도 그런 책이 없다고 알려주었고, 그는 허탈한 상태로 도서관을 빠져나왔다고 합니다.
지능과 사고기술을 사용하는 방법에 갈증을 느낀 그는 학습방법, 사고의 본질, 기억력, 창의적사고, 빠르고 효과적인 독서기법, 일반적인 사고기법, 새로운 사고기법 개발 등에 대한 질문을 품고 모든 지식분야를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심리학, 두뇌신경생리학, 의미론, 신경언어학, 정보이론, 기억력과 기억술, 지각, 창의적사고 그리고 일반과학 등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물이 「마인드맵」입니다.
「마인드맵」에 별 감흥을 못 느끼거나 관심이 기울여지지 않는 사람일지라도 저자가 질적으로 향상된 두뇌사용을 위해 위와 같은 고민을 하고 해결해보고자 노력했다는 점에 대해선 박수를 아끼지 않아도 좋을 듯싶습니다. 동그라미 다섯 개, 별 다섯 개 감입니다.
보통 우리의 사고를 수직적사고 또는 수평적사고로 나눕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마인드맵」은 ‘3D적 사고’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책은 독자가 ‘마인드맵’을 혼자서도 잘 할 수 있도록 친절히 안내해주고 있네요. 저는 90년대 후반에 국내에 소개된 마인드맵을 잠시 맛본 후 실행단계에선 별로 적극적이진 못했습니다. 이번 기회에 제대로 활용해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통상 우리가 활용하는 전형적인 직선식 노트작성은 비효율적이라고 단정합니다.
그 이유는 기존의 노트필기가 1)키워드를 가리우고 2)기억하기 어렵게 만들고 3)시간낭비이고 4)두뇌에 창조적인 자극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그가 주장하는 효율적인 노트 작성법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여러 사례와 사진, 그림, 마인드맵을 통해 소개해주고 있습니다. 제 경험으론 줄이 쳐진 노트에 깔끔 정리를 해 놓은 경우보다 줄이 없는 백지에 낙서처럼 정리해 놓은 것이 기억으로 더 잘 살아나는 때도 있습니다. 「마인드맵」을 쉽게 이해하실 수 있는 예입니다.
시험공부는 열심히 했는데 막상 시험지를 받아드니까 아리 송송, 머릿속이 아득해지는 경험을 하지 않은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저자는 마인드맵은 강력한 브레인스토밍과 연상결합기술을 사용하여 잠자고 있는 두뇌의 엄청난 정신적 에너지를 어떻게 깨울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고 주장합니다.
요즘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경영’, ‘자기계발서’가 출간되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책을 읽은 후 그 책에서 권유하는 방법을 ‘일단은 해본다!’고 합니다. 일단 한 번 해보면 감이 잡히고 답이 나오지 않을까요? 그런데, 왜 마인드맵이라고 이름 붙였나? 오히려 ‘브레인 맵’이 더 어울릴 듯합니다.
여담이지만, 저자의 집안 가계도를 보면 그들의 조상이 한국인이라고 합니다. 저자의 성인 부잔(buzan)은 부산에서 따온 것으로 알고 있답니다.
토니 부잔이 안내해주는 대로 따라가다 보면 머리 안에서 별들의 파티가 벌어 질 것 같습니다.
그나마 머릿속에 입력해 놓은 것이 더 뒤죽박죽해지지만 않는다면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