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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 대하여

글쓴이: 목짧은기린씨 | 2012.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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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 대하여 / 요시모토 바나나 / 민음사 2012.02.01


 


아마도 '그녀에 대하여'를 읽어내느냐고 나는 다른 책은 한 권도 읽어내지 못했다는 생각이 다 읽고 나니 든다.


언제나 삶과 죽음의 경계선 사이에 몽환적인 느낌의 소설을 쓰는 요시모토 바나나라는 생각이 든다. 몽환적인 느낌이라기라고 말하기엔 내가 받는 메시지가 너무 강하지만, 꿈꾸는 듯한 느낌은 버릴 수 없다.


 


 


유미코를 중심으로 쓰여져 있다.


결말에 대단한 반전이 있다. 오와-라는 탄성이 나왔으니.


마녀 학교에 다닌 엄마와 이모가 있고, 할머니는 특수단체 교조였다. 자라난 환경이 특수하기 때문에 유미코도 정상은 아니었을거라는 생각이 들지만, 나중에 등장하는 이모의 아들 쇼이치는 유미코와 다른 성향을 가지게 된다.


 


유미코 엄마의 마법으로 사업도 크게 하고 돈도 많이 벌게 된다. 그렇지만 강령회를 하는 도중 악령이 씌었다면서 유미코의 아빠를 칼로 찔러 죽이고 엄마도 손목을 그어 죽는다. 삼촌 부부와 가정부는 도망을 친다. 그 뒤의 유미코의 기억은 모호하다. 집에서 어떻게 나왔는지, 이탈리아(?)에 있던 연인에게는 어떻게 간건지.


 


 


(책 읽을 사람은 여기서부터 보지 마시길. 스포!!)


 


사실 유미코는 2층으로 올라온 엄마에게 찔려서 죽었던 것이다. 갑작스럽게 죽은 유미코의 영혼을 이모가 죽으면서 마법을 써 사촌 쇼이치의 꿈속에서 일명 '치유여행'을 할 수 있도록 해준 것이다.


 


 


앞의 내용도 조금 이상하다 싶었는데, 그래도 이것이 죽음 뒤의 일이었다니 조금 이해는 갔다. 죽음 뒤의 치유라-


언제나 삶과 죽음 사이의 치유였다면 이번 소설은 죽은 영혼을 치유해주는 소설이었다. 단숨에 읽어버리지 않으면 요시모토 바나나 소설은 항상 무겁고, 지쳐버린다.


 


죽음 뒤에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사후 세계가 있다면 나 또한 죽은 이를 위해 어떠한 위로를 해줄 수 있을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p.10


버티는 인생만 살다 보면 자신이 뭐가 하고 싶어 이곳에 있는지 점점 알 수 없어진다. 아무튼 살아보자고, 그것만으로도 족하다 생각하며 지금까지 살아왔는데, 때로 이렇게 사는 것은 느린 자살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느낌이 들곤 한다.


 


p.119


누가 죽었든, 무슨 일이 있었든, 지금이 아니네. 이제 개의치 않아도 되는 거네. 소중하게 품고 있어 봐야 소용 없네.


 


p.148


"바로 이 세상은 살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힘이에요.


누군가의 품에 꼭 안겨 본 경험, 귀염받고 자란 기억, 비 오고 바람 불고 맑게 갠, 그런 날들에 있었던 갖가지 좋은 추억, 부모가 맛있는 음식을 차려 주었던 일, 생각난 것을 얘기하고 받았던 칭찬, 의심이 여지없이 누군가의 자식이었던 것, 따뜻한 이불 속에서 푸근하게 잤던 잠, 자신이 있어도 좋다고 진심으로 생각하면서 이 세상에 존재했던 일. 그런 것들을 조금이라도 갖고 있으면 새로운 사건과 부딪칠 때마다 그것들이 되살아나고, 또 그 위에 좋은 것들이 더해지고 쌓이고 하니까 곤경에 처해도 살아 갈 수 있어요.


토대니까, 어디까지나 그 위에서 무언가를 키워가기 위해 있는 거니까."


p. 159


그럼에도 세계의 색깔이 갑자기 선명해져서 나는 놀랐다. 움직이는 종업원까지 아름다워 보였고, 눈앞에 있는 식물의 색도 갑자기 짙게 빛나 보였다. 큼지막한 창문으로 비치는 햇살마저 갑자기 성스럽게 느껴졌다. 누군가가 필요로 한다는 것...... 이렇게나 진부한 표현이 이렇게나 사람에게 영향을 주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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