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 유독 특이한 친구가 한 명 있었다.
공대에서 화학공학과를 전공으로 하고 있는 친구였는데 어느날 그 친구 자취방에 가니 이상한 제목의 책들이 꽂혀 있었다.
[4차원 수학 풀이], [30일 만에 끝내는 영어 회화], [속독, 남들보다 빠르게] 등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제목의 책들 뿐이었다.
같이 간 친구와 함께 너는 고삐리냐 장사할거냐 수능 다시 칠려고 그러느냐 온갖 타박을 했다.
그 특이한 친구는 특별히 뭘 할려고 그런 책을 산 것은 아니었다. 순전히 제목에 이끌려 샀단다. 푸하하하~! 책이야 많이 보면 좋은 거니까 라고 이해했지만 결국 그 친구는 그 책들을 읽지도 않았다.
지금은 건실한 중소기업에서 연구원입네 하며 잘 살고 있다.ㅋㅋㅋ
비법은 없다. 노력만 있을 뿐이다.
물론, 이 책처럼 학생보다 훨씬 경험과 내공을 쌓은 분들의 선례와 지도를 받으면 아무런 도움을 받지 않은 학생들보다는 더 유리한 위치일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보고 '어~! 뭐 그래 다 맞는 말이지 뭐~! 그래서 어쩌라고~' 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책의 중간중간 삽입된 여러가지 예시들을 직접 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 책을 읽은 아무런 효과가 없다.
15년 간 3500여 학생을 만나 그들의 공부 방법을 변화시키고 학생들이 자신만의 체계적 공부 비법을 만들도록 도와준 저자 최귀길씨의 노력만큼은 아니더라도 이 책을 보고 조금이라도 '어~! 이거 도움이 되겠는데? 한번 해볼까?' 생각이 든다면 당장 해봐야 한다.
적어도 내가 중.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는 이런 책이 없었다. 그냥 학교에서 선생님이 집에서 부모님이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었지 이런 [비법]들을 소개해주는 친절함은 없었다.
그런면에서 이런 책을 읽는 학생들은 적어도 나보다는 유리한 위치를 선점한 것일테다.
머리말에서 저자가 말했듯이 이 책이 단순히 학생들의 점수를 조금 더 올리고 학업 성적에 더 목매게 하려는 의도는 없다.
반에서 1등을 하는 학생이든 40등을 하는 학생이든 [자신만의 공부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에 주목한다. 전교 1,2등을 하는 친구가 어머니와 상담을 하러 왔는데 교육계통 일을 하시는 엄마의 체계적이고 꼼꼼한 교육계획에 맞춰 공부하는 아이의 스트레스가 엄청났다는 것이다. 흔히 그 정도로 공부를 잘 하는 아이들은 학업스트레스가 낮은 편인데 이 아이는 [자신의 공부]가 아니라 [엄마가 짜준 공부]를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만의 공부 방법]을 찾아서 그것을 내것으로 완전히 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적으로 공감한다. 단순히 대학수학능력시험 하나를 치기 위해 하는 공부가 아니라 누구나 [자신만의 공부 방법]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같은 신문을 보고 같은 TV뉴스를 보더라도 [나만의 공부 방법]으로 [나만의 정보]를 재생산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사회를 바라보고 수많은 정보와 자극을 내것으로 처리하는 기술이 바로 [나만의 공부 방법]일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력해야 한다.
책에 나와 있는 여러가지 적용거리 들 중 [학습 유형별 특징]이 가장 재미있었다.
성격유형 검사와 비슷한 종류인 듯 한데 이 책의 주 대상인 학생들도 이해하기 쉽도록 풀이해 주고 있었다.
이 책의 유형분석에 따르면 나는 '별형'이었다.
추가 설명을 보니 거의 맞아떨어졌다.
각 유형에 따라 공부하는 포인트를 다르게 잡고 유형별로 강점과 약점을 이해하기 쉽게 정리했다.
책에서 분류한 4가지 유형에 거의 다 포함되기 때문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 거 같다.
실제로 아이들을 만나 이야기해보면 가장 고민은 '내가 뭘 하고 싶은 지 모르겠어요'다.
하물며 부모조차도 아이가 정말 뭘 하고 싶은지, 어떤 것에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가 어떤 유형의 학생인지 명확히 안다면 내가 뭘 잘하고, 뭘 못하는지 알 수 있게 된다. 이것이 [나만의 공부 방법]을 만드는 출발점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책에서 제시하는 방법대로 내 것으로 적용해 보지 않으면 아무짝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책이다.
선택은 책을 보는 자신이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