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24+1명이 말하는 가치..

글쓴이: (初步)_내가 나를 만나는 곳 | 2012.03.30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내가 김제동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들은 단편적인 사실에 불과하다. tv를 좋아하지 않다 보니, 그를 만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하긴 요즘에는 김제동도 tv에 나오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렇지만 언젠가 그가 풀어내는 말들을 들으면서 대단하다는 생각을 한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가 소통에 능하다는 말을 듣고서, 왜 그런지 알 것도 같다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있다.


 


이 책에서 그가 만난 사람들, 25명은 사실 누구나 한번쯤 만나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다. 굳이 사람마다 무늬와 색깔이 다르고, 깊이와 넓이가 다르지만, 이 땅에서 함께 숨쉬고 살고 있다는 것 만으로도 사람들을 만나는 게 즐겁고 행복하다는 그의 말을 빌지 않더라도, 정치, 경제, 사회, 문화계에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 세상사는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은 맘 떨리는 일 임에 분명하다.


 


김제동이 만난 사람들 중엔, 그의 자전적인 글로, 혹은 그의 작품으로 만난 사람들이 꽤 된다. 그렇지만 저자와 함께 사람 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그들의 글을 읽으면서 가슴 따뜻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우리 사회를 한번 돌아보게 만들기도 한다.


 


특히 역사가 되풀이 되는 것은 두려워할 필요가 없지만, 비극과 절망이 되풀이 되는 것은 권력에 의한 되풀이이기 때문에 참으면 안 된다고 말하는 이외수의 말은 묘한 울림을 준다. 더군다나 이것은 정치성향의 문제가 아니라고 하는 그의 말에서, 정의를 선택했을 때, 내 삶이 설령 불편해진다 할지라도 그것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 인간이 짐승과 다른 점이라고 말하는 그의 말은,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이 한번쯤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37년째 제주에서 해녀 일을 하고 있다는 고미자씨와의 인터뷰는 백마디 설명이나, 어떠한 이념보다도 더 맘에 다가온다. ‘물질하나로 딸 둘에, 아들 하나를 대학까지 졸업시켰다는 그녀의 말은 제주 강정마을에 왜 해군기지가 들어와서는 안 되는지를 분명하게 말해주고 있다. 신영복교수는 개인적으로도 매우 좋아하는데, 역사의 테두리 안에서 적극적이고 주체적인 삶을 요구하는 것이 항상 마음을 경건하게 만든다.


 


외로움은 인간의 본질인데 외롭다고 괴로워해서는 곤란하다는 정호승 시인의 말은 요즘의 나에게 따끔한 일침을 놓는 것 같기도 하다. 인간이기 때문에 외롭고, 외로우니까 사람이라는 그의 말은 지금의 나의 생활이 얼마나 나태해졌는지를 깨우쳐 주는 것 같아, 조금은 불편하기까지 하다.


 


저자가 만난 25명의 인터뷰이들, 그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삶에서 일가견을 이룬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들이 공통으로 말하는 가치는 소통과 배려임을 말한다. , 한 사람을 제외하곤.. 그 한 사람이 얘기하는 것은 진정성이 보이질 않고, 자기변명에 급급하다는 인상을 받았다면 나의 편견 혹은 옹졸함 일까?


 


책을 읽으면서 또 한가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 것은 이 책이 인터뷰이들, 혹은 그들이 말하는 가치를 전달하는 책이 아니라, 단 한 명의 인터뷰어를 위한 책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인터뷰이들은 25명이나 되고, 인터뷰어는 한 명이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안 드는 것은 아니지만, 저자만이 우뚝 서고 인터뷰이들은 스쳐 지나가는 것 같이 느꼈다면 내가 책을 잘못 읽은 걸까?

전체목록보기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