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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가 지니고 있는 허와 실...

글쓴이: 雅言覺非의 삶을 위해(박태웅) | 2012.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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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폴란은 ‘잡식 동물의 딜레마’에서 잡식동물인 인간은 먹을 것을 대할 때마다 섭취 여부와 건강에 좋은지의 여부를 놓고 딜레마에 빠질 수 밖에 없음을 역설했다. 현대는 음식에 관한 한 폴란이 이야기 한 유형의 딜레마에 상시적으로 노출된 사회이다. 나 개인적으로는 지난 2007년 초부터 2009년 여름까지 약 30 개월에 걸쳐 채식주의를 실행 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음식은 내게 늘 선택의 기로에서 갈등하게 하는 동반자이다. 지금은 위장 건강을 위해 더 더욱 음식에 신경을 쓰고 있다.(위장 때문에 체질량지수가 크게 부족한 나에게 ‘스미골에서 몸짱으로’라는 책은 나를 보기 좋은 몸매와 체중으로 인도하는 로드맵이 아닐지 싶다.)


 



채식을 할 때 아니 그 이전부터 관심이 있었지만 우유와 골다공증의 관계, 그리고 칼슘과 인(燐)의 관계는 나를 늘 몰입하게 하는 주제이다. 지난 해 10월에 나온 티에리 수카르의 ‘우유의 역습’은 관점이 다른 사람들을 논쟁에 뛰어 들게 한 책으로 ‘누가 베이컨을 식탁으로 가져 왔을까’, ‘아이들은 왜 느리게 자랄까’, ‘질병 판매학’, ‘사람은 왜 전쟁을 하는가' 등 논쟁적인 책을 많이 낸 알마출판사의 역작(力作/ 譯作)이다. 지난 해 나온 책을 이제야 문제 삼는 것은 적당히 체중이 있어야 골다공증에 걸리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최근 들었기 때문이다. 살과 건강의 관계는 면역학의 권위자인 아보 도오루(安保 徹) 씨가 “살이 좀 쪄야 스트레스를 견딜 수 있다”고 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사항인 것 같다.


 



티에리 수카르는 ‘우유의 역습’을 통해 우리가 우유에 대해 가지고 있는 허위 의식 내지 신화적 사고를 무너뜨리고 있다. 저자는 “일평생 내내 유제품을 다량으로 섭취하면 초반에는 높은 골밀도를 얻게 되겠지만 조골세포와, 조골세포를 만드는 줄기세포에 가해진 스트레스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에 의하면 조골세포를 만드는 간엽줄기세포는 무한정 조골 세포를 만들어내지 못하는데 우유에 든 칼슘은 조골 세포를 남용해 폐경기 여성이 뼈를 만들 필요가 있을 때는 정작 고갈되어 골다공증을 막지 못한다.


 



한편 전 세계 인구 가운데에서 락토오스를 소화시키는 락타아제라는 효소가 분비되지 않는 인구 구성비는 무려 75 퍼센트라 한다. 충격적인 것은 우유에 들어 있는 카제인이라는 단백질은 암 유발 인자로 의심 받기까지 한다는 사실이다. 우유가 건강 식품, 완전 식품으로 알려진 것은 낙농 업계와 우유 영양 전문가, 그리고 보건 당국의 로비로 인해서이다. 경제학자 우석훈 교수 같은 분이 이런 주장을 하는 대표적인 분이다.


 



이런 주장을 보면 동물 실험, 초끈 이론, 지구 온난화 등에 얽힌 왜곡과 과장 및 허위 논란이 생각난다. 우유에 관한 이런 주장들은 충격과 씁쓸함, 불안 등을 불러 일으키기에 족하다. 그러나 미국, 스웨덴, 핀란드 등 우유 소비를 많이 하는 나라들의 골다공증 발병률이 최고라는 사실은 어떤가? 이는 통계가 입증하는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해석은 그렇지 않다. 우유에 대해 우리는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멕시코, 폴리네시아 등 우유 소비를 잘 하지 않는 나라들의 골다공증 발병률은 낮다. 이를 보면 우유가 골다공증을 일으킨다는 이야기가 사실로 보인다. 하지만 우유를 많이 소비하는 미국, 스웨덴, 핀란드 등과 잘 소비하지 않는 멕시코, 폴리네시아 등은 여러 면에서 많은 차이를 보인다.


 



두 그룹의 나라들은 유전적 요인도 다르고 적도 부근에 자리한 멕시코, 폴리네시아 등은 뼈 합성에 필수적인 바이타민 D를 만드는 일조량면에서 월등하다.(이광조씨는 ‘우리 몸은 채식을 원한다’에서 뼈를 만들기 위해서는 칼슘과 함께 단백질, 바이타민 D, 마그네슘 등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두 그룹의 나라들은 뼈 합성에 영향을 미치는 생활 스타일이 다르다. 즉 멕시코, 폴리네시아 등의 나라는 미국, 스웨덴, 핀란드 등의 나라에 비해 운동과 육체적 노동을 많이 하고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으며 청량 음료는 적게 마신다. (그러고 보니 상대적으로 가난한 나라 국민들이 부자 나라 국민들에 비해 운동과 육체적 노동을 더 많아 한다.)


 



우유에 든 것은 단백질이 전부가 아니다. 우유에는 탄수화물과 지방도 들어 있다. 골절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우리 몸의 칼슘과 인의 비율은 칼슘과 인의 양이 같거나 칼슘이 1.5배쯤 더 많은 정도가 적당하다고 한다. 칼슘과 인은 뼈를 이루는 주요 성분들 중 하나인데 칼슘은 뼈 생성에 도움을 주는 데 비해 인은 체내에서 칼슘의 배출을 유발한다. 다행인 것은 인이 다량 함유된 식품을 많이 섭취한다고 해서 체내 칼슘 비율이 갑자기 낮아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문제는 칼슘이 많은 식품이라고 해서 어떤 식품을 먹으면 칼슘이 많이 보충될 것이라 믿는 것이다.


 



어떤 하나의 식품 또는 성분이 그 자체로 몸에 좋거나 나쁘지는 않다. 건강에는 한 음식/ 성분과 다른 음식들/ 성분들과의 관계, 그리고 라이프 스타일과의 연관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에 늘 세심한 주의력이 필요하다. ‘우유의 역습’은 좋은 정보를 준 책이지만 그런 만큼 생각할 거리도 남겨놓은 책이다. 사실 우유를 잘 마시지 않는 나에게는 그리 크게 문제될 것이 없는 내용들이지만 낙농 업계와 우유 영양 전문가, 그리고 보건 당국의 로비 부분은 다른 관련 책을 읽게 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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