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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을 향한 쏠림 현상에 제동 걸기

글쓴이: 자하님의 블로그 | 2012.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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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문화는 쏠림의 문화다. 동물학에 비하면 '스탬피드 현상'이 팽배한 것이 바로 우리 사회라 할 수 있다. 스탬피드 현상이란 한 마리 동물이 내달리면 집단 전체가 이유없이 내달리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지금 디지털 미디어 문화에 중독된 우리의 모습은 트위터나 카카오톡 같은 모바일 통신과 SNS를 향해서 전력질주하고 있는 '디지털 동물군'에 비유할 수 있다. 남들이 모두 '로그인'을 향해 내달릴 때 과감히 '로그아웃'할 수 있는 여지의 힘을 간직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세상 도처에 디지털 미디어는 널려 있다. 마치 어항 속의 물이 물고기를 둘러싸고 있는 것처럼 디지털 동물인 우리들에게 미디어는 세상 그 자체다. 그런 우리가 전기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있을까? 미디어 없는 세상을 살아낼 수 있을까? 여기서 내가 말하는 '미디어'란 구체적으로 컴퓨터, TV, MP3 플레이어 등 스크린 기반의 디지털 미디어를 말한다. 어떠한가? 적어도 가정이라는 울타리 내에서 미디어 없는 삶을 실험삼아 살아볼 수 있겠는가? 외국에 실제로 이를 6개월이나 실험한 가족이 있어서 화제다.


 


화제의 주인공은 바로 수잔 모샤트 가족이다. 50대 엄마인 저자는 미국식 어법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에 속하고 그미의 자녀들은 이른바 넷세대 혹은 M세대에 해당한다.  이들이 반년간 '로그아웃' 실험에 들어갔는데 이들의 실험결과가 고스란히《로그아웃에 도전한 우리의 겨울》(민음인, 2012)이란 책에 녹아들어 있다. 그동안 내가 접했던 기상천외한 실험적 삶을 누렸던 이들과 비교해본다면 저자의 로그아웃 실험은 그리 극단적이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단지 집안 울타리에서만 진행되었던 로그아웃 실험이기 때문이다. 가령 학교나 직장, 친구 집, 카페, 그 밖에 집 경계를 넘어선 곳이면 어디서든 컴퓨터는 이용할 수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CD와 라디오는 허용되었지만 휴대전화는 전화기 용도로만 사용할 수 있었다. 아마도 자녀들이 받은 스트레스가 절정으로 치닫지 않은 이유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이들 가족은 '따분 마을'이라는 별명이 붙은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 주 퍼스에서 산다. 퍼스는 저자가 존경해마지 않는 소로의 '월든'의 오두막처럼 세상에서 가장 외딴 도시에 해당한다. 소로가 월든 호숫가의 통나무집에서 보낸 2년 2개월에 비할 순 없지만 세 자녀를 키우는 한부모 가장으로는 꽤 대담한 모험을 한 셈이다. 소로의 일시적 체류자의 기분을 저자도 동일시했던 것 같다.


 


"우리 가족의 디지털 해독 노력은 우리의 머리와 가슴은 물론이고 아이들의 공부 방식까지 뒤흔들어 놓았다. 먹고 자는 방식, ‘친구 맺고’ 싸우고 계획하고 노는 방식까지 다 바꾸어 버렸다. 가족생활의 본질적 색채와 성격을 변형시킨 것이다. 자발적인 정보화 시대 탈출은 우리 삶에 되돌릴 수 없는, 그리고 무한히 더 나은 변화를 안겨 주었다. 이 책은 우리 나름의 ‘순례기/ 월든 호수/ 구글 없는 삶 가이드’이다."


 


저자의 이야기에는 월든식의 단순한 삶, 과학기술의 빛과 그림자, 자녀교육, 이민생활, 한부모가족의 패러독스, 세대차이, 그리고 권태와 행복에 대한 반짝이는 성찰이 돋보인다. 글을 읽다보면 저자의 유머에 살며시 웃음이 베어나올 때가 있다. 이렇게 유머있는 여성이 두 번이나 이혼을 했다니 솔직히 믿어지지가 않는다. 호주에서 살아가는 뉴요커인 저자는 두번의 이혼을 경험했는데 첫남편을 따라 호주에 왔고 두번째 남편과의 사이에서 큰 딸 애니(18), 아들 빌(15), 막내 수지(14)가 생겼다. 세 자녀들은 1980년대 초반 이후 출생한 'M세대', 즉 멀티태스킹에 능한 모바일 세대다. 컴퓨터, 인터넷 등 디지털 기술들의 부상뉴스를 듣고 싶을 때는 실시간 정보 공유 프로그램을 확인하고 구글 검색 엔진에서 블로그들을 찾아본다. 저녁에도 TV를 보지 않고 대신 인터넷 전화로 친구들과 대화하고, 페이스북에 사진을 공유하며, 닌텐도 위(Wii)를 갖고 놀며, 유튜브 최신 동영상을 본다.    


 


저자는 오늘날 일반 가정에서 전자 정보와 오락에 자유로이 접근하는 것이 모든 아이의 권리인 동시에 모든 부모의 책임이라는 암묵적 가정이 매우 깊숙이 뿌리를 내렸다고 지적한다. 가정이라는 공동체에 아이들이 인터넷과 휴대전화를 사용할 권한을 보장한 '디지털 권리장전'이 확립되었다고 설명하면서 이런 가정을 당연시하는 부모를 '헬리콥터형 부모'라고 평하고 이들이 결국 정보화 시대의 사생아라는 점을 지적한다. 저자의 실험은 적어도 헬리콥터 양육의 시대와 디지털 권리장전에 저항하는 실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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