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했다. 출연 여배우가 진짜로 벗는다고 숱하게 홍보했었지만, 설마 진짜 알몸을 다 보여주랴 싶었다. 스크린에 걸리는 영화 속에서도 쉽지 않거늘 하물며 코앞에 관객을 두고서 연기해야 하는 연극에서야 더욱 쉽지 않을 일이었다. 그러니 '여배우의 전라 연기'라는 말은 과대광고 혹은 허위광고라고 여겨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 홍보문구에 혹해서 보러 가게 된다면 필시 후회할 거란 생각도 무리가 아니었다.
하지만 은근히 호기심이 동하는 것도 부인할 수는 없는 일이다. 알몸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전라까지는 아닐지라도 어느 정도 자극적인 노출은 기대(?)해도 좋으리라. 삼류 성인영화가 다 그렇듯이 내용이야 거기서 거기일 테고 정말 벗는지 벗으면 어디까지 보여주는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은 게 사실이었다. 기회만 된다면 한 번쯤 보고 싶었던 마음도 없지는 않았다. 속물이라고 손가락질받아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그런 기회가 왔다. 소셜 커머스에서 5만 원짜리 관람권을 단돈 1만 원에 판매하고 있었던 것이다. 5만 원(현금은 3만 원)이라는 거금을 들여서 보기에는 망설여지는 공연이지만 1만 원에 볼 수 있다면 말이 달라진다. 꼭 봐야만 하는 작품이 되기 때문이다. 여배우가 과연 어디까지 노출하는지 정말 알몸 연기를 하는지 등과 같이 그동안 궁금해하던 부분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면 1만 원은 합리적인 가격이 아닐 수 없다.
'교수와 여제자'라는 제목과 이 작품의 공간적 배경이 되고 있는 '장미여관'은 필히 한 명의 문학인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렇다, 그 이름은 마광수 교수다. 그러나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의 저자 마광수 교수의 작품은 따로 있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가자! 장미여관으로'가 바로 그 작품이다. '플레이보이' 모델 출신 이파니가 출연하면서 더욱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었다.
그에 비하면 '교수와 여제자2'는 화제성에서 '가자! 장미여관으로'와 비교할 때 다소 떨어져 보이는 게 사실이다. 이파니와 같이 이름있는 배우도 출연하지 않거니와 검증(?)된 원작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교수와 여제자2'로서는 '가자! 장미여관으로'가 갖추지 못한 비장의 무기를 빼어들 필요가 있었다. 그게 바로 여배우가 전라연기였고 이야말로 '가자! 장미여관으로'가 쉽사리 따라 하지 못할 부분이었다.
공연이 시작되면서 관심은 오로지 하나! 언제 벗을 것인가 하는 것과 어디까지 보여줄 것인가였다. 그런데 중반이 지나도록 여배우는 몸매를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입장할 때 받아온 3D 안경을 통해서 포르노성 성인 비디오를 본 게 다였다. 그럼 그렇지. 관객들 앞에서 알몸을 드러내는 게 쉬운 일이겠는가. 어느 여배우가 코앞에서 바라보고 있는 관객들에게 자신의 벗은 몸을 보여주고 싶겠는가.
그런데 정말이었다. 엄다혜라는 이 여배우 슬립 가운은 물론이거니와 팬티까지 벗어 던졌다. 당연히 젖가슴이 드러났고 잘 다듬어진 음보 부분도 훤히 모습을 드러냈다. 실로 충격이었다. 나야 중간 이후 좌석에 앉아있었기에 자세히 볼 수는 없었지만, 앞자리에 앉은 관객들은 얼마나 뚜렷하게 볼 수 있었을까? 이럴 줄 알았다면 VIP표를 끊어올 걸 싶은 생각도 잠깐 들기도 했다. 물론 민망해서 제대로 쳐다볼 수나 있겠냐마는.
아무튼, 출연 여배우의 '전격 알몸출연 결정!'과 같은 문구는 허위가 아닌 사실이었다. '가자! 장미여관으로'의 이파니의 경우 몸매를 드러내는 타이트한 의상을 입고 공연하지만, 이 작품에 출연하는 엄다혜는 알몸을 그대로 드러낸다. 물론 아주 중요한 부분은 가렸겠지만, 기술이 얼마나 좋은지 공사한 흔적이 그다지 느껴지지도 않는다. 정말 그럴듯했다는 말이다.
이 작품의 내용은 삼류 성인영화와 다를 바 없다. 성기능 장애로 괴로워하던 중년의 교수가 젊은 여제자의 도움으로 성기능을 회복하게 된다는 설정인데 재미있는 것은 이 공연을 보고 어느 관객이 자신도 똑같은 증상의 환자라며 도와주면 후사하겠다는 내용의 쪽지가 여주인공에게 전달된 적도 있다는 점이다. 노이즈 마케팅인지 실제 상황인지 확인할 길은 없으나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아닐 수 없다.
육감적인 몸매와 매력적인 목소리의 여배우와 달리 중년의 남자 배우의 연기는 상당히 어설펐다는 점은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다. 게다가 상당히 자극적인 행위에도 불구하고 남자배우의 물건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않았다는 점도 놀라울 정도. 또한, 이날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의 대다수는 젊은 연인들이었다. 욕망에 목마른 중년 남성들이 대부분일 거라는 일반적인 편견과는 달랐다. 이는 인터넷으로 관람권을 판매하는 소셜 커머스의 영향으로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