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상상력은?'
얼마전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의 질문에 잠깐 의아했다. 나와 상상력은 글쎄다. 무슨 자신감에선지 창의력이라면 조금 자신이 있는데, 지나고 보니 언제나 크리에이티브가 중요했던 것 같고 상상과 창의의 구분을 두지는 않았다.
그리고는 우연히 눈에 띈 책이(책방에서 신간때 부터 눈에 띄었지만, 책의 두께에 밀린 생각일지 어쩐지 욕심이 앞서, 소장용 혹은 전시용이 되버릴 것 같아 바라보기만 했던 그 책),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이다. 자극받고 싶었지만 이렇게 직접적 타이밍에 마주하게 될 줄은 몰랐다. 14세부터 써왔다는 작가의 틀에 얽매이지 않는 다양한 주제의 글들이 세세하고 의미있다. 작가에게 토대가 되었던 생각들이 바로 보물이 아닐까.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만큼 읽는 사람의 마음에 다가오는 주제 또한 각각일 것이다. 첫 페이지의 ‘시도’ 부터 그랬는데, 인생이 끊임없는 (나와는 너무 다른)타인과의 시도가 아닐까, 측은지심 마져 좁아지는 건지 스트레스로 답답했던 마음에 던져진 힐링 메시지 같았다. 이 글은 저자가 언제쯤 어떤 느낌을 가지고 썼을까 잠시 궁금해 진다.
인상적인 글 중의 하나는 소설 ‘신’에서도 접했던 숫자의 상징체계다. 숫자의 사회적 편견이나 감성적 느낌이 아닌 3천년전 인도인들이 만든 숫자의 상징으로 다시 만나니 또 다른 느낌이고 재미있다. 광물,식물, 동물, 인간, 천사 등을 상징하는 숫자들이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많은 영화와 소설로 다뤄진 지구의 멸망 과정, 생물 그리고 그 이후 등 그의 철학을 엿볼수 있고, 독자로서 그의 전작들과 연계되어 많은 작품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지 흐름도 느껴볼 수 있어 흥미롭다.
어느 순간 창의적인 상상력과 현실적인 표현의 발란스를 중요하게 생각했지만 책을 읽어가며 사고의 틀, 벗어나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베르나르 베르베르 그 이름만으로도 행복해던 작품의 기억들을 더 오래 간직하고, 그의 작품을 조금이나마 가깝게 이해하는 것이 아닐까 싱긋 미소짓게 된다.
책의 어느 장을 펼쳐도 다른 이야기가 시작된다. 처음에는 테마로 분류하지 않은 이유가 뭘까 궁금하기도 했지만, 읽으며 그냥 적응해 버렸다. 그의 여러 작품을 접했다면 작품 속 상상력과 상징성에 이야기가 그 안에 머물지 않았음을 떠올려 볼 수도 있고 그렇게 되짚어 보는 가운데 작가가 던지는 지적 유희의 즐거움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