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대통령 선거에서 누가 승리할 것인가? 결전을 앞두고 많은 예측들이 난무하고 있다. 정치의 영역에서 일반법칙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예측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분명히 진 사람이 있기에 이긴 사람이 있는 법이다. 우리나라 전·현직 대통령은 10명이다. 대통령 선거에 공식적으로 출마해 낙선한 사람은 30명에 가깝다. 대권의 꿈을 지녔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출마하지 못한 사람까지 포함하면 훨씬 더 많다.
역사는 몇 명의 이긴 사람과 수없이 많은 진 사람들을 토해낸다. 경쟁과 승패는 인간이 만들어가는 역사 그 자체다. 비록 권력게임에서 패했더라도 ‘의미 있는 패배’가 역사를 전진시킨 예는 많다. 승리자들을 기억하는 것도 필요하나, 패배자들 또한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이유다.
이 책은 정치평론가 고성국이 대통령이 되지 못한 사람들을 통해 ‘대통령’이란 자리의 의미를 좀 더 실체적으로 이해해보는 책이다. ‘누가 어떻게 대통령이 됐는가’ 대신 ‘누가 왜 대통령이 되지 못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과거 유력 정치인들의 행적을 차근차근 되짚어 보고, 대선에서 패배한 이들을 살펴보면서 대통령에 도전할 사람들에게 실패하지 않는 길을 알려준다.
이 책은 모두 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기업 CEO에서 국가 CEO로 정주영, 문국현을 다룬다. 2장은 무너진 대세론으로 이회창, 이인제를 다룬다. 3장은 1인자가 되지 못한 2인자로 김종필, 박철언, 최형우를 살펴본다. 4장은 이미지 정치로 박찬종, 정동영을 살핀다. 5장은 진보의 파수꾼으로 조봉암, 권영길을 다룬다. 6장은 킹메이커로 한화갑, 박지원, 김윤환, 서청원, 천정배, 이재오 등에 대해서 분석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이회창을 1997년 김대중을, 2002년에는 노무현을 상대로 한 두 번의 대세를 모두 놓쳤다고 진단하면서 아들 병역문제와 원정출산 의혹 같은 가족문제로 대세론이 무너졌다고 말한다. 저자는 “대세론은 국민 여론이 만들어내지만 조그만 변수에 의해 언제든지 뒤집어질 수 있다”고 대세론의 함정을 지적한다.
저자는 대선 슬로건을 보면 선거 당시 시대정신과 대결구도가 보인다고 말한다. 1956년 3대 대선에서 야당인 민주당은 ‘못살겠다 갈아보자’는 유명한 슬로건을 남겼다. 6·10 민주화 항쟁으로 직선제 개헌이 이루어진 1987년 13대 대선에서 노태우는 ‘보통사람’을 자임했고, 김영삼은 ‘군정 종식’을 내걸었다.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상황이던 1997년 15대 대선에서는 김대중의 ‘준비된 대통령’이 먹혔다. 2002년 16대 대선에서 노무현은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내세웠다.
저자는 “2012년 대선의 변수는 어떨까. 박근혜 쪽은 변수가 별로 없다. 분열될 일이 없으니까. 야권은 민주통합당 문재인과 안철수의 후보 단일화에서 플러스 알파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야권에만 변수가 있다”고 지적한다.
제 18대 대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선택할 후보를 정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아직 정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이 책은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이 책을 읽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