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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그말리온 아이들』우리는 누구의 욕망대로 살고 있는가.

글쓴이: 블루플라워 | 2012.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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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병모 작가의 책을 좋아한다.


아이들 뿐만 아니라 나도 좋아하는 작가. 그녀의 작품을 처음 읽은게 『위저드 베이커리』였다.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무거운 주제를 담았었지만 아이에게 권해도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을만큼 문학적인 작품이었다. 그래서 그녀의 다음 작품을 기다렸었고, 『아가미』또한 재미있게 읽었다. 이 작품은 제목에서부터 심상치 않았다.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피그말리온의 이름이 들어있기 때문에 난 무언가를 강력하게 소원하면 이루어진다는 그런 이야기를 상상했었다. 하지만 막상 책을 펼쳐보니 내가 생각했던 그런 내용은 아니었다.


 


 


키프로스의 왕인 피그말리온은 상아로 직접 빚은 실물 크기 여인상을 만들어놓고 지극히 사랑하였다. 조각상에 갈라테이아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아프로디테 축제일에 여인상을 아내로 맞이해 달라고 기원하여 그 마음을 갸륵하게 여긴 아프로디테가 여인상에 생명을 불어넣어 사람이 되었다. 타인의 기대나 관심으로 인해 능률이 오르거나 결과가 좋아하는 현상을 우리는 피그말리온 효과라고 부른다. 책의 제목은 거기에서 따왔다.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들을 외딴 섬의 완벽한 시설을 자랑하는 학교인 로젠탈 스쿨에 대한 이야기이다. 프리랜서 다큐멘터리 PD인 마는 취재를 위해 로젠탈 스쿨을 찾아간다. 대기업에서 무상으로 아이들에게 교육 서비스를 하며 사회에 나가서도 바로 직장을 가질수 있는 만큼 직업교육까지 같이 시키고 있다지만 속을 들여다보니 아이들에게는 아이들다운 모습이 없었다. 학교의 학생들을 장악해 교육을 시키는 교장과 교사들의 모습에서 마와 촬영기자인 곽은 의심스러움을 발견한다. 아이들의 취재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게 하고 지정한 학생들과의 면담만 가능하고 아이들의 기숙사 또한 일반 기숙사 같은 경우 2명씩 같은 방에 머물지만 이 학교의 아이들은 각 방에 한 명씩만 사용하고 있다. 아이들다운 누구와 싸운다던지 다투는 모습도 없을 뿐더러 같이 어울려다니느 모습조차 발견할 수 없다.


 


 


취재를 한다는 명목으로 아이들을 관찰하던 마는 로젠탈 스쿨의 비밀을 알게 된다.


마를 도우는 은휘와 함께 로젠탈 스쿨의 비밀을 알아 챈 이들은 위험에 처하게 된다. 부모에게 버림받았던 아이들, 사회에 나가서 자기가 원하는 일들을 하겠다는 교육방침을 갖고 있지만 이 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을 만날수도 없었다. 누구 하나 제대로 살고 있는 사람이 없다. 이상적인 교육을 하고 있다지만 교장의 비틀어진 욕망을 아이들에게 투사하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독재자의 모습을 보이는 그는 사람의 목숨까지도 우습게 생각하고 있는 비정한 모습이었다.


 


 


책을 읽으며 마가 어떻게든 교장의 욕망으로 점철된 학교와 아이들을 구하고 변화시킬거라는 기대를 했다. 하지만 마는 모든 것을 해결하는 영웅이 아니었고 그저 보통의 사람일 뿐이었다. 어떤 여학생을 구하지 못해 그는 더 아이들에게 신경을 썼지만 그의 한계가 있었다. 또 그렇게 교장의 지휘 아래 갇혀있다시피한 아이들의 무표정한 눈빛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작가의 상상 속의 학교고 아이들이지만 가슴이 아픈 이야기였다. 지금도 어디에선가 사회로부터 버림받은 아이들이 이렇게 살지 않는다고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는가. 그 아이들이 사회로 나와서 제대로 할 수 있는 일들도 역시 없을 것이며 누군가의 욕망에 의해 아이들은 꿈을 잃고 살아갈 것이다. 그냥 그렇게. 작가는 이렇게 현실적인 결말을 남기고 싶었나 보다. 공지영의 작품 『도가니』의 해결되지 않는 결말을 본 것처럼 뒤끝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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