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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대한민국은 어디에 있을까?

글쓴이: (初步)_내가 나를 만나는 곳 | 2012.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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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고 있는 자랑스러운 우리나라 대한민국은 어떤 사회일까? 일전에 읽은 [그대의 꿈이 현실이다]란 책에서 저자 이종철은 대한민국을 놓아버리자고 한다. 꿈이 없는 사회, 수능이라는 원샷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사회, 그런 대한민국을 그대로 두고 나만의 대안구조를 만들자고 한다. 그런데 현직기자가 쓴 이 책에서는 저자는 다른 대한민국에서 살고 싶다고 말한다. 나 또한 대한민국을 놓아버리고 싶고, 가능하다면 다른 대한민국에서 살고 싶다. 그 대한민국이 지금의 대한민국보다 더 가난하고, 더 궁상맞을지라도 꿈이 살아있고, 정의가 살아있다면 말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이 기자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것, 그리고 대한민국 사회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모습인지를 통렬하게 파헤친다. 이 땅에서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이 겪을 수밖에 없는, 그렇지만 이 사회에서 살기 위해서 가져야 할 규범들의 일그러진 모습들을 하나하나 들춰낸다. 우리 또한 그런 사회 속에서, 그렇고 그런 규범들과 상식 위에서 살고 있으니, 그만큼 불편할 수밖에 없는 내용들이다. 그러한 위선, 문화, 그리고 말 같지도 않은 규범과 상식들 속에서 저자는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고 있다. 그녀는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상처에 소금을 뿌리며, 우리 모두의 성찰을 바랄 뿐이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조직에 묻혀서 살아왔다. 각종 동창회, 향우회, 학벌, 이런저런 모임들, 그리고 우리가 호구지책으로 삼는 회사라는 조직에 이르기까지. 조직이라는 것, 어찌 보면 나를 감싸주는 외피이기도 했고, 내가 이 땅에서 살아갈 수 있게 만들어주는 성채라는 생각도 든다. 우리는 그런 조직에 들어가기 위해 공부하고, 또 열심히 살아간다. 조직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것, 그것은 바로 패자의 다른 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조직에 들어가는 것만으로 모든 것이 보장되지 않는다. 거기에는 그만한 대가를 필요로 한다.


 


우리는 아무리 나이가 어려도, 나이를 기반으로 하는 비합리적인 권위주의를 지속적으로 학습하고 있다. 저자는 이를 장유유서라는 유교식 규범 속에 자리잡고 있는 권위주의로 보고 있다. 모든 것이 나이와 세월에 의한 질서 속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만큼 편한 것도 없다. 어렸을 때는 알아서 기고, 윗사람들의 비위를 맞추다 보면 세월이 지나고, 이제는 내가 그 자리에 오르기 때문이다. 상식은 온데간데 없고, 오직 나이의 힘만이 있을 뿐이다. 어쩌면 사람들은 자신의 권위와 체면이 손상될지 모른다는 것, 그것은 자신의 좌절을 의미한다는 것임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그 권위를 붙들고 있는 것 인지도 모른다.


 


이러한 권위주의에 일조를 하는 것은 한국사회가 지독한 경쟁사회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양성이 사라진 원 스탠더드를 강요하는 사회, 승자와 패자가 원샷에 결정되는 사회, 알게 모르게 선이 그어져 있는 사회, 우리라는 의식에 함몰된 사회이다 보니 사람들은 조직에 순응하고, 조직 내에서 지시하고 이루어지는 것들이 아무리 비합리적인 것 이라도 상식으로 통한다. 인생의 가치와 목표를 스스로 결정하기 보다는, 조직과 집단사회에 의해 결정되는 사회 속에서 우리들은 살아가고 있다. 개인으로의 삶보다 우리로의 삶이 더 중요한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끊임없이 우리와 남을 가른다. 거기에는 어떠한 의심도 허락되지 않는다. 그어진 선에는 일탈되는 순간 그에게 사회는 지옥으로 변한다. 그리하여 싸가지 없다는 말을 듣는 순간, 왕따는 물론 어느 누구도 그에게 아는 척도 하지 않는다. 선 밖으로 내 처진 그가 이 사회에서 정상적으로 살아갈 방법은 없다. 따라서 사람들은 우리라는 그어진 선 밖으로 내동댕이 처지지 않기 위해서 필사적일 수밖에 없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들어 이러한 권위주의적 잔재들에 대해 설명한다. 타대학 출신인 그가 서울대 대학원에서 경험한 기막히는 승자들의 논리, 기자생활 초기 조직사회의 문제아로 찍힐 수밖에 없었던 위계의 논리, 그리고 미국 연수기간 중 교제한 미국 사람들과의 경험은 한국사회가 얼마나 권위주의적이고 위계질서가 엄격한 사회인지를 알려주기에 충분하다.


 


이러한 것들은 우리들이 아침에 눈을 떠서, 저녁에 잠들 때까지 누구나 보고 듣는 일상의 문제들이다. 그러기에 우리들은 당연시 여기기도 하고, 거기에서 어떤 문제점도 찾지를 못하는 것 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가 지옥이라 말들을 하면서도, 그렇게 만드는 권위주의와 집단주의에 대해서는 일말의 의심도, 분노도 하지 않고 있다. 내가 합리적이라고 믿어온 규범들이, 내가 상식이라고 생각해온 것들이 오히려 나 자신을 이러한 권위주의에 더 얽매이게 만들지 않았나 싶다.


 


저자는 우리에게 차이공감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있다. 나와 너는 서로 다를 수 있다는, 그 사실을 먼저 인정할 때 획일성이라는, 우리라는 그어진 선에서, 그리고 권위주의로부터 탈피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 조금만 옆을 보고 가자고 한다. 앞만 보고 가던 눈을 돌려 조금만 옆을 보면, 우리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대한민국에서 살수 있다는 말이 가슴속에서 회오리 치고 있다. 나 또한 어렸을때는 싸가지 없다는 말을 너무도 많이 들어왔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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