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양 속에 피어나는 인간의 마음
우리의 선조들이 만들어 온 그림을 포함한 예술작품을 보면 수많은 상징을 포함하고 있다. 입신양명, 부귀영화, 장수 등을 자연의 동식물에 담아 표현하거나 나름대로의 독특한 상징을 나타내는 모양을 만들어 표현하기도 했다. 현대인들도 익히 아는 십장생은 그렇다 치더라도 이런 상징에 대한 이해를 하지 못한 채 예술작품을 대하다 보면 예술가가 의도하는 바를 다 이해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러한 점은 예술작품에만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종교적인 공간이지만 상징적인 세계를 잘 보여주는 곳이 사찰이다. 사찰은 자신의 종교적 이상과 교리를 대단히 많은 상징물로 나타내고 이를 재현해 놓고 있다. 무심히 지나치지만 그 안에 담긴 뜻을 이해하고 본다면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상징화된 표식이나 무늬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이러한 상징들은 어느 한 순간 만들어진 경우가 아니라 수많은 시간이 흐르는 동안 하나 둘 사람들의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 만들어진 시대적 산물이기에 인류의 역사와도 그 맥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민족의 역사와 맥을 같이한 이러한 상징들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으며 또한 어떤 것들이 있는지 궁금하다. 이러한 궁금증을 해결해 주는 책이 바로 ‘한국의 전통문양’이라는 책이다.
‘한국의 전통문양’에는 고도로 상징화된 문양의 뜻과 그것들의 생성배경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한반도에서 역사가 시작된 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사람들의 생활 속에서 만들어져 온 갖가지 문양을 내용과 종류별로 분류하여 체계적으로 소개하였다. 이 책에 수록된 상징의 대상이 되는 것으로 그게 자연의 동식물에서 유래한 새와 동물 그리고 꽃과 곤충을 비롯하여 길상문자로부터 십장생에 이르기까지 각각에 해당하는 문양의 종류를 세분하여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인간의 의지를 기록할만한 수단이 아직 발달하지 못한 상황에서 자연의 모습을 기록하거나 사람들의 삶 속에서 중요한 의식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어 온 것이 그림이다. 이러한 그림 속에는 당시 사람들의 생활방식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으며 또한 문명이 발달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문자라는 도구를 이용하여 이러한 상징성을 다모하게 되었다고 보인다. 이는 사람들의 예술과 관련된 활동 뿐 아니라 인간의 삶 속에서 일어나는 희노애락을 지향하고 있어 인간의 정신사에 미친 영향을 지대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가까운 역사인 조선시대 활동했던 화가들의 그림을 보면 동물과 식물들이 자주 등장한다. 그림에 표현된 이러한 동식물을 보이는 대로만 볼 때와 그 동식물이 간직하고 있는 의미를 이해하고 볼 때 그림은 확연하게 달라져 보인다. 과거에 급제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거나 기로연에 쓰인 병풍 속에 표현된 동식물들 역시 그것들이 상징하는 고유의 의미가 있다는 점을 알고 볼 때 쓰임세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도 이러한 상징들을 이해할 때 우리 문화를 이해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점을 알게 된다. 상징들이 나타난 부분에는 그림뿐 아니라 일상생활과 학문 활동에서 필요한 도구인 도자, 필통, 연적, 제기, 거울, 가구, 그릇, 장신구 등에서도 그 면모를 살필 수 있다.
저자는 이러한 문양이 담고 있는 상징성을 이해하고 감상하기 위한 지름길로 옛 미술품을 가까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옛 미술품을 가까이 한다는 것은 열린 마음으로 옛 미술품에 주목하고 살피며 눈과 마음 그리고 생각 모두를 통해 대화의 시간을 갖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이것은 미술품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것 뿐 아니라 그 미술품이 만들어진 시대를 깊이 있게 이해하려는 마음과도 연관되어 있으며 곧 이는 조상들의 심성을 이해하는 길과 통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문양에 대한 이해는 과거를 아는 것에서 현재 우리들의 삶으로 그 범위를 확장하고 나아가 미래 우리들의 삶까지 살필 수 있는 소중한 연결고리를 가진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