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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들은 책 주인에 대해 뭔가를 말해준다.

글쓴이: 冊을 읽어야 知 | 2012.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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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전시용 서재의 내용물로 가보자. 한 사람의 서재는 그의 영혼으로 통하는 창이라고들 한다. 그 사람의 서가에 꽂인 책들을 보면 그의 관심사, 성향, 지적능력을 알 수 있다. 누군가의 책꽂이에 플라톤부터 산타야나(George santayana ; 에스파냐 출신의 미국 철학자 시인)까지 모든 철학자들의 주요 저작이 꽂혀있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그게 그의 참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책들은 책 주인에 대해 뭔가를 말해준다. 반대로 책꽂이에 꽂힌 『가필드』전질, 『개구쟁이 데니스』 전 작품, 그리고 지난 20년간의 『매드』(미국의 유머잡지) 묶음은 그에 대해 또 다른 뭔가를 말해준다.”


 


 


세상에 많고 많은 중독 중에서 책 중독은 애교로 봐 주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서 의외로 책 중독은 다른 중독(도박, 약물 등)과 비교해서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네요. 우리가 살아가며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소양이자 의무라고 해도 무리가 되지 않는 것이 독서입니다. 책 읽는 것을 즐기는 이는 독서가라고 합니다.


책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책을 모으는데도 일가견이 있는 사람을 애서가라고 합니다. 개인이 약 2,000권이상의 서적을 소장하고 있으면 장서가라고도 부릅니다. 이중에서 학술서적위주의 책을 보유한 학자들은 제외된다는 이야기도 있으나, 어쨌든 그만큼 읽고 소장하기까지 한다면 대단한 일입니다.


 


특히 요즘처럼 점점 e-book 으로 바뀌는 시점에선 종이책의 생명력을 논해야할 시기까지 도 왔습니다.


 


그런데 책 동네에서 이단아 같은 존재들이 있으니 바로 책 중독자, 수집광입니다. 그 자신이 이미 골수 책 중독자로 자타가 공인하는 저자 톰 라비의 좌충우돌 책 중독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책방에만 가면 ‘정신줄’을 놓는가? 잠시 시간을 때우기만 할 요량으로 들어갔다가 한참 후 적지 않은 책들을 옆구리에 끼고서야 책방을 나선 적이 있는가? 차곡차곡 쌓여 보기 좋게 진열된 수많은 책들 사이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상하게 마음이 달뜨는가? 그 때문에 기분이 좋은가? 어쩌면, 좋아 죽을 지경인가?” (요즘은 인터넷에서 '지르는 것'으로 바뀌고 있습니다만..)


 


위 질문들에 대한 답이 ‘그렇다’면 ‘책 중독자’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합니다.


 


책 중독자들의 특징은 이미 사서 쟁여놓은 책(책꽂이에 얌전히 꽂혀 있는 상태가 아닌, 박스를 뜯지도 않은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산건지 안산건지 구분이 안가서 또 사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하긴, 잘 읽지는 않고 사재끼기만 했으니 그럴 만도 합니다. 혹 누가 뭐라고 타박이라도 하면 판이 다르다나, 쇄가 다르다나 또는 번역자가 다르다는 핑계를 하고 얼버무리고 지나가겠지요.


 


 


역사에 길이 남을 장서광을 만나볼까요? 경외심을 불러일으키기까지 한다는 프랑스 수집가 불라르(18세기 파리의 변호사)는 책을 광적으로 사들여 집의 모든 방이 넘쳐나도록 책장과 벽장, 그리고 서재 곳곳에 책을 쌓아놓아서 그 책들이 아주 성가시게 되었지요. 그는 급증하는 책들을 보관하려고 집을 연이어 여섯 채 사들이고, 1층에서부터 다락까지 책을 쌓아올렸습니다. 그 더미들 사이를 걷다보면 책들이 위태롭게 흔들거렸지요. 그래서 방문객이 방심하면 자칫 순식간에 책 사태에 파묻힐 수 있었다지요.


 


 “책을 그 서재에 한번 넣고 나면 대양의 바닥에 던져 넣은 것처럼 어디로 갔는지 찾을 수가 없었다.”고 시어도어 코흐(미국 미시건 대학 도서관장을 지냈고, 책에 관한 많은 책을 썼다)는 불라르의 어마어마한 은닉처에 대해 썼습니다. 불라르는 죽을 때까지 60만권에서 80만권에 이르는 책을 수집했다네요. 그의 사후에 그 책들을 다 파는 데는 5년이 걸렸고, 그로 인한 책의 공급 과잉 때문에 책값이 절반으로 떨어졌답니다.


 


그보다 덜하기는 하지만 마찬가지로 광적인 장서벽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지요. 프랑스 작가 라 브뤼에르는 한 장서 수집가를 방문했다가 그가 가진 많은 책들의 장정으로 사용된 검은 모로코가죽 냄새 때문에 거의 기절할 뻔한 일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 장서 수집가가 자신의 서재로 들어가는 것은 수집품을 손님들에게 보여줄 때뿐이었다요.



 


저자는 책중독자의 경험을 털어놓으면서 책 중독을 치유하는 쪽으로 도움말을 주겠다고 하긴 했는데, 웬걸? 오히려 책 중독을 즐기고 권유하는 느낌입니다.


마지막 챕터로 ‘치유하기’가 있긴 하네요.


 


“미친 줄 알았다는 건 절반쯤 제정신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저자는 5가지 방법을 제안하네요.


〈완전한 금욕 - 책과 확실하게 멀어지기〉


〈사랑할 다른 무언가를 찾아내라〉


〈결혼〉〈책벌레 - 진짜 책벌레를 책 사이에서 살게 만듦〉


〈곤란을 겪을 때까지 책을 사들여라 - 최악의 상황을 앞당긴다는 뜻〉


 


이 책의 매력은 옮긴이와 삽화가가 저자만큼 괴팍한 분위기로 책을 꾸몄다는 것입니다.


번역도 재미있게 했고, 중간 중간 들어있는 그림도 웃음을 자아냅니다.


 


나는 책 중독자까지는 못가더라도 애서가 , 장서가 소리는 듣고 싶습니다.


그리고 내 사후에 책을 처분하는 식구들의 수고를 덜어주기 위해 총기 있을 때(?) 기증처를 선정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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