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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온 편지』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게 되다.

글쓴이: 블루플라워 | 2012.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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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초입, 지리산 달궁 계곡이 있는 야영장을 다녀왔다.


잔디가 있고 나무가 우거진 곳에 텐트를 치고 있었던 밤, 텐트 안에서 불편한 잠이 들고 새벽이 가까워졌을때 들리는 새들의 노래소리. 서너 가지 다른 새들의 지저귐에 아, 내가 숲 속에 왔구나. 숲속에 오니 새들의 지저귐이 더 선명하구나. 숲은 이렇게 우리에게 청명한 아침을 선사하면서 이름을 알지 못하는 새들을 품고 있구나. 새들의 지저귀는 노래소리로 인해 상쾌한 아침을 맞았다. 숲의 고마움, 숲 속에 있으니 이런 기쁨이 있었고, 숲은 이런 것이구나 하고 느꼈던 아침이었다.


 


 


우리는 자연속에서 살아가지만 자연의 고마움을 많이 느끼며 살지 못해왔다.


최근에야 자연에서 우리에게 오는 즐거움을 조금씩 알고 있다. 농사를 지을때 비료와 농약은 기본인 것처럼 하는 사람들을 볼때도 많은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그런 것들도 필요하다라고 생각했었다. 우리가 먹는 자연에서 오는 채소나 과일들을 먹게 될때 자연 그대로의 것을 더 원하게 된것 같다. 몇 년만에 다시 시작한 몇 평 안되는 주말 농장에 고추를 심고 방울 토마토와 다섯 가지 쌈채소를 심었다. 비료나 농약을 전혀 쓰지 않고 퇴비만 썼어도 생각보다 많은 열매를 맺었다. 봄부터 여름내내 쌈채소를 뜯어다 먹고 매운 고추를 안심하고 먹을수 있었다. 가꾸는 사람은 남편이지만 곁에서 그걸 바라보는 즐거움이 컸다. 도시의 직장을 버리지는 못하고 주말에라도 자연과 함께 우리가 먹을 채소들을 직접 가꾸어 먹고 싶은 생각이 든다.


 


 


어렸을때 시골에서 살때 농사를 지으면 여름내내 채소밭에 잡풀을 매느라 바빴었다.


혹시라도 잡풀 때문에 채소가 덜 클까봐 해 준것 같은데 저자 김용규는 잡풀도 자연의 일부려니 하고 숲과 땅이 스스로 살게 만든다며 잡풀들을 그대로 놔두고 키운다 한다. 나무를 심어 놓고, 나무의 가지를 칡넝쿨이 감아 올라가도 잘라주지 않고 스스로 햇볕을 향해 올라가는 나무들을 보며 자연의 조화로움을 이루게 하고 있다.


 


 


한때 잘나가는 벤처기업의 CEO를 하다가 모든 것을 버리고 숲으로 오기까지 결정하기가 힘들었을 것 같다. 지금엔 충북 괴산의 여우숲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면서 자연과 숲을 벗삼아 하는 일을 하고 있는 저자의 글들은 가슴에 와닿는 글이 많았다. 우리가 지치고 힘들때 위로의 글을 만난것처럼 숲을 가꾸며 사는 그에게 숲은 그를 위로하는 친구요 삶의 터전이 되었다. 우리 또한 그가 숲에서 보내주는 편지를 읽으며 새들의 지저귐이 있는 숲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한다. 모든 것을 품어주는 안락한 숲의 느낌이 전해져 온다.


 


 


자연에는 겨울이라는 시간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사람도 자연의 일부여서 울 ㅣ삶에도 종종 겨울이라는 시간이 찾아 들죠.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에게 겨울이 찾아논 것을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겨울을 맞았는데도 자신의 삶에 꽃이 피어나기를 바랍니다. 고통이 거기에 있어요. 겨울을 맞아서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고, 겨울이 온 것을 알지 못한 채 지나온 봄나처럼 여전히 꽃피기를 바라는 데 우리의 불행이 있습니다. 나무를 보세요. 겨울이 오기전에 나무들은 가장 붉거나 노랗거나 정다운 빛으로 잎을 물들입니다.  (227~228페이지 중에서)


 


 


우리가 자연으로 돌아갈 날이 얼마남지 않아서 일까.


갈수록 자연에 대한 소중함이 느껴진다. 자연을 벗삼아, 자연 그대로의 것을 가꾸며 살아가고 싶은 생각이 든다. 집도 마찬가지. 춥기만 한 집이라고 멀리했던 우리 한옥이 좋아지고, 자그만 땅이라도 가꾸어 가며 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자연을 누리며 살고 싶은 것이다. 점점 자연에 대한 애착이 생기고 있는 건 좋은 징조라고 생각해 본다. 시끄럽게만 느껴졌던 한 여름의 매미소리와 가을을 알리는 귀뚜라미 소리도 정겹게 느껴지는 건 내가 나이가 들었단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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