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우타노 쇼코의 작품을 접하는 것은 처음이다. <긴 집의 살인><흰 집의 살인>은 인터넷 서점을 통해 잠시 눈여겨 본적은 있지만 읽어보지 못했기에, <밀실살인게임 2.0>으로 본격미스터리 대상을 받은 저자의 필력을 접하는 것은 아쉽게도 '집의 살인' 시리즈의 완결편인 <<움직이는 집의 살인>>이 첫 대면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시나노는 죽었다. (본문 13p)
'탐정의 죽음으로 시작하는 전무후무한 작품!'이라는 책 소개를 본 뒤였기에, 시나노가 탐정이었다는 점을 먼저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그렇기에 책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본문에 앞서 저자의 글을 먼저 읽어봐야만 했다. 역시 시리즈는 첫편부터 제대로 읽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되새기면서 말이다. 저자는 이 책이 <긴 집의 살인>으로 데뷔한 탐정 시나노 조지를 퇴장시키기 위해 쓴 작품이라고 했다. 시나노 조지는 어떤 인물이었을까? 다행스럽게도 이 작품은 전작을 읽어보지 않아도 충분히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안도할 수 있었다.
머리에 강찬 충격을 받아 입은 뇌타박상으로 죽었음을 알리는 신문을 보게 된 아치노세 도오루는 시나노 조지의 십년지기 친구였다. 시나노 조지는 좋게 말하면 세상에 구속받지 않는 자유인, 뒤집어 말하면 단순히 놀기 좋아하는 인간으로 취미가 매우 다양하지만, 난해한 사건의 수수께끼를 풀 때만큼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것은 없는 것 같은 녀석이다. 아치노세 도오루는 사건을 담당한 형사와 만났지만 이렇다 할 정보를 얻지 못했고, 이제 남은 실마리는 극단 마스터 스트로크의 가자마 아키라 뿐이었다.
이제 이야기는 시나노가 처음 극단에 가게 된 순간부터 시작된다. 스태프 모집 기사를 보고 극단에 입사하게 된 시나노는 연극하는 친구들을 잇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았다. 이 친구들에게는 한 팀으로서 같은 꿈, 같은 생각을 가지고 함께할 마음이 눈곱만큼도 없는 것(본문 53p)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시나노는 극단에서 일한 경험을 토대로 이들을 도와주는 와중에 배우인 교코와 사랑에 빠지게되고, 공연에 앞서 이들에게 이 연극이 특별한 의미가 있음을 알게 된다.
6년 전, 극단에는 이자와 기요미라는 여자가 있었고, 1983년 5월 24일 세상을 떠난 뒤 올해가 일곱 번째 기일이 되었으며, 이번 공연은 그녀의 추모공연이라는 점이다. 기요미는 연극 연습 중 부상을 입고 사망한 것인데, 기요미의 아버지는 장례식 참석을 허락하지 않았으며, 그 이후의 사죄의 편지도 돌려보낼 정도로 이들을 원망했다. 이 사건으로 함께했던 극단 멤버들은 모두 뿔뿔이 흩어졌다. 그러나 6년이 흐른 뒤 건축였던 기요미의 아버지는 토지부터 건축비 제공은 물론 설계까지 직접 참여한 극장을 개관했고, 지난달 '연극을, 마스터 스트로크를 사랑하는 딸의 마음을, 겨우 가슴 아플 정도로 이해하게 되었다.'(본문 74p)는 내용과 함께 기요미가 있었던 당시의 멤버들이 모두 참여하여 연극을 해주기를 요청했다. 그리하여 이 연극이 시작되었고, 시나노는 이 연극제작에 참여하게 된 셈이다.
제1장, 제단. 살인 지령을 받는 마녀.
제2장, 화실. 화가 살해.
제3장, 거실. 탐정과 왓슨의 출장, 저택에 사는 사람들의 등장, 범인이랑 지명당한 음악가와 탐정의 우스꽝스러운 희극.
제4장, 제단. 신에게 노고를 치하 받는 마녀.
제5장, 서재. 작가 살해.
제6장, 거실. 집요하게 음악가를 추궁하는 탐정, 왓슨의 역발상 추리, 정체를 밝히는 메이드, 음악가 살해, 도망가는 영화감독과 뒤를 쫓는 메이드, 탐정과 왓슨의 퇴장.
제7장, 거실. 음악가의 시체 앞에서 신과 메이드의 대화. (본문 178,179p)
이제 연극이 시작됐다. 그리나 연극 첫날, 2장에서 살해를 당하는 장면에서 화가 역을 맡은 스미요시는 마녀역을 맡은 교코에게 누군가에 의해 바꿔치기 된 칼에 상처를 입게 된다. 사고가 발생했지만 연극을 계속 진행하게 되었고 이 사고로 인해, 연극은 많은 이들의 관심 속에서 성황리에 이루어진다. 더 이상의 사고는 일어나지 않을거라 예상했지만, 며칠 뒤 6장에서 다키가와가 교코에 의해 사망하는 사건이 또 발생하게 된다. 사건 현장을 줄곧 주목했던 시나노는 범인을 찾기 시작했고, 트릭을 밝혀내면서 범인을 지목하지만 사건이 해결된 어느 날, 누군가에 의해 살해된다.
이제 시나노의 친구 아치노세 도오루는 남은 실마리였던 극단 마스터 스트로크의 가자마 아키라를 찾아가게 되고, 이야기는 정말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 반전을 보인다.
언젠가 이런 비슷한 류의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 연극(혹은 영화)에서 사망하는 장면에서 진짜 살해를 당하는 장면이 어렴풋이 떠오르는데, 그렇다하여 식상한 내용이라 여겨지지는 않았지만 반전이 없었다면 좀 밋밋한 추리소설이 되었을 뻔하지 않았나 싶다. 추리 과정이 너무 뻔하게 진행되는 느낌이었고, 누구나 예상했을 법한 범인이 지목되어 좀 아쉬움이 남았다. 먼가 대단한 트릭이 있지 않을까 했던 부분은 그저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었던 것이 전부였기에 그 아쉬움이 더 크다. 그러나 그 아쉬움은 반전으로 인해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었는데, 츠츠이 야스다카 <로트레크 저택 살인사건>에서 느꼈던 완벽한 속임수가 필요하지 않았나 싶은 부족함이 느껴졌다. 완벽한 속임수는 아니였지만 생각하지 못했던 반전이 있기에 그나마 이 작품은 밋밋함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