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신문 1면에 실렸던 강정마을 구럼비바위 발파현장에서 울부짖는 일흔 두 살의 문정현 신부님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 요즘이다. 인간이라는 하찮은 존재가 생태계에서 살아 숨쉬는 자연만물의 중요성과 작용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그저 ‘바위덩어리’일뿐이라며 조야한 말을 서슴없이 내뱉는다. 나라를 지키겠다는 군과 국가가 주민과 국민의 목소리에는 귀 기울지 않으면서도 한 개인의 ‘해적’이라는 비유에는 고소운운하며 발끈하는 모습은 한심하기까지 하다.
환경문제에 관해서 우리는 늘 이중적 태도를 보인다. 경제와 개발의 논리를 앞세워 눈앞의 이익이나 편리함에 양보를 해온 것은 언제나 환경이고 자연이다. 지구온난화의 위험을 알리는 책 [불편한 진실]은 제목 자체만으로도 화제가 되어 치부를 감추거나 외면하고 있는 곳에 ‘용어’로 자주 인용 되고 있지만, 책 속의 메시지가 우리사회를 변화시키고 있는가는 의문이다.
지은이 앨 고어가 슬라이드 강연 자료를 토대로 만든 이 책은 세련된 과학 잡지처럼 풍부한 사진자료와 보기 쉬운 그래프, 간결한 설명이 더해져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적합한 환경교과서 역할을 한다. 급속한 발달이 인간생활의 편리를 가져오는 똑같은 크기만큼 지구가 따뜻해져 병들어가고 있음을 다양한 통계자료가 증명한다. 인간은 자신이 자연의 일부임을 망각하고, 나중에 어떤 대가를 치르건 상관없이 눈앞의 이익을 위해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삼아 파괴를 일삼는다. 이로 인해 빠르게 변해가는 지구의 모습은 책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은 1인당 탄소배출량이 세계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하면서도 온실가스 배출규제인 교토의정서 비준을 거부하는 파렴치함을 보인다. 이 몰지각한 행위가 다른 나라들의 탈퇴까지 일으키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은이는 과거 부시대통령 내각과 거대기업이 결탁하여 지구온난화에 대한 여론을 호도하는 책략을 썼다고 말한다. 지구온난화 대책에 반대하는 기업들의 입장을 위한 왜곡된 시각의 정보를 재벌이 소유한 대중매체를 이용하여 전달한다는 것이다. [침묵의 봄]을 쓴 레이첼 카슨은 “정부가 자신들을 보살펴 주리라 믿어서는 안 되고 시민 개개인이 정부 정책의 실효성을 살펴야 하며, 자신을 잘못된 길로 이끌려는 의도에 도전해야한다”고 말했다.
책 말미에 환경을 보호하고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개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방법과 상식이 나와 있다.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귀찮다는 이유로, 바쁘다는 핑계로 실천하지 않는 것들이다. 마치 무단횡단을 하거나 담배꽁초를 버리는 일상처럼. 철마다 때마다 수도, 전기, 가스 등의 공공요금이 무섭게 오르고 있다. 환경보호를 정치적 행위와 정책감시의 끈을 늦추지 않는 동시에 개인으로서도 검소하게 살고 절약하는 습관이 가정경제를 살리고 나라를 살리고 지구를 살린다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다시 한번 환기시켜 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