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책을 읽다보면 열린 결말로 독자들에게 결말을 스스로 생각하도록 하는 이야기가 있다. 그럴때면 해피엔딩이 좋은 나같은 사람은 물론 행복한 결말을 생각하려 하지만 그래도 작가의 결말은 어떤거였을지 궁금할때가 있다. 어린왕자의 경우도 사막에서 쓰러진 어린왕자에 대한 생각은 각자의 몫이었는데 이 책은 그렇게 열린 결말로 막을 내리는 단편들의 모음집이다. 때로는 미스터리한 느낌도 들고 때로는 결말이 주어지지 않아 답답하기도 한 한편 한편의 이야기들이 좀 색다른 느낌을 주기도 한다.
책제목의 '월하의 연인'은 오랜 친구로 지내던 사이로 이제 서로가 너무 잘안다는 이유때문에 이별을 하려한다. 이별을 위해 떠난 여행에서 남자는 결코 여자가 싫어서 헤어지려 하는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야말로 사랑하니까 헤어진다는 그렇고 그런 이야기일까 했는데 그들이 마지막 밤을 보내기 위해 잡은 여관에서의 만찬같은 저녁 식사를 먹을때부터 이상한 낌새가 느껴진다. 아니 이미 차고에 있던 그들의 차와 똑같은 차를 보았을때부터였을까? 달이 훤한 바다를 구경하려 나선 바닷가에서 물속으로 들어가는 두 연인을 보고 당황한 주인공들을 불러 들이는 여관집 주인, 한시바삐 그 참혹한 현장을 떠나는 주인공들, 그리고 사라진 차, 그들은 자신들의 미래의 모습을 본것일까? 잠깐이지만 참 미스터리한 느낌에 사로잡히게 되었던 단편이다.
거의 노숙자가 되다 시피한 중년의 남자, 월세도 밀려 있는데 어느날 받은 의미심장한 편지 한통 때문에 이상한 일에 휘말리게 된다. 분명 자신이 사는 집 주인의 이름을 알고 자신의 주소로 배달된 편지에는 다른 여자의 이름이 쓰여져 있으며 거기에 이 남자에게 궁한 돈까지 보내져 온다니 도저히 모른척 할수가 없는 이 남자는 그 여자의 이름이 새겨진 도장까지 파놓고 배달부를 기다린다. 아니 돈을 기다린다. 그렇게 돈을 받아들었는데 편지속의 또다른 인물은 이제 그만 잊고 행복하게 살란다. 그리고 나타난 아들은 엄마의 재혼을 이야기하며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어 달라면서 언제부터 새여자를 들어 앉혔냐는 이상하 이야기를 한다. 호적상에도 이미 편지에 쓰여졌던 그여자가 올라있다는,,,, 이혼도장을 받은 아들이 떠나고 얼마후 이번엔 진짜로 구두소리를 내며 여자가 등장한다. 진짜로 그 여자가 등장하는 것일까?
해외로 파견근무를 떠났다가 돌아온 남자는 오랜 외로움 때문이었는지 자신을 옆에서 도와주던 직장 부하직원과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결심한다. 그런데 주변에서는 이상하게도 빨리 결혼을 하라는 사람과 잘 생각해보라는 사람이 등장하고 어느날은 회사 중역이상의 임원들간의 회의까지 소집된다. 자신이 그 여자와 그렇고 그런 소문이 났다고 해서 말이다. 그여자의 개인적인 사정이 어쩌구 하는 이야기에 주인공은 도대체 '그여자의 과거가 어떻다는 이야기인가, 자신은 과거는 아무래도 상관없다. 지금 사랑하고 있다는게 중요하다'는 식의 결연한 의지를 보이는데 자신의 여자를 만난 어머니까지 반대한다는 이야기에 무척 당황스러우면서도 도대체 그여자의 개인사정이라는 그것이 무언지 궁금하기는 하다. 물론 이 글을 읽고 있는 나 또한 도대체 그여자가 어떤 여자이기에 회사 중역들까지 문제를 삼는건지 너무 너무 궁금한데 이야기는 거기에서 끝, 아 답답하다.
이 세편의 이야기뿐 아니라 회전문을 통과하며 만나게 되는 지팡이를 든 묘한 신사와의 만남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를 이야기하는 여인이나 동거를 하던 두 남녀가 겪게 되는 신기하고도 묘한 이야기나 8년전에 죽은 아내를 그만 잊으려는 남자가 머물게 된 여인숙의 이야기등 약간은 미스터리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책속의 단편들은 나만의 뒷이야기를 상상해보게 하는 매력이 있다.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며 겪을 수 있는 혹은 지금 겪고 있을지도 모르는 인생을 담은 이야기란 생각에 다시 한번 짧은 나의 삶을 더듬어 보게도 한다. 혹시 작가가 만들어 놓은 다음 이야기를 단편으로 묶어 놓은 후편의 이야기는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