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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클로 제국의 빛과 그림자

글쓴이: 북카페 피터캣 | 2012.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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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열풍이 불던 뉴밀레니엄 2000년, 패션을 전공했지만 인터넷 업계에서 일하고 있던 중 국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던 어느 패션기업에 입사하게 되었다. 물론 내게 맡겨진 일은 인터넷을 이용한 패션 전자상거래 였고 지금까지도 그 일을 해오고 있지만 당시 간접적으로나마 학교에서 꿈꾸던 패션기업의 실상에 대해 많은 것을 보고 또 느낄 수 있었다.


 


당시 그 회사는 여성복 뿐 아니라 남성,캐주얼,아동,잡화 등 다양한 타깃의 브랜드들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각 브랜드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그 브랜드가 속해있는 시장의 특성에 대해 듣고 배우는 것은 패션기업에서 일하는 큰 즐거움 중 하나였다.


 


아마 SPA란 단어를 들은 것도 그때쯤인 것 같다. 처음엔 패션 상품의 제조와 유통과정에 대해 전혀 몰랐기 때문에 SPA의 특징에 대해 들어도 비교할 근거가 없어 답답할 따름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옷이 어떤 과정을 거쳐 매장에 진열되고 소비자를 만나게 되는지 알게 되면서 어렴풋이나마 SPA란 말의 의미를 이해하게 되었다.


 


공교롭게도 내가 그 회사를 다녔던 시기는 IMF 이후 국내 내셔널 브랜드들이 좀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무너져가는 시기였던 것 같다. 화려했던 로드샵의 전성기는 끝나가고 있었고 백화점이 패션유통을 독점하다시피 하게 되면서 가뜩이나 IMF로 위축되어 있는 소비에다 백화점의 높은 수수료가 겹쳐 국내 브랜드들은 하나둘씩 화려했던 시절을 벗어나고 있던 상태였다. 살아남기 위해 1년 내내 할인행사를 해야만 했던 브랜드들은 결국 소비자들에게 값싼 브랜드로 낙인 찍혀 백화점에서 퇴출되고 그 빈자리는 수입브랜드가 채워가는 모습을 씁쓸하게 지켜봐야만 했다.


 


진캐주얼이 가장 먼저였고 그 다음은 아동 그리고 명품에 힘없이 무너진 잡화등의 순서였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건 여성과 남성이었는데 당시 짧은 내 생각엔 아마도 여성과 남성 모두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스타일이나 핏이 다른 나라 브랜드의 그것과는 매우 다르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었다. 그러다가 결국 남성이 무너진건 주 5일 근무제가 정착되면서 캐주얼 정장이 확산되고 또 아웃도어 시장에 손님을 빼앗겼기 때문이었고 마지막 보루였던 여성은 인터넷 소호에 몇년간 시달리다가 결국 자라와 H&M 등 해외 SPA의 입성에 손을 들어버렸던 것 같다.


 


여기까지가 10여년간 지켜보았던 국내 패션시장의 현주소다.


 


신문기사에서 '유니클로 제국의 빛과 그림자'라는 책 제목과 소개를 보았을 때 들었던 느낌은 두가지였다. 첫번째는 물류전문 기자가 쓴 만큼 SPA의 핵심 무기인 생산과 보관과 유통 그리고 사후 처리에 관해 참고할 만한 내용이 있겠구나 하는 것이었고 두번째는 제목에서 느껴지는 대로 또 한명의 고집센 창업자의 모습을 만나보겠구나 하는 점이었다.


 


먼저 유니클로의 오너쉽에 대한 그의 설명을 보자면


 


■ “아무리 이익을 내더라도 내가 그린 청사진대로 비즈니스가 이뤄지지 않으면 만족할 수없다. 비즈니스는 모름지기 내가 생각하고 계획한대로 이뤄져야 하고, 그런 과정에서 이익도 내야 한다. 나는 그것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그것을 공유하는 사람을 파트너라고 생각한다.


 


이건 한국에서 직장생활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낯설지 않은 말일테니 야나이 회장의 경영 스타일에 대해선 이쯤 하기로 하고 저자가 설명하는 유니클로 SPA의 핵심은 크게 두가지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첫번째는 외주업체와 계약직 직원을 철저하게 활용함으로써 본체의 몸집을 가볍게 유지해 리스크에 대비할 수 있게 하고 두번째는 일반적인 SPA 답지 않게 다품종 소량생산이 아닌 소품종 대량 생산을 하는 것이다.


 


저자는 특히 소품종 대량 생산 방식에 대해 지금의 유니클로를 있게 한 '폴라 플리스'나 '발열내의','브라 톱' 등 히트작들을 계속해서 만들어내지 않으면 결국 무너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러면서 전세계 SPA 1위 브랜드인 '자라'의 취재 결과와 비교하는데,


 


ZARA는 상품의 50퍼센트를 본사 주변에 있는 자사 공장에서 만들고 있습니다. 50퍼센트의 상품은 모두 패션성이 풍부하고 이익률이 높은 주력상품이죠. 아르테익소 본사에서 결정한 디자인 상품을 가장 빠르게는 14일 만에 시부야나 뉴욕 5번가를 포함한 세계 70여 개국 매장에 진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세계 모든 매장에 주 2회 상품을 배송합니다. 이때 배송하는 상품의 50퍼센트는 신제품이고, 나머지 50퍼센트는 매장에서 발주한 것이죠. 1개월 만에 거의 모든 매장의 상품이 바뀌기 때문에 항상 최신 제품으로 고객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결국 저가 정책으로 승부하는 유니클로는 동일한 아이템으로 평균 두배의 가격을 받는 자라에 비해


 


1. 지나친 인건비 절감 정책으로 인한 비정규직 양산으로 매장에서 손님들의 의견이 본사로 제대로 전달되지 못할 것이며


 


2. 안정된 수익을 위한 소품종 대량 생산 과 외주 업체의 적극 활용은 기동성을 떨어트려 전체 생산 물량의 50%를 스페인 본사 주변에서 생산하는 자라의 기민한 대응을 쫓아가지 못해 결국 저가 전략에서 벗어날 수 없는 한계가 있고


 


3. 전체 상품의 60퍼센트를 해외에서 판매하는 자라에 비해 해외 매출 비중이 10퍼센트대인 유니클로는 아직 글로벌 시장을 완전히 개척했다고 볼 수 없으며


 


4. 마지막으로 경영과 사업이 분리되어 있어 근본적인 방향전환이 필요한 시기에 20여년간 일해온 CEO를 교체할 수 있었던 자라에 비해 야나이 회장 본인이 모든 결정을 하는 유니클로는 만약 시장을 보는 그의 감각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는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저자의 의견이 현실을 100퍼센트 반영한다고 볼 수는 없다. 앞서 정리한 내용이 국가나 기업의 스타일에 따라 얼마든지 융통성있게 변화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자라의 방식을 100퍼센트 따라한다고 해서 모두가 자라가 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SPA 를 활발하게 추진하는 요즘 두 거대 SPA에 대한 비교는 많은 참고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모든 책임을 져야하고 또 그로 인해 사업을 키웠고 지켜왔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쉬고 싶다는 욕구와 감각이 떨어지는 것에 대한 불안감 그리고 체력의 한계를 절감하면서 계속해서 멋지게 사업을 이어나갈 후계자를 찾아보지만 젊은이들의 무책임함과 무능함에 어쩔 수 없이 자리를 지켜야 하는 이 땅의 모든 오너들과 또 그런 모든 걸 뻔히 알면서도 한줄기 희망을 움켜잡고 그들 밑에서 일하고 있는 모든 직장인. 갑자기 그게 생각이 났다. 그게 바뀔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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