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나는 자가용이 없기에, 버스를 타고 다닌다. 버스를 타고서 유심히 관찰해보면 사람들이 가장 많이 타고 가장 많이 내리는 역이 있다. 무슨 역일까? 바로 OO종합병원이 있는 역. 내가 탄 버스는 그 병원 앞에서 사람들을 태우고 내뱉기를 매일 반복한다.
B
문득 요즘 사람들은 살기 위해 병원에 가나 병원에 가기 위해 사나 궁금해졌다 ㅡ 물론 이러한 의견은 개개인의 인생을 세심히 살펴보지 않았다는 단점이 있다. 항상 건강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몸이 위독해져 병원을 찾은 사람도 내 눈엔 매일같이 병원 가는 사람으로 보일 터이니 말이다.
몸과 마음이 허약한 나 또한 병원을 자주 찾기에 혹자의 눈에는 나도 병원에 의지하는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는 일이다. 아무튼 확실한 것은 요즘 사람들이 건강에 대한 열망 혹은 불안감을 떠안고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는 것.
C
인생은 예고 없이 찾아오는 것들의 연속이다.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원조는 ‘병’과 ‘죽음’이 아닐까. 저자는 말한다.
“사람은 역설적이게도 살아 있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질병과 죽음을 불안해하고 두려워할 수밖에 없는 모순을 숙명으로 안고 살아갑니다.”(19P)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기본적으로 건강에 대한 욕망을 갖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항상 건강이 나빠져서야 그것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낀다. 몸이 아파지면 그동안 자신이 얼마나 안 아팠는지를 알게 되고는 건강한 시절에 대한 향수를 지니며 병원을 찾는 우리.
병원의 도움으로 완쾌할 수 있다면 다행이다. 그런데 병이 너무 커져버려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면? 다시는 그 옛날의 건강한 상태로 돌아갈 수 없다면?
사람들은 이러한 불안감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건강을 보존하고 병을 예방하기 위한 노력들을 일상적인 차원에서 실천한다. 이러한 노력으로 만들 수 있는 최선의 상태는 우리가 ‘웰빙’이라고 두루뭉실하게 부르는 것이다. 웰빙은 오래전에 열풍이 되었고 그것을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쏟아져 나왔다. 사람들은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하고 건강식품을 사먹었으며, 이때 한의학도 다시금 과거의 영광(?)을 누리게 된다.
D
사람들이 건강에 지나친 관심을 갖게 되자, 그것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돈이 되는’ 사업으로 인식되기 시작하였다. 방송에서는 ‘전문의’라는 사람들이 나와서 건강에 대해 이것저것 떠들어대는 것이 유행으로 자리 잡았다. 건강에 대한 정보의 제공은 언제나 유용한 것으로 인식되었고 방송, 인터넷, 신문 등에서는 경쟁적으로 대중들에게 건강 상식을 알려주려고 노력하였다. 그러나 그 결과는 아이러니하다. 건강상식이 너무도 넘쳐나 버린 바람에 일반 대중들은 양질의 정보를 분간하는데 어려움을 느꼈다. 특히 인터넷에서의 ‘네이버 지식IN’과 같은 곳에서는 비전문적인 건강 상식들이 떠돌았다(요즘에는 어느정도 개선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인터넷의 보급은 정보의 확산을 빠르게 하며 ‘정보혁명’을 이루어낸 것처럼 보였지만 이것은 사실 불량 정보혁명이기도 하였다. 따라서 정보가 필요할 때 인터넷에 의존하는 버릇을 들여 버린 우리는 잘못된 지식으로 인한 잠재적인 피해에 매일같이 노출되게 된 것이다.
E
저자는 우리가 평소에 인터넷을 보며 건강 상식을 얻는 것처럼 대중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 좋은 생활습관으로 질병을 예방하는 ‘자발적 의료’를 강조한다. 저자가 현직 한의사이기에 그가 강조하는 것은 자발적 의료의 한 방법으로서 우리의 오래된 미래인 ‘한의학’이다. ‘자발적 의료’라는 점에서 두 가지는 유사성을 지닌다. 다만 인터넷 의학 정보를 통한 자발적 의료와 한의학적인 자발적 치료의 차이점은 이 책의 저자는 병원에서 직접 환자들을 만나는 한의사이기에 신뢰할 수 있는 건강 정보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그가 실존인물인지 알아보고 싶거든 종로구 명륜동 다연한의원에 가보시길).
F
이 책에는 건강을 지키기 위한 정보들이 단순 나열되어 있지 않다. 책에는 ‘건강 정보’ 뿐만 아니라 한의학과 건강, 삶에 대한 저자의 성찰까지 곁들여져 있어 가치를 더한다. 또한 음양陰陽, 오행五行, 기氣 등의 한의학을 이해하기 위한 핵심 키워드를 친절하게 설명하며 한의학 자체에 대한 이해를 높이려는 시도를 하는데,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과거의 한의학과 현대의 한의학이 무엇에 관심을 갖는지 확실하게 알게 될 것이다.
G
모든 걸 떠나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일상에 곧바로 적용할 수 있는 건강을 위한 실천 방법들이 담겨있다는 점이다. 다양한 건강 체조의 방법이 그림과 함께 수록되어 있는가 하면, 세수 잘하는 방법, 숨 잘 쉬는 방법, 물 잘 마시는 방법, 술 잘 마시는 방법 등이 수록되어 있는데, 그야말로 일상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항목으로 보이지 않는가! 또한 약차를 타먹는 법이 나오는데, 나는 이 책을 통해 정말 다양한 약차와 그것의 다양한 효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약재만 구해온다면 집에서 당장이라도 해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나의 게으름 때문에 아직 맛보지 못했지만 호기심은 있어서 아마도 곧 맛보게 될 것 같다).
약차 레시피의 뒤편에는 근육 뭉침, 변비, 생리통, 비염, 안구건조 등 보통 사람이 평소에 만날 수 있는 질병들에 대한 약차&지압 처방이 자세히 담겨있어 이 또한 실용적이다. 또, 저자는 너무도 궁금했지만 차마 한의사에는 물어보지 못하고 지식IN에 물어봐야했던 한의학 관련 질문들에 대한 답변을 ‘한의학 Q&A'라는 코너를 마련하여 답변해주는 자상함을 보이기도 한다. 이 책에는 이외에도 더 많은 정보가 담겨있다. 궁금하신 분은 목차를 훑어보시길!
H
요 며칠간 <내 몸과 친해지는 생활한의학>으로 인해 모처럼 한의학의 매력에 빠져 지냈다. 나는 이 책을 쉽게 내려놓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두고두고 볼 수 있는 실용적인 책이기 때문이다. 기존 한의학의 ‘고리타분한’ 이미지와는 달리 이 책은 잘 짜인 구성으로 일반인에게 눈높이를 맞추기 위한 세심한 시도가 돋보인다.
I
오늘의 질병은 과거의 선택이 누적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최고의 건강법은 나와 내 삶을 잘 다루는 기술입니다. 하루하루를 어떻게 살았는가에 따라 너무도 정직하게 반응하는 것이 바로 우리의 몸과 마음이니까요. (…) 대부분의 병은 내가 살아온 삶의 결과물입니다. 하루하루 살다 보면 몸과 마음에 부담이 되었던 것들이 한 방울 한 방울 모여서 어느 순간 밖으로 넘치게 되는데 이 넘치는 상태가 바로 병인 것이지요. 따라서 병이 나지 않으려면 넘치기 전에 비워야 하고, 더 나아가서는 몸과 마음을 잘 써서 무리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당연히 <내 몸과 친해지는 생활한의학>의 집필 의도는 건강을 좌우하는 우리의 수많은 선택에 정확한 정보를 주어 미래의 질병을 피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이다. 당신도 이 책의 독자가 되면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과 해가 되는 것을 더욱 명확히 구분하는 밝은 눈이 생길 것이라 확신한다.
우울한 건강은 우울한 정신을 낳는다. 한의학의 도움을 받아 건강에 대한 자신감을 되찾으면 우리는 질병에 대한 불안과 강박에서 벗어나 조금 더 여유롭고 자유로운 삶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내 몸과 다시 대화를 시작했다. 이제부터 문제는 꾸준한 실천이다. 자, 여기 좋은 방법이 있다. 더구나 별로 어렵지 않다. 당신은 건강을 위한 몸과의 대화를 시작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