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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학개론]90년대 캠퍼스커플 멜로의 모든것을 되살린 사랑건축

글쓴이: 헬로큐티의 무비 팩토리 | 2012.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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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성했던 모니터링 관람 후 '막장'과 '대책없음'이라는 주변분들의 우려에 살짝 겁먹은 기분으로 관람한 영화 <건축학개론>은 당초 조심스럽던 예상을 뒤업고 놀라울정도의 흥미로운 시선집중을 선사했다.

15년만에 뜬금없이 찾아온 '첫사랑'과의 재회를 시작으로 펼쳐지는 남과 여의 어긋난 첫사랑 재건축은 마치 15년이라는 시간의 거리 위에 펼쳐진 설계도면으로 아련한 첫사랑의 기억을 조감하고있는듯해 새로운 입체감을 선사해주고 있는것.

시간이라는 세월을 담은 장소에 얽힌 90년대 삶의 궤적이 그리움 묻어나는 공간학적 개념(집, 동네, 성공을 꿈꾸는 삶 등)으로 감정적 기억이 공유되어, 주인공들 뿐만이 아니라 관객들에게도 감정적으로 교묘한 생계형 향수를 자극하게 만든다.
주인공들의 추억이 하나 둘 새로 지어짐에따라 관객들의 한쪽 머리 또는 가슴에 오랫동안 방치되어온 옛집같은 기억들이 복원되기 시작하기때문이다.
이러한 색다른 형태의 시간의 교차가 영화<건축학개론>을 단순한 감상적 멜로로 단정할 수 없게 한다.


 


특히, 집과 삶에 얽어놓은 영화의 놀라운 비유는 정말 탁월!!


30년도 넘게 쭈욱 같은곳에서 살아온 우리 엄마는 좋다-나쁘다고 편가르기 어려운 '그냥 집'이고,


아련한 첫사랑은 낡은 한옥처럼 손안대면 계속 먼지가 쌓이며 스러지는 모습으로,


앞으로 살아갈 새로운 삶은 과거를 다 허물어버리고 신축하는게 아니라 과거를 리노베이션해서 좀 더 편안한 공간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었다니.


 



 

아련할수록 위험한게 첫사랑이라지만 이 영화는 매우 용의주도하게 그들의 아련했던 15년전 사연들을 주위의 사물(집), 사람(친구와 연애), 혹은 음악(CD플레이어)등의 문화들로 채워 돌이켜볼수록 커지는 그리움으로 마음 기울어지게 만든다.
재밌는 예로 <돼지의 왕>에 이어 96학번 앞뒤 선배님들의 그 시절 '게스'파워를 또한번 실감한.


강북과 강남으로 나뉘는 경제적 문화가 꿈과 연애에까지 미치는 파워까지.. 디테일 살아있는 이 영화의 감각에 탄복.



이제훈님의 모습을 보라. 허리에 삐삐차고 손엔 수동필름카메라, 가방엔 전람회 '기억의 습작' CD, 바지나 티셔츠엔 '게스' 로고쯤 드러나게 쓰여진 행색.ㅋㅋㅋ


 




지나버린 알싸한 첫사랑의 추억에 위험한 욕망을 꿈꾸는 비현실 없이(우린 이런 개막장형 드라마에 너무 물들었다 ㅜㅠ) 나고 자라온 동네 곳곳에 뭍어있는 인상과 아름다운 제주의 바다풍광을 눈부시게 바라보는듯 이룰수없는 첫사랑을 보듬는 이 영화의 애틋한 시선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15년 전, 너무 순수해서 서툴게 상처입은 스무살의 그들.


그들의 아련한 첫사랑은 마치 우리 모두의 첫사랑을 대변하고 있는게 아닌가.  



 


 


첫사랑이 품은 모든 것의 아름다운 결합시킨 이 영화의 '건축'은 들뜬 설레임, 서툰 표현, 성급한 오해, 지독한 통증, 아련한 그리움의 실체까지 그 설계가 완벽하다.
카메라는 추억이라는 여운과 두근거리는 그리움이라는 공기까지 표현하며, 편집은 그 설레고 아프고 아련한 경계의 정확한 지점을 잡아준다. 이제훈의 섬세함 넘치는 표정과 내면연기는 발군이고 너무 쉬어서 굳어버린건 아닌가싶었던 한가인에게 안도한 순간들!ㅎㅎ

감정기복이 안느껴지던 한가인님의 초반부 대사치기에 조금 답답하기도 했으나 썅욕을 내뱉어도 아름답기만한 첫사랑의 '외모'에 무슨 불만이 있으리 ㅋㅋㅋ
다만, 15년전의 이제훈님과 엄포스님의 외모적 격차가 엄청나서 과거와 현재를 볼때마다 완벽한 타인을 보는것같아 생경했다. (이제훈님이 너무 커부럿으ㅎㅎ)
과거시절의 배우가 좀 더 투박한 이미지에 덜 유명한 배우였으면 더 큰 싱크로를 보이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초큼' 들기도.

뭐 결론적으로, 엄태웅님은 이번엔 매번 안된다는 쓰디쓴 패배감으로 울상짓지 않으셔도 되겠다.
또한, <불신지옥>에서 기묘한 공포감을 만들어내었던 이용주 감독의 새로운 시도<건축학개론>으로 완성한 첫사랑이라는 이름의 추억의 집짓기는 성공적이라 하겠다^^


  





싱숭이와 생숭이로 더블미팅하자는 친구의 위로(이 '납뜩이'캐릭터가 정말 대단한 역할을 합니다. 생각할수록 자지러지는 공감의 웃음을 터트리게 만들죠. 정말 내 청춘에 이런 친구는 꼭 있어야합니다!!!!!)와 이어폰을 나누어 끼고 복사되지 않은 순간의 멜로디를 공유했던 시간의 노래한곡.


영화속에 등장하는 주변 모든것들이 모조리 '첫사랑의 추억'이 되는 시간이었다.


 


96학번 전후의 선배님들께 이 영화는 추억의 연애앨범이 되어줄듯하다. ㅋㅋ



 



더하기.
<8월의 크리스마스>이후로 이제와 어찌해볼수 없다는 애틋함은 그대로 가져오면서도 이런 산뜻함과 느낌좋은 캐미스트리는 오랫만.
요즘 너무 '찌질남'이 대세라 식상했는데 <번지점프를 하다>와 같은 운명적인 과장의 환상기제 없이도 이렇게 색다르게 첫사랑을 재건축해냈다는게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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