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이 만들어 낸 아이들 나라 / 거인이 잠든 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은 언제 어떻게 누구가 만든것일까 ?
42억년전 , 빅뱅, 물,공기, 미생물의 출현 그리고 공룡시대를 거쳐 인류 정착기, 과학적으로 알고있는 지구의 모습입니다. 그건 명백한 사실로 아이들이 꼭 알아야만 하는 역사이기도 합니다.
헌데 너무 딱딱합니다. 이미 만들어진 시간을 달달달 외운다라는 것 이외에는 조금 더 똑똑해 보인다라는 사실 정도, 아이들이 제법 어렸을때 옆집에 살던 또래친구가 많이 부러웠던 적이 있습니다. 무엇을 보든 자신만의 상상력을 입혀서는 더욱 멋진 세상 멋진 이야기로 이끌어 내곤 했으니까요.
아이세움의 창작동화 거인이 잠든 섬을 읽어내려가다가는 이젠 기억도 가물가물 해진 그 친구가 생각났습니다. 42억년전의 지구 역사와는 상관없이 그 아이의 시선으로 만들어낸 세상이 있었다면 바로 이런 나라가 아닐까 싶었기 때문입니다.
섬의 서쪽에는 항상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는 드러렁 동굴이 있고, 섬의 중심에는 저절로 오르락 내리락하는 위풍당당 마제스틱산이 있는가하면 섬의 동쪽에는 또 다른 무언가가 존재합니다.
무언지 모를 비밀을 가득안고 있는 그런 나라, 아니 아주 작은 섬입니다.
하지만 거기에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그 공간이 세상의 중심이라 믿고 있지요
거기엔 열살짜리 꼬마친구 퍼시모니 스머지가 있습니다. 모험심 강하고 세상에 대한 호기심도 가득한 소녀이건만 유난스레 꺼리는게 많은 엄마로인해 글도 배우지 못한 채 바구니를 짜거나 비질로 소일하는 따분한 삶을 살아가는 중 이지요. 어느날 엄마가 집을 비운사이 언니의 잔소리가 싫어 집어던진 빗자루가 가난한 집안에 유일한 식량이 되고있는 빵을 내어주는 귀중한 단지를 깨뜨리게 됩니다.
엄마에게 혼나는 것보다는 차라리 집을 나가는게 낫겠다 싶어 집을 떠난 날 예기치 못한, 그러나 퍼시모니가 꼭 해보고 싶었던 모험이 찾아왔답니다.
아주 오래전 갑자기 집을 나가버린 아빠의 비밀로부터 시작되고 있는 이야기였지요.
그러한 나라엔 필요하지도 않으면서 물건을 만들고 후추를 너무도 좋아해 사람들을 괴롭히는 꼬마왕 루카스, 그의 백성이자 자신들이 세상의 중심이라 믿고있는 선스피터족, 그들을 피해 버드나무 뿌리에 살고있는 예의 중시족 리프이터족 , 웃음을 참지 못하는 럼블펌프족까지 모두 모여 살아가는데 어느날부터인가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합니다.
땅 밑 어딘가에 거인이 잠들어 있다는 믿어지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과연 그 말을 누가 믿어줄 것인가, 사실이라면 어떻게 해야하는것일까.
내가 살아가고 있는 나라가 알고보니 거인이 잠들어있는 섬이었다라는 기발한 사고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열살 꼬마소녀 퍼시모니의 모험과 세 종족이 힘을 모아야만 위기를 모면하고 철부지 왕을 모시는 허당모습의 신하들 감금하고 반란하는 뜻밖의 재미들까지 가세해가는 탄탄한 이야기였으니 어른이 쓴 것같지 않은 아이들의 시선을 제대로 짚어내고 있는, 아이들이 만들어간 세상, 아이들이 하고 싶은 모험과, 아이들만이 할 수 있는 생각들로 다가가게 되었답니다.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고 싶었던 퍼시모니는 나라를 지켜야할 의무와 힘을 가지고 있는 왕 루카스를 찾아가지만 자신의 공간속에서 자만에 빠져있던 왕은 거인이 잠들어 있다라는 사실을 믿어주지를 않지요, 아뇨 믿지 않기로 결정한 눈치입니다.
게다가 거인이 잠들어 있다라는 사실을 모른채 야금야금 거인의 발가락을 공략하는 리프이터족, 거인이 존재한다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웃음속에 빠져있는 럼블펌프족, 진실을 외면하고 있는 선스피터족까지 합세해서는 거인의 잠을 깨워가고 있으니 그 사이에서 퍼시모니 혼자서 고군분투할 따름입니다.
과연 위험요소와 방해요소만이 널려있는 세상에서 거인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인가
등장하는 인물들도 그들이 하는 행동이나 이야기도 그들이 만나고 겪게 되는 모든 모험들까지를 바라보는 시선이 참 독특했습니다. 분명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위기의 순간이건만 이 상황을 어떻게 모면할까, 다음 이야기는 어떻게 풀어갈까하는 창작의욕을 불러 일으켰으니까요.
자신이 딛고있는 세상만이 존재하는 모든것이라고 생각했던 섬사람들에게
그 너머엔 무엇이 있는걸까 ? 라는 의문을 안겨준 퍼시모니처럼 작가는 아이들에게 거인의 잠든 섬이라는 이야기를 통해서 지구역사적 차원이 아닌 문학적으로 세상을 생각하게 만드는 힘을 가져다 주고 있구나 싶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