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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스와 타나토스, 그 멈출 수 없는 탈주의 본능

글쓴이: IRead | 2012.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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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텔리스의 미학을 간단히 무시하는 방법


보통 우리들은 소설을 읽을 때, 스토리텔링을 염두에 두면서 그 인물과 이야기의 줄거리를 따라잡는다. 그 주인공같이 보이는 인물이 갑자기 사라지거나, 내러티브가 갑자기 허공에 증발했을 때, 우리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채, 그 소설의 읽기를 중도에 멈추고 불평불만을 늘어놓기 일쑤이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근래에 이런 증후에 소설들이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김태용의 <포주이야기>, 물론 김태용은 지금 현세대에 갑자기 등장한 신인류적 글쓰기의 영도자는 아니다. 


그는 꾸준하게 오랫동안 단편과 장편을 오가며 이상한 제목으로 예를 들면 <풀밭위에 돼지> 또는 <숨김없이 남김없이>라는 괴상망측한 제목으로 우리들의 눈과 뇌를 현혹시켰다. (이상하게도 이 제목을 보고 있자면 비약적이지만 홍상수의 <돼지가 우물에 빠진날>을 혹은 류승준의 <피도 눈물도 없이>라는 영화제목이 불현듯 떠오른다) 그의 새롭게 선보인 소설집<포주이야기>를 읽어본 평론가들은 뭔가 뉴센세이션의 탄생이 도래했다고 칭찬하기에 바쁘다. 


복도훈은 “읽기의 어려움에 대해 쓰는 소설이며, 쓰기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 하는 소설”, 노대원은 “일링크스의 서사시학이다. (일링크스라는 단어의 정의는 그리스어로 물의 소용돌이를 뜻하며 현기증(ilingos)에서 파생된 단어라고 하는 데 일종의 몰입게임의 한 방법이다) 여러 서술자/인물들은 현란한 일링크스의 놀이충동에 몸과 의식을 내맡기기도 한다.”,라고, 이소연은 핵심적인 오브제를 지칭하는 단어로 ‘몸’의 불가능하고 불가측한 글쓰기이다.“, 라고 서희원은 “실렌시스라는 수사법의 활용(실렙시스는 동일한 단어를 이중으로, 즉 단어를 고유의 의미와 비유적 의미로, 경유에 따라서는 은유, 환유를 동시에 사용하는 방식) 의 적절한 예” 라고, 권혁웅은 “감각이 어떻게 현현되는 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시적인 소설이다”라고, 조강석은 “ 메타적이라고” 언급하며, 허윤진은 “현실을 반성적으로 뒤돌아보는 소설이다.” 라고 표현했다. 여기서 방점은 언어의 ‘파괴’이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기호의 정의로서의 전달을 멈추고 단어와 단어 사이에서의 더 풍부하고도 더 많은 내용을 압축하여 또 다른 차원의 글쓰기의 영도의 시대로 돌입하게 만든다. 그의 소설집 첫 번째 세계는 그 눅눅하고도 축축한 냄새의 세계가 창연하여 뒷목의 분위기를 송골하게 만드는 소설집의 메인테마이자 한편의 출발점을 알리는 <포주이야기>이다. 남성욕망의 표출 그리고 회고, 그는 


“나는 포주였다‘(p11)


라는 문장으로 우리들에게 도발한다. 나의 윤리의식 저편에는 어딘지 알 수 없는 어둠의 심연 혹은 심층이 가라앉아있어 언젠가는 분출할지도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내러티브에서 우리의 심장은 터질 듯 한 긴장감을 만들어 낸다. 바로 모든 평론가들이 그들의 책장에서 꺼내기 쉬운 레퍼런스 목록에 첫 번째 장으로 자리 잡고 있는 ’죽음충동‘과 ’반복강박‘. 프로이드는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를 즐겨했으며 더욱이 그 충동 즉, 드라이브에 대해서 상당히 흥미롭게 지켜보던 심리학자의 고유대명사로서의 전환, 그리고 반복은 질 들뢰즈가 이 세상을 구성하고 있는 자체로서의 반복과 차이, 그 반복이 더 하면 더 하면 할수록 그 반복의 이미지는 사라지고 그 강박적인 관염의 세계가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김태용의 소설이 ’죽음‘을 다루는 방식이 ’환상‘의 전형적인 트릭을 사용하여 차용하지만, 여기서 그 죽음이 충동적인 강렬함과 도킹하는 순간 그 죽음이라는 정의는 점차 참천되는 것이다. 말 그대로 가라앉음. 그리고 그 멀어짐, 계속해서 그가 <포주이야기>에서 반복적으로 꺼내드는 ”(주체)는(조사) 포주(대상)였다.(과거형의 인용)“ 어쩌면 그 발화하는 순간에 ’강조‘라기 보다는 한편의 모노드라마에서 독백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대사‘의 이미지, 즉, 주체의 불안이 대상으로 전이되는 순간의 그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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