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이름모를 새가 우렁차게 하루의 시작을 알린다. 슬슬 일어나서 출근준비를 해야지, 하고 있는데 마당에 있는 나무사이로 두세마리의 새가 몸을 부디껴가면서 함성이다. 쟤네들, 혹시 아침운동하나? 싶은. - 아침부터 싸우는거 아냐,라는 생각을 하기엔 그들의 사이가 그닥 나빠보이지 않아서 운동을 하며 함성을 지르는거로 결정했다. 내맘대로.
평소 내가 갖고 있는 새에 대한 관심은, 글쎄다, 거의 없다고 봐야할까? 여름철 집 뒤쪽 내창에서 개구리가 시끄럽게 개굴개굴 개구지게 떠들어대고 있으면 창밖 나무에서는 그에 답을 하듯 꾸륵대는 새가 있다. 그놈이 멧비둘기인가? 아무튼 그렇게 시끌벅적한 여름이 되었다. 그런데 올 여름, 뭔가 이상해.
지금도 창 밖 어디선가 맑고 높은 새의 울음소리가 들리고 있긴 하지만 기나긴 여름을 활기차게 해 주는 개구진 개구리의 울움소리도, 멧비둘기의 꾸루룩대는 소리도, 철모르는 귀뚜라미의 때이른 귀뚤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너무도 조용한 여름이 서서히 무너져가고 있는 지구환경의 소리없는 외침인 듯 해 마음속 어딘가 서늘해지고 있다.
제주 탐조 일기는 제목 그대로 제주에서 생이 - 제주말로 새,를 일컫는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부부의 아들은 강생이로 불린단다. -를 관찰하고 기록한 글이다. 거창하게 조류학 보고서 같은 것이 아니라 그냥 제주에서 볼 수 있는 생이를 관찰하며 살아가는 부부의 삶과 생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알록달록 아름다운 책이다. 내가 제주에 살면서 본 알록달록한 새라고는 그나마 소년체전이나 전국체전을 한다며 떼로 날려보내고 온갖곳에 똥을 싸질러놔 우리에게 더럽다는 인상만 남긴 비둘기,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가만히 기억을 떠올려보니 아주 어렸을적에는 제주동박새도 봤었다는 걸 기억해냈다. 과수원에 떨어져있던 어린 동박새를 들고 와 새장에 넣어뒀는데 지나가던 고양이가 새장문을 열고 잡으려는 찰나 도망간 동박새는 초록과 노랑이 어우러진 색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아쉬움과 안도감이 교차되는 와중에 기억에 남는 것은 아름다운 색이었다. 그리고 현관 지붕밑에 둥지를 틀고 한철을 함께 지낸 제비. 솔직히 말하자면 그 새가 제비인지는 모른다. 그저 집 지붕아래 둥지를 틀었으니 제비라고 기억하고 있을뿐. 그러고보니 몇년전에 시내 한복판 - 도심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중앙로거리 한복판에 있는 전깃줄에 새까맣게 매달려있던 수많은 철새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진걸까?
내 눈에서 사라지니 철새들이 제주를 스치기는 할까, 싶었는데 가끔 일이 있어 성산포나 한림쪽으로 가면 다가서기 무서울만큼 몰려있던 새떼들을 보기도 했으니 아마도 새들도 공기탁한 도심 한복판보다는 시원하고 전망좋고 공기좋은 바닷가 방파제쪽으로 이동해갔나보다.
제주토박이 새인 동박새와 까마귀정도밖에 몰랐는데 이 책에 실려있는 생이 사진을 보니 너무도 이쁘고 깜찍한 새들이 많다는것에 새삼 감탄했다. 뉴스에서 간혹 새에 대한 기사, 어쩌면 팔색조에 대한 기사도 본 기억이 날 듯 하지만 이렇게 새를 사랑하며 가만히 조심스럽게 새를 찍은 사진들을 보고 있으려니 그 아름다움이 더 마음에 남는다.
언젠가 나도 사진이 아닌 실물로 팔색조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을까, 괜한 기대감과 설레임이 생기는 걸 보니 거리를 거닐며 뚱땡이 비둘기들만 노려보던 걸 멈추고 눈을 들어 저 넓은 하늘을 날아다니는 생이들을 경이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