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일간지 토요일 북 섹션에서 이 책을 처음 만났다. 내가 아는 한겨울 시베리아는 숨을 쉴 때마다 영하 수십 도에 냉각된 수증기 알갱이가 콧 속으로 들어오고, 침을 뱉으면 땅에 도달하기 전에 얼어버리는 곳이었다. 이런 극한의 공간에 사는 영혼은 대체 누구일까? 리뷰를 읽으면서 곧 알게 되었다.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어쩌면 호랑이에 미친 사나이라 볼 수밖에 없는 박수용 PD는 자연 앞에서 늘 자세를 낮춘다. 그 위험한 호랑이를 목숨 걸고 찾아 다니면서도 절대 총이나 칼 같은 흉기를 소지하지 않는다. 책을 읽으면서 깨달았다. 호랑이는 우리가 생각하는 동물 이상으로 지능이 높고 예민하다. 숲에 나타난 사람만 딱 봐도 사냥꾼인지 그냥 지나가는 사람인지 알아챈다.
나무와 풀로 가득한 그 넓은 숲에 아주 조그만 변화만 있어도 호랑이는 금세 눈치를 챈다. 자신을 포획하기 위핸 몰래 숨긴 각종 덫을 회피하여 날카로운 이빨로 잘근잘근 씹고 강력한 앞발로 후려처서 부셔 버린다. 심지어 자연의 소리를 녹음하기 위해 깊숙히 위장하여 숨겨 놓은 플라스틱 녹음기마저 어떻게 알아채고 순식간에 고물로 만들어 버린다.
놀라울 정도로 생생하게 묘사한 시베리아 호랑이의 삶과 죽음은, 박수용 PD의 아름다운 문체와 맞물려 페이지를 함부로 넘기기 아깝고 미안하다. 원래 소설가를 꿈꾼 사람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그가 묘사한 시베리아의 광활한 자연이 눈 앞에 생생히 그려진다.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책을 쓴 그는, 지금도 시베리아의 어느 숲에서 살을 에는 추위와 그 보다 더 지독한 고독과 싸우면서 호랑이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