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독에 다작을 하기로 유명하다는 김연수 작가의 이름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으나, 이제서야 그의 작품과 처음 조우했다. 몽환적인 표지에 낭랑하게 박힌 '원더보이'는 그 제목부터 나같이 단순한 이의 호기심을 증폭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첫 페이지부터 원더 원더 오로지 그 원더에 집착하며 광폭한 나만의 질주를 시작했다.
70년대의 시대적 아픔이 여전히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는 80년대 신군부 시절,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간첩을 죽인 애국자는 비록 그 자리에서 죽었지만 그의 장한 아들은 온국민의 기원으로 기적적으로 소생하여 희망의 마스코트 '원더보이'로 탄생되었다. 무지한 대중의 마음을 이런 거짓으로 사로잡으려는 권력층과 대중에게 진실을 알리려는 힘없는 지식인들이 이 '원더보이'를 사이에 두고 좌/우로 배치되어 있는 야릇한 상황이 속에서, 불가사의한 힘을 갖게 된 '원더보이'는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의 아픔을 느끼게 된다. 자신의 숨겨진 역사를 찾는 과정에서 시대의 아픔과 진실들에 직면하게 되는 성장통을 겪는다.
두려움이란 어떤 행동도 하지 않는 걸 뜻합니다.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리는 걸 뜻합니다. 눈이 보지 않고, 귀가 듣지 않고, 입이 말하지 않을 때 우리는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말라는 건 부정의 문장이 아닙니다. 그건 행동하라는 말입니다. 눈으로 보라는 것이고 귀로 들으라는 것이고 입으로 말하라는 것입니다. 용기를 내라는 말입니다. 일어서라는 말입니다. 아무리 캄캄하고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적어도 우리는 그 어둠을 지켜볼 수는 있습니다. 어둠 앞에서 용기를 내십시오.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기라도 하십시오.(p.271)
그리고 '원더보이'는 알게 된다. 앞으로 살아갈 세상은 지금관 완전히 다를 것이라고, 누군가 예전으로 돌아가려 한다면 우린 혼자가 아니라서 절대로 가만히 있지 않을 거라고...... 그렇게 우리 모두는 희망한다.
집요하게 그 '원더보이'를 쫓다보면, 그의 성장통은 묘하게 슬프면서도 유머러스하다. 힘없는 지식인들과 권모술수에 능한 권력층 사이에 있는 그의 위치 때문에 그리고 남의 마음을 읽는 그의 능력 때문에 울다가 웃게 되는 상황이랄까! 그래서 굉장히 흥미로웠다. '원더보이'의 성장 과정과 그의 주변에 얽혀있는 인물들 앞에 펼쳐질 진실이 무엇인지 궁금해 미치겠어서 정신없이 읽었던 것 같다. 감성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알고 싶게 만드는 책이었다. 80년대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때의 상황이 지금도 진행되고 있음을 깨닫게 만드는 책이었다. 우리 모두가 희망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언제나 어디서나 어둠 앞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아야 한다는 진실을 일깨워 주는 책이었다.
'책을 읽을 때 바보는 자기가 아는 것만을 읽고, 모범생은 자기가 모르는 것까지 읽는다. 그리고 천재는 저자가 쓰지 않은 글까지 읽는다.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고, 말하지 않은 것들을 듣는다.(p.233)' 아숩게도 나는 천재가 아니라서 '원더보이'의 시선까지만 읽다보니, 시대적 진실들이 속시원하게 밝혀지지 않은 한계, 통감하며 이해할 수 있는 깊이가 없었던 한계, 뭔가 제대로 긁지 못한 것 같은 찝찝함이 있다. 아숩게도 난 천재가 아니라서.... 훕훕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