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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조] 대놓고 술래인 로맨스 조와 벌이는 소문과 실체

글쓴이: 헬로큐티의 무비 팩토리 | 2012.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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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조>는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를 펼치는, '소문'이라는 술래를 잡기하는 영화였다.
영화 속 세계의 이야기들 가운데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허구인지,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부터가 가상의 세계인지 뒤로갈수록 더 불분명하다.

갑자기 사라진 아들 '로맨스 조'를 찾으러 서울에 온 노부부가 여관 방을 잡는다.


그들을 찾아오는 로맨스 조의 친구.


안그래도 수상쩍었던 로맨스조의 얼마간의 행보를 노부부에게 이야기 하면서 펼쳐지는 사연들.


이렇게 출발한 짐작과 의심에 대한 이야기는 로맨스 조가 자살을 하러 떠난 지방 소도시에서 그를 만났던 한 다방 '레지'가 '이야기'에 관심있는 영화감독에게 티켓을 끊기위해 필요한 핑계꺼리로 로맨스조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면서 이어붙이기된다.
그렇게 영화는 엄한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어린 로맨스 조와 그의 첫사랑 이야기가 되살아나 그려지기시작한다.


 


 


흥미진진했다 라거나, 뭔 속인지 모르고 어리둥절하여 '헐~~~' 이라거나.
아무래도 영화 <로맨스 조>를 본 관객들의 반응은 이렇게 두 가지로 편이 갈릴듯하다.

'이야기란 무엇인가', 또는 '이야기'를 가지고 만드는 '영화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해 본 사람이라면, 몇가지인지 세기도 까먹을만큼 묘하게 비틀어진 이 영화속의 이야기구조에, 그러면서도 서로의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이 인물들의 사연구조가 더없이 흥미진진할 수 있다.
반면 기승전결이 뚜렷한걸 좋아하는 결론형 서사 전개에 익숙한 관객에겐 이 영화만큼 넘치는 모호함으로 머릿속을 혼란스럽게 하는 미궁은 오랫만일것.

서로 다른듯 같은 사람같은 인물들의 오제와 오늘 이야기가 서로 포개어지는 가운데 그 어떤 것도 딱 찝어 '그래서 어찌 어찌 되었다'는식의 완결된 답을 내어주지 않는다.






반복되며 이어지는 로맨스 조의 부모님과 친구의 만남 그리고 다방 레지가 스타 감독에게 들려주는 '로맨스 조의 이야기' 에서 부터 출발하여 각기 다른 이야기들이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이어지는 독특한 서사 진행(액자구조)이 인상적인 이 영화는 이전엔 경험해보지 못한 신비로운 영화적 체험(내 경우엔 미스터리로 이어가다 판타지적인 대반전의 라스트컷에 '헉-!' 했다)을 관객들에 선사한다.



감독은 원형적인 로맨스 구조 하나를 가운데에 두고(어린 로맨스 조의 로맨스 부분) 나머지 구조가 그 원형을 뜯어먹는 형식을 취하려 했다고 밝히듯 유일하게 명확해 보이는것은 이 원형인 어린 로맨스 조의 사연 뿐이다.

하물며, 영화 제목이자 영화 속 모든 이야기의 매개가 되는 결정적 인물 로맨스 조는 결국 실체를 확인할길은 없는 '이야기 속에서 사는 사람'일 뿐이었다. (마치 소문속에 사는 유령같다 -_-;)

사람들은 로맨스 조(소문)에 대해 사실처럼 이야기로 떠들어댄다.
하지만 그 속에 말하는이 혹은 기억하는이들의 개별적이고 왜곡된 어떤 감상과 허구가 덧붙여졌는지는 도저히 확인할 길이 없다.
(어차피 타인들에 의해 떠도는 이야기일뿐이라구!)

이 영화에서 분명한 것은 오직 영화 속 사람들이 끊임없이 '이야기'를 하고 그 이야기를 듣고 있다는 것, 그들의 말과 기억을 통해 이 '영화'마저 <로맨스 조>라는 독특한 이야기를 생산(프로세스)해내고있다는 두 가지 사실뿐이다.
이 미칠것만같은 기발한 우연에 궁금증으로 몸달은 관객들을 향해 감독은 그저 이 영화를 보는 내내 호기심을 유지해주기를, 영화를 다 보고나면 다양한 이야기로 다시 이야기 되어지기를 바란다고 말을 전한다.





유명여배우의 '죽음'을 맥거핀으로하여 영화 전반에 '죽음(자살)'이라는 공통분모를 깔고 이야기로만 존재하는 로맨스 조에 대한 이러쿵저러쿵 술래잡기가 풀어내는 흥미진진한 미스터리! 


정체를 알 수 없는 미로 같은 이야기속 환상기제는 루이스 캐럴의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떠올리게한다.


어린 로맨스 조가 첫사랑 '초희'와 함께 들른곳도 바로 이 컴컴하고 알 수 없는 장소, 바로 토끼굴이었다.
하물며 영화 초반, 첫번째 이야기를 꺼내들었던 실종된 로맨스조의 친구가 라스트에서 같은 얼굴의 경찰로 바뀐다.
경찰은 토끼가 사라진 토끼굴을 헤짚다가 로맨스 조와 마주치고 그에게 '돌아가'라고 충고하는디....(어허-! 스포조심!!!)
이거야말로 지금까지 유지해온 미스터리한 신비감을 단박에 깨부수는 판타지 아니런가! ㅎㅎㅎㅎ

감독은 시나리오에 이 환상기제들을 애초부터 삽입햇던건 아니었으나 현실과 비현실을 전체적으로 보이도록 접근하던 디테일 작업속에서 등장하게 된 소재-토끼, 회중시계-였다고 밝힌다.

현실과 허구, 사실과 거짓, 현재와 기억이 뒤죽박죽 엉킨 이 시공초월의 '뫼비우스의 띠' 같은 영화에서 다른 누군가의 영화가 연상된다면, 그건 아마도 이광국 감독이 홍상수 감독의 조감독으로 일했고 이 영화는 장편 데뷔작이기에 떠오르는 연상작용이리라.




고민하기.


시간차 혹은 공간차를 초월하게 만드는 새로운 모더니즘, 아니 포스트 모던적 모티브(김영진 평론가의 말을 빌자면)로 '보봐리 부인' 도서가 두어번 등장한다.


난 다만 이들이 과연 다른사람일수 있겠는가. 마치 마주보고 있는 래빗홀의 이쪽과 저쪽의 '동일성'을 연결하는 기제 정도로만 캐치했는데..


역시 난 더 많이 보고 읽고 들어야겠다 ㅎㅎ


 


감독님께 수줍게 인사하며 싸인도 받았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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