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 책의 키워드인 G제로(G-Zero)란 무엇인가? 저자 이언 브레머가 만들어낸 말이라고 한다. 특정 국가나 국가들의 연합이 세계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리더가 사라진 글로벌 리더십의 진공 상태’를 뜻한다. G2는 시기상조이고, G7은 과거의 유물이 되어버렸으며, G20은 아직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G제로(G 0)라고 부른다.
2. 그렇다면 이 시대에 G제로 세계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G제로 세계가 만들어낼 혼돈의 중심은 아시아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중국이 지역의 패권을 차지하고자 하는 야망을 드러내고 있고, 인도는 2인자에 머물기엔 너무 거대하며, 일본은 꿋꿋하게 강력한 경제대국으로 자리 잡고 있다. 또한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같은 신흥국들은 초강대국의 그림자에 머물기엔 그 존재감이 너무 강력하다. 이런 혼돈에서 살아남으려면 G제로 세계가 어떤 양상으로 변할지 알아야만 한다는 것이다.
3. 저자 이언 브레머는 누구인가? 컬럼비아 대학 교수이자 세계적인 위기 컨설팅업체 유라시아 그룹 회장으로 소개된다. 정치학박사. 25세 때 스탠포드대학 후버 연구소 교수로 부임했다. 도이치은행과 합작으로 개발한 국제정치 리스크 인덱스(DESIX)는 월스트리트를 비롯해 세계 금융권에서 지금도 널리 쓰이고 있다.
4.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된다. ‘글로벌 리더가 사라진 세계. G제로’, ‘전쟁의 잿더미에서부터 미국의 추락까지’, ‘G제로가 불러올 새로운 분쟁의 씨앗들’..그리고 마지막으로 ‘새로운 시대를 기다리며’ 등이다.
5. 저자는 ‘한국의 독자들’에게 전하는 글 속에 G제로 세계는 한국의 위기이자 기회라고 한다. 동아시아와 중동 지역의 긴장, 세계 경제의 불안정성, 기후 변화, 사이버 공격과 테러, 그리고 식량 및 수자원 확보에 대한 위협에 이르기까지 국경을 초월하는 수많은 문제들이 존재하는 지금이야말로 국제적인 협력이 절실한 때라고 강조한다.
6. 기존 국제기구들이 이러한 리더십 공백 상태를 메울 수 있을까? 저자는 이 질문에 매우 회의적이다. 적어도 가까운 미래에는 그럴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소위 입김이 센 국가들은 협동보다는 자국의 이익에만 힘을 쏟고 있다. G7(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등의 지도자들과 재무장관들의 모임)은 1970년대부터 21세기 초반까지는 비교적 협력의 자세를 보였다. 그런 2008년 금융위기는 그러한 노력에 종지부를 찍는다.
7. 2008년 11월, 경제위기로부터 세상을 구하기 위해 19개국과 유럽연합 대표들이 모였고, 이를 계기로 G20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G20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G20은 아무런 실질적인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8. 토머스 페인은 그의 저서 『상식(Common Sense)』에서 다시 한 번 새로운 세상을 시작하기 위해 우리는 ‘통제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현명하고 지혜로운 통제력이 요구되는 현실이다. 저자는 그나마 희망적인 이야기로 마무리한다. “제대로 돌아가기만 한다면, G20은 정말로 훌륭한 시스템이다. 또한 세계 기후 회담과 자유무역에 관한 새로운 협정에도 찬성을 하고 있다.”
9. 그리고 한국을 염려하는 한 마디를 잊지 않는다. 심각한 위험에도 불구하고, G제로 세계는 또한 한국에서 경제를 발전시키고 안보를 강화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 한다.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한층 길어진 중국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동안, 한국 역시 지역 안에서 새로운 안보 협력 관계를 구축해나가길 당부하고 있다. 이 책은 특히 우리나라 정치, 경제, 환경 분야의 리더들이 꼭 읽어봤으면 한다. 그저 멍하니 바라보다 결정적 한 대에 쓰러질지도 모른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