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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텔의 도시》

글쓴이: 어릿광대의 노래 | 2014.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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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텔의 도시》


 


 




 


 


나의 열일곱 살은 어땠었나? 갓 고등학교에 입학한 1학년 신입생이었지. 학교에 갓 입학 한 후 윤리 수업시간 때였을 것이다. 선생님이 우리에게 물었다. 너희가 고등학교에 들어온 이유가 무어냐고. 그리고 바로 당신이 친절하게 답하셨다.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 라고. 나는 그 말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나는 정확하게 고등학교에 '공부를 하기위해서' 왔기 때문이었다. 아마 아무도 믿지 않겠지만, 내 목적은 더 수준 높은 공부를 하고 그저 그 나이에 알맞은 성장의 시기를 보내기위해 고등학교에 들어온 것이었다. 내 목표는 분명했다. 또한 내 꿈을 실현시킬 과정의 일부이기도 했다. 그런데 나의 그 모든 목적과 다짐들이 '대학에 가기 위해서' 란 한마디로 산산히 부서진 것이었다. 선생님은 친절하게도 우리에게 모두 똑같은 목적과 이유를 정해주신 것이었다.


 


그 전에도 그랬지만 나는 고등학교 3학년을 그 말에 반항하는 것으로 보냈다. 나는 대학에 가기위해 고등학교에 온 것이 아니고, 내 꿈을 위한 과정의 일부분일 뿐임을 늘 증명하려 애썼던 것 같다. 친구들은 그 말에 동의하는 듯 별 미동이 없었다. 그리고 우리들은 각자의 길로 흩어졌고. 나는 그 시절의 반항기 그대로의 삶을 지금도 살고 있다. 이미 20년이 지났는데 왜 그 말과 그 때 교실의 분위기, 그 때 느꼈던 감정까지 생생하게 기억나는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는 대학 또한 성적에 맞추거나 남들이 유망하다고 생각하는 과에 진학하지 않았다. 내 성적이 뭐 이리저리 고민할 수준도 아니었지만 역시 나는 내 주관에 맞게 과를 정하고 진학했고, 그 후 4년 또한 뜨겁고 절실하게 보냈다.


 


 


세상은 고등학교 때 선생님이 우리 갈 길을 친절히 정해준 것처럼, 그렇게 끼워 맞춘 듯 돌아간다. 학교나 사회나 형태가 다를 뿐 결국 같은 원리로 움직인다. 돈과 권력은 늘 가까이 있고, 그로 인해 자연스럽게 벌어지는 갖가지 폭력 또한 너무나 당연한 듯 여기고 살아간다. 우리를 보고하려고 만들어 놓은 공권력 또한 있는 자의 편에 서서 움직일 뿐이며, 이 책의 주인공 같은, 열일곱의 나 같은 사람들은 여전히 사회의 부적응자로, 소외당한채로 살아갈 뿐이다. 더 이상 순결하지 않은 여자들의 몸에서 나는 불쾌한 냄새처럼 우리는 서서히 사회의 부조리에 물들어 가며, 겉으로는 멀쩡하게 보이는 사람들의 뒷모습은 오물보다도 더 더럽기 일쑤다.


 


 


그나저나 모텔은 이런 도시의 배설구일까, 해방구일까? 누구는 교미를 하고, 누구는 자살을 하기위해, 자신의 얼굴도 드러내지 못하고 몰래 숨어드는 곳. 왜 사람들은 자신의 자리에서 이런 삶을 살지 못하는 걸까. 그들이 해방구를 찾아 이곳에 숨어든다면 왜 자신의 삶을 그렇게 만들지 못하는 것이며, 배설구와 일탈의 장소라면 우리는 왜 이런 곳을 만들어야 할 만큼 억압된 모습으로 살아야 하는 것일까? 이 소설은 돈과 권력에 따라 차별이 난무하는 학교를 뛰쳐나와 친구의 도움으로 일을 하며 살아가는 열일곱 소년의 눈에 비친 세상에 대한 이야기다. 학교나 사회나 별반 다르지 않다. 소설 속 장황하고 불필요한 미사여구만큼 이 사회는 이상한 옷을 입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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