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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극을 통해서 보는 한국의 현대사..

글쓴이: (初步)_내가 나를 만나는 곳 | 2012.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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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tv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드라마는 물론, 뉴스조차도 거의 보지를 않기 때문에 tv와 관계된 책을 읽는다는 것이 조금은 맘에 내키지 않았다. 왜냐하면 내가 전혀 공감을 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 쓰여있을 거라는 선입감 때문이다. 헌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나도 드라마를 본 적이 있다. 좋아서 보았다기 보다는 어쩔 수(?)없이 본 것 같지만 말이다. 비록 한번에 몰아서 보긴 했지만, <모래시계>를 열심히 보았고, <연개소문> <주몽>, 그리고 <겨울연가>도 보았다. 아마 국민드라마라는 허울에, 너도나도 드라마의 내용을 이야기하기에 케이블 tv에서 재방 해주는 것을 보았다는 기억이다.


 


드라마와 관련해서는 어렸을 때 기억이 난다. 아침밥을 먹고, 일정시간이 되면 사람들이 라디오 앞으로 모여들곤 했다. 어머니가 그러했고, 옆집에 살던 누나가 그러했고, 지나가던 동네사람들이 그러했다. 그리고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성우의 목소리에 따라 한숨을 쉬기도 했고, 함박만한 미소를 짓고 웃기도 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어린 시절을 생각할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모습이다.


 


흔히 대한민국은 드라마의 나라라고 말한다. 남녀노소, 지역, 심지어는 계급의 구분도 무의미할 정도로 모든 사람들이 드라마에 빠져 있다. 따지고 보면 한류현상도 그 처음은 드라마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다른 나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대한민국만의 독특한 현상이다. 그러다 보니 이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사람들은 드라마 망국론을 들먹이며, 막장드라마니 어떠니 하면서 욕을 하지만, 막상 드라마가 시작할 시간이 되면 tv앞으로 옹기종기 모여든다. 저자는 이런 드라마에 대해 냉정하게 생각해 보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머리말에서 밝히고 있다. 비록 자신의 생각은 드라마 옹호론에 가깝지만..


 


저자는 이 책에서 일제강점기에서 현대를 이르기까지 한국사회에서 드라마가 어떻게 변천해왔고, 또 어떤 역할을 수행했는지에 대해 시대별로 살펴보고 있다. 그런가 하면 당시 유행했던 드라마의 내용이 사회의 어떤 현상을 반영했는지, 그리고 사람들은 그런 드라마를 어떻게 수용했는지, 각 시대의 대표적인 드라마를 통하여 그 사회적 의미를 돌아보고 있기도 하다.


 


먼저, 일제강점기의 라디오 드라마는 드러내놓고 슬퍼할 수 없었던 식민지 백성의 설움을 분출할 수 있었던 정신적 치료제 역할을 했다고 한다. 이런 역할은 해방이 되고 찾아온 미군정 시기에도 지속되었다. 그것이 웃음이 되었든, 눈물이 되었든 대중이 요구한 것은 삶의 애환을 날려버릴 치료제, 현실의 고통과 아픔을 날려버릴 카타르시스였다. 1950년대 전쟁미망인과 처녀가 한 남자를 두고 벌이는 삼각관계가 주 내용인 <청실홍실>은 사회분위기가 가라앉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 보이지 않던, 무기력하고 억압된 사회분위기와 맞아 떨어지면서 전국민의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 당시에도 이들 드라마의 지나친 통속성과 비슷한 소재와 내용의 남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고 하는걸 보면, 현대 드라마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우려먹기와 베끼기는 그때부터 시작된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러한 드라마는 tv방송국이 개국되면서 방송국간 전쟁으로 불붙었다. 경쟁이 격화되면서 한국최초의 불륜드라마 <개구리 남편>MBC에서 방영되었고, 일일 연속극이 한국 tv드라마의 제작시스템으로 고착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1970 TBC <아씨>는 한국 드라마의 장기방영이라는 초석을 놓았고, 1972 KBS <여로>는 국민드라마라는 말을 만들어 내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통속적 드라마는 1970년대 유신 이후, 정권에 의해 다시 변화의 계기를 맞는다. 군사독재정권은 이러한 드라마가 유신정권 구현에 장애가 되고, 국민총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핑계아래 퇴폐와 저속의 멍에를 씌우고, 반공과 새마을운동 찬양과 같은 목적극 제작을 강요했다. , 정권은 tv를 근대화와 산업화를 위한 도구로 간주했지만, 시청자들은 삶의 시련과 고통을 달래주고 재충전을 위해 필요한 오락과 여가를 제공하는 마법상자로 여기면서, 목적극을 외면했다.


 


tv드라마에 대한 대중들의 식지 않은 사랑은 방송사의 상업주의가 가세하면서 정권과, 그리고 방송사간 일일 연속극을 둘러싼 과열로 나타났다. 그러나 1980년 신군부가 정권을 장악하면서 방송은 충성경쟁과 자기검열을 실시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이것은 80년대 방송을 지배하는 기본원리로 자리 잡았다. 정치권력의 규제와 검열, 방송사 경영진의 사전 심의와 가위질, 각종 이해집단의 압력, 특히 경제집단의 압력은 1980년대를 드라마 수난시대로 몰아 넣기에 충분했다. 하긴 그때 수난 받은 것이 어찌 드라마뿐이었겠는가 마는..


 


1991년 상업방송 SBS가 개국되면서 안방극장은 불륜전쟁터로 변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시청률로 나타나는 시장의 통제대상에 언론이나 방송이 포함되었음을 나타내는 징후에 불과했다. 각 방송국은 경쟁적으로 불륜을 소재로 한 드라마를 양산해 내었고, 경쟁은 날이 갈수도 도를 넘어섰으며, 광고시장을 빼앗긴 신문을 비롯한 언론은 끊임없이 일일 드라마의 퇴폐와 저속을 문제 삼았지만, 상업방송은 더 자극적인 내용으로 화면을 채웠다.


 


이러한 연속극 시장은 IMF 한파를 거치면서 가족해체, 성과 도덕에 대한 인식의 변화로 구성의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다. 더군다나 인터넷의 급속한 확산은 젊은 층의 지상파 방송 이탈을 가속화시켰으나, 수많은 드라마동호회가 생겨나면서 드라마제작에 영향을 끼치는 양면성을 보이기도 했다. 또한 드라마의 외주제작과 대자본의 참여는 드라마 시장이 점점 머니게임 양상을 띠게 만들었고, 스타 몸값의 폭등은 드라마 제작 현실을 더욱 악화시켰다. 설상가상으로 케이블 tv에서 인기를 얻기 시작한 미국산 드라마, 즉 미드의 열풍 속에서 갈 길을 잃은 한국드라마는 불륜코드로 또 한번의 반전을 시도한다. 이른바 막장 드라마의 등장이다.


 


막장 드라마는 싼 제작비로 기본적인 시청률을 보장한다. 불륜, 배신, 복수로 이어지는 막장드라마는 이제 막장을 넘어서 복수, 분노드라마화 해갔고, 언론과 시청자들은 비난을 하지만, 그러면서도 시청자들은 드라마 속으로 빠져 들었다. 그것은 이들 드라마가 시청자들에게 거부할 수 없는 강력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드라마는 암울한 한국의 현대사에서 상처 받은 심신을 기대기에 알맞은 휴식처 역할을 해왔다. 분단과 한국전쟁의 상흔 속에서 드라마는 눈물을 제공하며 감정을 정화하는 기능을 했고, 웃음을 선사하며 현실에서 찾아볼 수 없는 꿈과 낭만을 제공했다. 그런가 하면 혹독한 현대사 속에서는 드라마에 더욱 몰입하면서 현실의 고통을 잊게 만들었다. 무한경쟁과 승자 독식주의라는 거센 파도 속에서 우리는 상시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다. 국가가 이를 관리 또는 해결해 주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국민들은 드라마를 통하여 이러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있다. 그러 의미에서 볼 때, 막장드라마는 한국 국민의 스트레스가 임계점에 다다랐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가정주부와 중장년 층에게는 몰입의 대상이 되고, 젊은 층에게는 놀이의 대상이 됨으로써 시청자 모두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만든 것이다.


 


드라마는 현실을 반영한다고 한다. 막장드라마나, 분노, 복수드라마가 국민의 호응을 얻는 것은 그 만큼 사회가 독해졌다는 반증이다. 우리 사회가 국민들의 스트레스를 해소 할, 삶의 방식에 변화를 이루지 못한다면, 드라마에 대한 저주와 비난은 지금처럼 되풀이 되지만, 국민들은 드라마 속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고 한다. 드라마는 현재 우리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갈등과 욕망을 보여주고, 국민들을 그런 드라마를 통하여 대리만족을 얻기 때문이다.


 


드라마를 통한 한국의 현대사를 살펴본다는 것, 그것은 우리의 역사를 돌아보는 것에 다름 아니다. 당시의 사회, 경제적, 그리고 정치적 상황이 드라마에는 그대로 녹아있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tv에서 방영하는 드라마가 정권의 논리를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것을 보고서 tv와 담을 쌓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도 tv를 안보는 것에 불편을 느끼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드라마를 통해서 한국의 현대사를 한번 살펴보는 것도 여가를 보내는 한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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