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T: 최성원, 백민정/하세진, 백주희/양시은, 김상윤/임기정, 배성호
가끔 어떤 작품을 보고 나서 참 난감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재밌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때려지게 재미없달 수도 없고, 쓰레기 같은 작품이랄 순 없는데 강력히 누군가에게 추천하기는 좀 애매한 작품. 아마도 <페이스오프>를 보는 내 맘이 딱 그랬던 것 같다. 심지어 타켓 대상이 정확하지도 않은 작품이랄까. 연인에게 적절하든, 아님 동성 친구에게 적절하든, 아님 부모-자식이 오면 좋겠다 ... 싶어야 하는데, 딱히 그런 생각이 드는 것도 아니었다. 나이대도 마찬가지. 뭔가 모두가 다 어정쩡한 느낌이랄까.
최성원의 팬이다 보니, 일찌감치 다녀왔다. 여기에 보석동 절친인 웃자양과 한번 더 다녀왔다. 게다가 예그린 어워드 심사 때문에 한번 더 봤다는 ... 결국 이 작품을 벌써 3번을 봤다는 이야기다. 흠. 근데 역시나 잘 모르겠다. 그냥 여전히 머엉-하달까. 사실 그래서 예전같았음 진즉에 주절주절 팬심으로 썼을 리뷰를 이제서야 쓰고 있다.
재미난 건, 반전을 아는데도 불구하고 딱히 재미가 막 떨어지는 것도 아니더란 것이다. 그건, 내 팬심 때문일 수도 있고, 그 반전 자체가 엄청나게 파격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영화 <식스센스>, <유주얼 서스펙트> 등의 반전을 생각해 보면, 두번째 영화를 볼 때는 확실히 감흥이 다르니 말이다. 그렇다고 그 반전을 짜맞추는 짜임새가 엄청나게 조밀하지도 않다는.
일단, 1인2역을 하는 남자배우(최성원, 김도현, 김호영)의 노고가 엄청난 작품이다. 일단 분장자체가 두 인물이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성격도 다르고 ... 근데, 김호영이란 신인은 잘 몰라도, 최성원과 김도현은 나름 노래 잘 하는 배우라 생각하는데, 생각보다 남자 배우 넘버가 좀 빈빈하다. 자원 활용을 잘 못하고 있는 느낌.
여배우들의 몸연기도 상당한 수준이다. 공교롭게 남주인공은 동일하게 보고 여배우들을 바꿔 봤는데, 백민정/백주희가 왜 유능한 배우로 이름을 얻고 있는지는, 새삼 알 수 있었다. 뭐, 경륜이 다르니 어쩔 수 없는 결과일 수도 있지만 유료 관객들이 그걸 감안한 필요는 없으니까. 특히, 백주희 씨는 언제나 경이로운 캐릭터를 가지고 계신 듯. (너무 좋아!!) 하루는 공연장 나오면서 백주희 씨랑 마주쳤는데, 나와 웃자양이 꺅꺅거리면서 "언니, 너무 멋져요!"를 연발했지 뭔가. 심지어 나 가슴이 막 콩닥콩닥 뛰었다는.
연극을 봤던 웃자양에게 이야기를 듣자니, 아마도 연극은 좀더 템포가 빠른 듯 했다. (아, 이 작품은 <뛰는 놈 위의 나는 놈>이란 연극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뮤지컬을 보면서 느꼈던 건 바로 그 지점이었다. 이 작품은 미스테리 스릴러(?)를 표방하고 있음에도, 템포가 너무 늦다. 뮤지컬이다 보니, 중간에 노래 부르느라 툭툭 끊기기 때문이다. 게다가 왜 그렇게 된 건지 모르겠는데, 넘버들이 딱히 내용 전개에 필요가 없다. 스토리 진행은 주로 대사로 이뤄진다는. 그러다 보니, 넘버가 마치 중간 삽입곡 같달까. 아마도 장르르 바꾸면서 겪는 진통인 듯. 그런 의미에서 지금 공연 기간은 좀 길다 싶다. 초연 기간을 조금 줄이고, 이를 보강해서 다시 올리는 게 전략상 더 나았을 듯 싶네. 뭐, 그건 기획사와 공연장, 배우 사정이 개입되어 있을 테니 ... 이렇게 잘라 말할 순 없겠지만 말이다.
많은 할인이 나와있는 듯 하니, 딱히 선택지가 없을 때 보기엔 부담없는 작품 ... 정도론 이야기할 수 있겠다. 하지만, 요즘 우리에겐 선택지가 참으로 다채롭다는게 문제라면 문제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