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렸을 적에는 동네 어른들의 평균 수명이 60을 넘기기 어려워서 60회갑이 되면 온 동네 어른들을 초청하여 잔치를 했다. 그러나 요즈음은 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60은 어른 축에도 들지 못한다. 그래서 요즘 회갑잔치를 했다가는 욕을 먹는 시대다.
나는 가끔 노인들에게 강의를 할 때가 있는데 그 때마다 ‘구구팔팔 삼사사’를 복창한다. 이 말은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3~4일간 아프다가 죽자’는 것이다.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죽는다는 것은 100세 시대임을 말해준다.
이 책은 호남대학교 사회복지학과 한혜경 교수가 10년 전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퇴직자의 일상생활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만난 은퇴자들의 심층면접 결과와 다양한 삶의 이야기들과 그리고 노인복지를 가르치고 연구하면서 느낀 것들을 통해 엮은 것이다.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2010년을 기점으로 9년간 약 300만명 이상의 베이비 부머가 은퇴한다.”고 하면서 “100세 시대를 앞둔 지금, 우리는 ‘어디서 어떻게 누구와 어우러져 살아야 하는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저자가 만났던 베이비붐 세대의 사람들, 그리고 중장년층을 포함한 나이 든 사람들의 삶과 은퇴 후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저자가 퇴직자의 일상생활을 연구하면서 만난 은퇴자들에 대한 사례 연구는 은퇴 후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우아하게 나이 들기’의 방법을 알려 준다.
우리나라의 ‘전국 노인생활 실태조사’는 노인의 생활만족도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60대가 행복한 이유는 삶에 대한 주관적 관점이 변하기 때문이다. 노화란 이미 정해진 운명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운명으로 정해진 삶을 살지 않는다. 내가 주체가 되어 내 삶의 맥락을 바꾸는 것이다. 비록 생물학적인 쇠퇴를 피할 수 없고, 주름살은 늘어만 가고 모든 감각기능은 낮아지며, 수입은 적고 생활비는 부족하고, 사회적으로 알아주는 사람 하나 없지만, 그럼에도 나는 ‘행복하기로 마음먹는 것’이다.
직장에서 은퇴한 자에게 필요한 정신적 준비는 과거의 사회적 지위라는 ‘갑옷’을 벗어던지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 소위 ‘잘나가던’ 사람일수록 갑옷을 벗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유명한 사회학자 이효재 선생은 은퇴한 후에 무거운 갑옷을 벗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평소의 꿈을 실천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람이다. 선생은 은퇴 후 책임 있는 자리를 맡아달라는 요청을 모두 거절하고, 고향 진해에서 어린이 도서관 운영을 비롯해 다양한 지역사회 활동을 펼치고 있다. 선생은 제자들에게 “어느 순간부터 내가 한 말을 자꾸 다시 한다는 걸 알게 됐을 때, 아차, 이게 아니구나 싶었다. 이제 더 이상은 중요한 자리를 맡거나 선두에 나서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은퇴와 노년은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다. 아무도 시간을 거스를 수 없지만 누구나 은퇴 후의 삶의 질은 선택할 수 있다. 나도 은퇴를 생각하고 은퇴 후를 위해서 지금부터 준비해야 하겠다. 은퇴를 앞두고 있는 모든 분들의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