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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데 마음에서 흐르는 무언가가 있다.

글쓴이: 책읽고 영화보는 고래의 집 2호 | 2012.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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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이끌려 보기로 한 영화였습니다. 박학다식하기로 유명한 건축가가 말을 한다니, 기대가 안될 수가 없었죠. 보기로 결정한 순간부터 예고편이나 잡지에 실린 이 영화와 관련된 정보는 보지 않았습니다. 아이러니하지만 영화를 보기 전에 기대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싶었거든요.


 


말하고자 하는 대상에 대해 먼저 소개하는 일반적인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진행될 거라고 생각했던 예상과는 달리 잔잔하면서 적절한 속도로 이야기를 진행됩니다. 가족에 대한 소개도 없고 주인공을 설명해주는 나레이션도 없으며 그가 무엇을 했는지 사전지식이 있다면 초반에는 도통 알수 없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서두르지 않습니다. 섬세하면서도 능수능란하게 주인공에 대해 보여주고 그에 대해 말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비춰줍니다. 치고 빠진다는 느낌이 없는 다큐는 정말 오랜만에 보는 것 같습니다. 감독이 계산하고 짜맞췄다는게 보이지 않다니, 굉장히 잘 만들어 졌다는 느낌을 절로 받았습니다.


 


계산적인 면이 보이지 않는 것은 어쩌면 카메라 워크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치 처음 카메라를 든 아이가 찍은 것처럼 영상은 초첨이 안맞고 가끔 너무 클로즈업을 했으며 흔들리기도 합니다. 그 순수한 움직임들은 어린아이가 처음 수수깡으로 안경을 만드는 것을 지켜보는 것과 같이 미소를 짓게 합니다.


 


같이 이 영화를 본 아는 분은 이 건축가가 아이러니 하다고 했습니다. 주류인 것 같은데 주류가 아닌 것처럼 보이는 점에서요. 테크닉 적으로 영화가 잘 찍혔다고 하면 그렇진 않은 것 같습니다.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이 초첨도 안맞고 구도도 어지럽습니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잘 만들어지지 않았냐고 물으시면 잘 만들어진 수준이 아니라 완벽하다고 대답할 수 있습니다.


 


감독은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히 전달해 줬고, 주인공인 건축가 정기용도 최선을 다해 자신의 모습을 창작을 통해 보여주었습니다. 개인적일 수 있는 자신의 투병 말기의 모습을 공개하여 예술(왠만하면 쓰지 않는 표현이지만 이 표현이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로 승화시킨 것은 자신의 인생을 창작으로 희생했다고 생각했습니다.


 


보는 내내 몸이 떨릴 정도로 감동을 느꼇고, 보고 나서는 "이건 정말 좋은 영화야. 재미있었어"라고 되뇌었습니다. 아직 안보셨다면 한번쯤은 꼭 보는 것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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