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느낌 이 저자의 책의 특징은 첫번째로는 읽은 책이 아쉬워 다 읽고 나면 다시 앞부분을 뒤적거리게 된다는 것과 그의 책에 나온 장소를 직접 한번 가보고 싶어진다는 것이다. 이 특징은 처음에 그의 책인 '무지개곶의 찻집'을 읽을때도 그랬고 '당신에게'를 읽을때도 그랬다. 무지개 곶에 있는 찻집을 찾아가서 직접 그곳에서 추천하는 음악을 들으며 '맛있어져라'라고 주문을 외워주시는 커피를 마시고 싶기도 했고 부인의 유골을 들고 고향으로 돌려주기 위해 떠나는 주인공의 뒤를 따라 그가 다녔던 그곳을 여행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했다.

물론 이번 책에서도 이 책의 직접적인 주인공인  백년동안 계속 되어왔다는 국수집에 가서 직접 그 국수를 먹어보고 싶어졌다. 구워 말린 정어리를 끓여서 만든 국물이 얼마나 개운할지 면발은 또 어떠할지 그 맛이 궁금했다. 그렇지만 '당신에게'라는 책에서 역자가 언급했듯이 내가 그 길을 따라 간다해도 주인공이 만났던사람들을 똑같이 만난다는 보장이 없으니 아쉽다는 것에 공감하며 백년국수집을 간다해도 우리의 주인공인 요이치와 나나미는 만날수 없을 것 같아서 그 마음은 또 살포시 기억 한편에 남겨둔다.

세 권의 책이 모두 같은 샘터 출판사에서 나왔고 그래서인지 책들이 다 통일성 있어서 좋다. 같은 작가의 책이 들쭉날쭉하면 모으는 입장에서도 별로 좋지 않은데 비슷한 디자인의 비슷한 이미지를 가진 표지가 있는 같은 작가의 글. 표지만으로도 벌서 마음이 따스하다. 같은 일러스트 작가인가 했는데 세 권 모두 다른 작가의 작품이다. 그래서 약간씩은 차이가 있는 듯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파스텔톤의 마음이 화사해지는 그런 표지들이다. 이번 책에서는 특히 봄의 벚꽃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벚꽃의 화려함이 잘 드러나진 듯 하여 더욱 밝고 따스한 느낌이다. '무지개곶의 찻집'이 여름의 이미지였다면 이 책은 완연한 봄의 이미지랄까. 아직 벚꽃은 피지 않았지만 지금과 시기적으로 너무나도 잘 맞아 떨어지는 듯 하다.

사람들을 중심으로 하여 이야기를 펼쳐가는 것은 전작과도 비슷하다. 사람이 서로 만나면서 생겨나는 이야기들. 그렇지만 이 책은 주인공들이 다 가족이라는 면이 다르고 다른 시대를 살았다는 것이 다른데 그것을 또 연결하는 솜씨가 탁월하다. '덜컹덜컹'이라는 의성어를 통해서 초대 오모리 식당의 주인이었던 겐지가 손수레를 끌고 가는 장면을 보여주었다면 똑같은 의성어를 사용하였지만 시대적으로는 백년쯤 후인 오모리식당의 4대주인이 될지도 모르는 요이치가 수트케이스를 끌고 가는 장면으로 연결하고 있다. 그 연결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워서 같은 의성어를 두고 '이렇게 연결할 수도 있구나'라는 기발한 생각에 '역시 글을 쓰는 사람의 센스는 이렇게 다른거구나' 하고 또 한번 감탄을 하고만다. 이런 연결은 나중에 안주인이 되는 도요를 찾으러 갔을때 기차가 떠나는 장면이 요이치가 나나미를 찾을갔을 때 지하철이 떠나는 장면과도 일맥상통한다.

읽으면 읽을수록 그 이야기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재미가 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지만 각 장의 앞에 주인공이 누구인지 밝히고 있어서 그 사람의 시점으로  읽는다면 전혀 헷갈리지 않는다. 오히려 과거의 할아버지들은 어떠했는데 지금의 요이치는 어떠한가를 비교해 보는 재미도 있다. 너무 많은 사람들로 인해 혼란스러울까봐 2대째의 오모리는 이름도 거론하지 않은 채 그저 사고로 죽었다고 전제하는 센스도 빼놓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그런 설정으로 인하여 겐지의 손자이자 요이치의 아버지인 데쓰오가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사랑으로 변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더 극적인 효과를 노린 것이 아닐까. 자극적이거나 스릴이 넘치거나 하는 이야기들은 전혀 없다. 그저 담담히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고 있고 그 사이사이의 일을 그려내며 오모리 식당의 현재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그것이 더 큰 매력이다. 가감없이 담담하게 풀어내는 이야기가 오히려 사람을 더 끌어 당기는 매력이 있다.

그러면서도 사회적인 문제를 드러내기도 한다. 전통식당. 그리고 자신의 꿈. 이 책에서는 열린 결말을 택해 요이치의 선택을 강요하지 않는다. 요이치는 4대째 식당 주인이 될수도, 또다른 길을 찾을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왠지 요이치가 만드는 국수를 먹으러 오모리식당에 가보고 싶어졌다. 왠지 있을것만 같은 느낌이다. 언젠가 본 기사에서 영국의 전통 펍들이 사라지는 추세라고 읽었다. 사람들이 예전의 구닥다리 펍을 좋아하지 않고 세련되고 멋진 바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오래된 것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유럽에서도 그런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그것은 비단 일본도 마찬가지일텐데 그래도 전통을 소중히 생각하는 요이치 같은 사람들 덕분에 전통은 무너지지 않고 계승되고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전통을 소중히 여기고 지켜나가고 있는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 그렇지만 후계자를 구하지 못해서 역사속으로 사라지는 전통도 많다. 그런 전통들이 백년, 이백년, 아니 수천년동안 유지되길 바란다면 그건 단지 내 욕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