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원래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통령을 퇴임하시고 나서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토론하시면서, 시민들에게 '진보'의 정의와 그 가치에 대해 전달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기획되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故 노무현 전 대통령께 비극적인 일이 일어나면서 이 책의 기획은 무산될 수 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기획에 관하여 회의했던 기록들과 그 분의 생각이 담긴 기록들을 모아 엮어낼 수 있었고 그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 되었다.
영화 '변호인'을 인상깊게 보았고, 지난 번 YES 24 테마 추천도서 읽기 캠페인에서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삶과 사상을 다룬 책들을 소개받으면서 관심이 생겼고 관련 책들을 여러 권 읽어보았다. 그때마다 언급되는 이 『진보의 미래』 에 대한 기대는 컸고, 그 분이 제시한 진보의 방향은 과연 무엇일까하는 호기심이 생겼었다. 그런데 막상 책을 읽어보니 그 기대에 비해 이 책의 편집이 제대로 이루어지긴 한 건지 싶었다. 원래 의도가 원문이 최대한 훼손되지 않고 그 자체를 전달하려 한 것인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챕터와 구성이 서로 연관되어 있지 않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으며 따라서 원래 이 분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이 책이 전달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먼저 회의록을 그대로 전사한 것인지 전달하고 있는 이야기의 흐름이 매끄럽지 않았다. 적어도 기록을 바탕으로 불필요한 내용은 쳐내고 흐름을 보다 쉽게 따라갈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았을까? 이 책에 담긴 몇 가지 내용들만 살펴보아도 원래 이 책을 기획했던 故 노무현 대통령이 일반 사람들에게 더 쉽게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는데, 그 분께 헌정할 목적으로 바쳐졌다는 이 책은 가독성이 그렇게 뛰어나지 못했다. 마치 미완성된 기록들을 사장시키기 아쉬워서 조금도 손질하지 않은 채 날 것 그대로 들이밀고 있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책의 중반부에는 단편적인 메모들로 이어지는데 물론 그것을 읽어나가면서 생략된 맥락을 유추해보고 무슨 의도로 하신 말씀인건지 생각해보게 하는 기회는 될 수 있었으나, 내용이 담고 있는 깊은 생각에 비해 훨씬 더 적은 것을 받아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누군가 다시 이 기록들을 정리하고 관련 있는 주장을 엮어 새로운 챕터로 구성하여 제대로 엮어내어 다시 출판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p.277
그래서 지금 '성장주의 그거 맞나요?'하고 국민들한테 다시 질문을 던지는 것이 이 책입니다. 그건 '우리 그렇게 선택했는데 경제적으로 보면 맞는가'라는 것이 이 책입니다
그렇지만 이 책이 우리 사회의 뿌리 깊게 자리한 성장주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우리가 진정 추구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되돌아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는 여러 의의가 있다고 보았다. 박근혜 대통령 정부 이전에 경제 대통령으로 부각되었던 전 CEO출신 이명박 전대통령 때부터 우리 사회에는 성장주의 담론이 지배적으로 제시되었고 많은 사람들도 그것이 당연하다는 듯 열광하고 따르는 모습을 보였는데, 막상 그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는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은 어떤가? 성장은 커녕 양극화는 더 심화되었고, 물가는 오르지만 실업률, 특히 청년실업률은 심각하다.
p.213
'쟤들도 태워 줘라' 이거 아닙니까? 그 차에서 '차장, 오늘 어렵더라도 같이 타고 가야지. 그 사람들도 가서 제사 지내야 되는데' 이렇게 말해 주는 손님이 진보주의자예요. 사람들이 버스 뒤로 좀 들어가면 얼마든지 더 탈 수 있는데, 앞에 딱 버티고 서서 안 비켜 주는 경우도 많지요. 근데 '뒤로 좀 갑시다. 뒤로 갑시다' 하고 앞에서 사람들 헤치고 들어가서 사람 타게 열어 주는 사람, 이 사람은 그래도 괜찮은 진보주의자예요.
그래서 이 책은 함께가는 것이 곧 생산이자 복지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많은 사람들이 강조하는 '성장주의' 이면에는 약자를 배려하지 않고 패배자를 배척하는 풍토가 만연해지고 있기에 그것이 진정 우리가 원하는 방향인지 생각해볼 것을 요구한다. 제레미 리프킨의 『유러피언 드림』과 폴 크루그먼의 『미래를 말하다』가 여러 번 인용되면서 생산적 복지의 방향과 그 모델에 대해 간접적으로 제시하는데, 이 책에서는 그 내용을 찾아볼 길이 없었기에 직접 이 책을 한 번 읽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p.309
그 시민들의 생각이라는 것은 지식인 사회의 담론에 영향을 받기도 하고, 미디어 영향을 제일 많이 받고,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현실에 영향을 받습니다. 다 영향을 받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 판단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의 프레임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 무의식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역사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지배 논리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중요한 거죠.
그야말로 역사의 진보를 밀고 가는 역사의 주체가 필요합니다. 민주주의의 이상과 목표를 분명하게 품고 성숙한 민주주의를 운영해 갈 수 있는 시민 세력이 필요한 것이죠. 그래서 답은 민주주의밖에 없어요. 지배 수단이라는 것을 놓고 정치와 권력을 좌지우지하지 않도록 시민들이 똑똑히 제 몫을 다하자, 그것 말고 달리 있겠어요?
대통령으로서 성공하지 못했기에 자신을 실패한 사람으로 지칭하면서 결국 비극적인 결말을 맞았던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지만, 대통령과 정치적인 프레임으로 바라보기 이전에 그는 약자와 소수를 존중하는 삶을 살았고, 그것을 직접적으로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사람이었다. 대통령직을 떠난 이후에도 우리 사회의 바람직한 민주주의 형성과 진보에 대해 여러 사람들과 토론하고 이야기하고자 했던 노력과 결과물의 일부를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p. 105
권력은 시민에게 있다. 교란될 뿐이다. 궁극적으로는 시민이다. 교란되는 이유는 시민이 여론을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여론에 따라 흔들리기 때문이다.
학습하고 생각하는 시민.
ㅡ정치, 정책과 우리의 가치와 이해관계와의 인과 관계는 매우 복잡하여 여간해서는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야바위같은 논리와 선전이 난무한다. 오랜 역사 동안 그랬다. 이 혼란스러운 상황을 정리하고 길을 찾을 수 있는 시민의 지혜와 용기가 필요하다.
학습이 필요하다.
국가 정책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대다수 시민들이 생각하는 방향이기에, 여론을 형성할 수 있는 주체로 바로 서야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정치와 사회 모습을 스스로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여기 그것을 진심으로 바랐고, 학습하는 시민을 기르고 싶어했던 한 사람의 소망을 바라보면서 나또한 생각하고 돌아보는 시민이 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겠다는 다짐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