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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라스트 로얄 패밀리

글쓴이: 날 좀 내버려 둬! | 2014.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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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2. 18. 화요일 PM 8:00,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


 


오늘의 캐스팅.


해설자 - 김태한, 명성황후 - 구원영, 고종 - 지혜근, 순종 - 이충주, 꼭지 - 강은애, 꼭도 - 조정환





1. CJ 아지트 리딩과 예그린 무대를 거쳐서 정식으로 올라온 라스트 로얄 패밀리. 여러번 다른 후기에서도 언급했던 것 같은데, 애정작인 모비딕의 영향때문인지 차곡차곡 단계를 밟아서 올라온 공연에 대한 기대감이랄까 이런게 제법 있는 편이다. 라스트 로얄 패밀리도 같은 케이스였는데, 소재가 독특해서인지 조금 더 눈길이 가는 편이었다. 원래부터 사극을 좋아하는데 그걸 또 교묘하게 비틀었다는 말에 흥미가 생기기도 했고. 주위에서 미리 관람을 한 지인들의 반응이 극과 극으로 나뉘는 것도 재밌었기에 과연 어떤 극일까 싶은 생각으로 보게 되었다. 원래 이렇게 반응이 나뉘는 극은 정말 '모 아니면 도'이니까.



2. 극은 '해설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해설자의 증조할아버지가 쓴 '라스트 로얄 패밀리'라는 책의 내용을 관객에게 설명해주는 것인데, 이 모든 것들은 믿거나 말거나 즉 픽션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언급해준다. 마누라 눈치를 보며 기죽어 사는 조선시대 아버지인 고종, 자식 교육을 위해서라면 못할 것이 없다-라는 생각으로 치맛바람을 불어 일으키는 궁의 실세 명성황후,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 끼어서 답답한 공부를 하기 싫어서 가출을 꾀하는 순종. 우리가 알고 있는 조선왕실과는 조금 다른(?) 인물들이었지만 어쨌든 이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영국에서 온 내관(...)을 친구로 두고 있던 순종은 명성황후에 의해 쫓겨나서 다시 영국으로 돌아가야하는 그를 따라 영국으로 도망칠 계획을 짠다. 하루 종일 숨도 못 쉬고 공부만 해야하는 궁의 일상이 너무 지루했던 순종이었기에 그와 함께 탈출 계획을 짜주는 내관. 하지만 내관이 보낸 사람들이라고 착각하고 순종이 따라나선 이들은 사실은 궁에 든 도둑들이었다. 꼭지와 꼭도 남매는 가난때문에 해체된 남사당패를 다시 일으키기 위해서 궁에 숨어들어 금품을 훔치는 계획을 세웠는데, 성공(?)하고 났더니 왠 떨거지(...)가 따라붙은게 아닌가. 거기다가 서양인 음악가까지 합세하면서 본의아니게 네 사람은 함께 지내게 된다. 자신이 하고싶은 일을 찾기위해 음악을 하는 순종, 그리고 그 사실을 전해듣고 경연대회를 개최하는 고종과 명성황후. 그냥 양반집 도련님으로 생각했던 척이 알고보니 왕세자였다는 사실에 꼭지는 자신들을 가지고 놀았다고 화를 내고, 어찌어찌 결승까지 올라간 무대에서 척의 도움 없이 무대를 꾸미려고 하지만 명성황후의 반대를 무릎쓰고 그 무대에 등장한 왕세자 순종. 결국 그들은 우승을 하게 되었고 왕세자는 음악가에게 조선을 위한 음악을 만들라하고 그 음악을 꼭지와 꼭도가 팔도를 돌아다니며 널리 알리게끔 하라는 말을 한다. 철없이 자신의 자리에서 도망치려던 순종은 이번일을 계기로 진정한 왕세자로 거듭나게 된다.



3. 내용만 봐도 알 수 있겠지만 굉장히 황당무계한 이야기다. 오죽하면 첫 시작부터 이 이야기는 사실이 아닌 상상속의 이야기라고 말할까-. 너무 유치찬란하고 허무맹랑한데 묘하게 그럴법한 설정도 포함되어서 마냥 웃기에도 뭣하고, 무시하기에도 뭣한, 그런 이야기라고 해야할까. 일단 발상부터가 너무 신선했다. 다들 고종과 명성황후라는 이름에서 연상되는 이미지가 있기 마련인데, 그걸 완전히 깨부수면서 현대판 핵가족의 모습을 설핏 비추어주었다는게 재밌더라. 물론 배우들이 배역소화를 맛깔나게 하니까 그 매력이 두 배로 살아나는게 사실인데, 순종보다는 고종과 명성황후의 캐릭터가 신선하고 재밌었다.



4. 요즘은 소극장 무대라고 마냥 MR을 사용하는게 아니라 라이브 연주를 하는 경우가 왕왕 있더라. 이 공연 역시 라이브 밴드가 연주를 하는데 일단 이 점에서 가산점 플러스플러스!...는 라이브를 선호하는지라..;ㅅ; 그리 넓지 않은 블루 무대도 아기자기하게 잘 맞춰서 사용한 느낌이었다. 개인적으로 고전적인 느낌이 드는 무대라던지 소품을 참 좋아하는데, 객석 위 천장에 조명과 함께 달려 있던 색동등이 너무 예뻐서 자꾸 눈길이 가더라. 조잡하다는 느낌도 많이 들지 않아서 이래저래 알뜰하게 신경쓴 느낌이랄까. 



5. 소재는 참신하고 좋고 무대도 아기자기 마음에 들었는데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음악이랄까. 뮤지컬에서는 음악이 가장 중요하다고해도 과언이 아닌데 대표곡이다-라고 할 수 있을법한 노래를 하나 꼽기가 애매했다. 물론 귀에 꽂히는 음악이 무조건 있어야하는건 아니지만 어딘지 모르게 아쉬운 느낌이 드는건 어쩔 수 없더라. 중간중간 극이 좀 늘어지는 부분도 있었는데 그런 부분에서 음악도 같이 늘어지다보니 중후반에는 집중력이 조금 떨어지기도. '해설자'와 '고종'이 1인 2역을 하는데 순식간에 휙휙 변하는 모습을 보는게 재밌긴 했지만 반대로 이들이 나오지 않으면 늘어지게 느껴지는 단점도 있었다. 꼭지와 꼭도가 인형극을 하는 장면도 재밌었지만 생각보다 조금 길다-싶은 느낌.



6. 주위에서 이 공연을 보고나서 나오는 평이 극과 극이라 참 궁금했는데, 실제로 보고 나니 왜 그런 반응이 나오는지 알 수 있겠더라. 소재는 재밌고 신선하지만 극 자체가 가지는 흡입력은 상대적으로 약한 편인데 그 빈틈을 메워주는게 배우들이었다. 어떤 캐스팅 조합으로 보느냐에 따라서 전혀 다른 극이 될 여지가 충분히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공교롭게도 유쾌하게 본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캐스팅이 정반대더라. 일단 원캐스트로 진행되는 꼭지와 꼭도는 정말 제대로 된 감초 역을 톡톡히 한다. 보통 감초역이라고하면 마냥 웃기기만 하거나 멀티맨 정도의 역할로 그칠 수 있는데, 각자의 캐릭터가 명확하게 있으면서 틈틈이 멀티맨 역을 소화하는게 더 좋았다. 배우들 개개인의 실력도 좋아서 연기라던지 노래, 몸놀림 무엇하나 빠지지 않아서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는..?...이 아니라 그냥 정신없이 웃기 바빴다..ㅇㅇ 꼭지역의 은애배우에 대한 칭찬이 많던데 난 되려 꼭도역의 정환배우에 더 눈길이 가더라. 귀염상인 외모도 그렇지만 노래하는 음색이 굉장히 마음에 들고, 멀티맨으로 나올때에는 사정없이 망가지는것도 재밌고-ㅎㅎ



7. 공연을 본 지인 중 한 명이 극찬(?)을 하던 충주배우. 브로드웨이42번가부터 이름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무대에서 직접 보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키도 크고 훤칠하니 일단 반짝반짝 빛나는 배우 외모였다. 은근히 카이를 좀 닮은 느낌도 나는데,뭐 어쨌든-. 몸도 잘 쓰고 노래도 잘한다더니 명불허전, 노래하는 음색이 굵직하게 나오는데 작은 소극장쯤은 단번에 날려버릴 정도였다. 투덜거리는 순종에서 철부지 소년, 그리고 급(?) 왕세자로 각성하는 모습까지 무리없이 소화하더라. 살짝 어리버리한 느낌도 있었는데 그게 또 순종이라는 캐릭터에는 잘 어울렸던 듯. 다만 이날만 컨디션이 별로였던건지 의외로 노래 부르는 도중에 음이탈(...)이 두세번 있었던게 묘하게 걸리더라. 전체적으로 컨디션이 썩 좋아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나름 기대하던 배우라서 아쉬웠달까.



8. 구원영배우의 경우는 초연 풍월주에서 본 이후 처음인데, 그러고보니 계속 내가 볼때마다 '왕'이나 '왕비'였구나..;ㅅ; 그래서인지 묘하게 진성일때와 비슷한 말투가 느껴졌는데 이내 본색(?)을 드러내면서 고종과 순종을 구박하는 모습을 보니 웃음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중간에 장금이로 분장하고 나와서 요리하는 장면이 있는데,아 정말이지ㅋㅋ 배를 잡고 웃어도 모자랄 정도로 능청스럽게 나이든 장금이 연기까지 일품! 극과 극 밖을 오가면서 해설자에게 말을 걸기도 하는데 그게 또 재밌더라 ㅎㅎ 



9. 지혜근배우 여기서 뭐하시오-했더니 이런 재밌는 역을!! 고종이라고해서 '왕세자'가 아닌지라 비중이 적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건 내 오판이었을뿐;; 명성황후의 눈치를 보는 고종, 아들을 이해하려고 달래주는 아버지, 그것도 모자라서 서양인 음악가로 분장하고 나오는데 그게 백미였다. 1인 2역인지라 한 무대위에 고종과 음악가가 동시에 나오지 않는데, 중후반부에 명성황후가 두 사람을 모두 불러서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있다. 정말 무대 한 가운데에 세워진 문을 기점으로 왼쪽은 고종, 오른쪽은 음악가인데 ㅋㅋㅋ 문을 사이에 두고 옷을 벗고 입으면서 왔다갔다 아주 정신없이 연기하는 모습에 절로 배를 잡고 웃을 수 밖에 없었다 ㅋㅋㅋㅋ 본래 배우 자체가 노래도 잘하고 성량도 좋은편이었는데 개그까지 추가되니 ㅋㅋㅋㅋ 불쌍한 이 시대의 아버지 고종이라고 해야할까?



10. 마땅한 이름이 있는것도 아니고 그냥 '해설자'라는 역이라서 극 밖의 인물이겠거니 싶었는데 극 속의 '폴 내관'이기도 한 해설자역의 김태한배우. 워낙 지크슈에서 좋게 봤던 배우인지라 사실 오랜만에 이 배우 공연을 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찾아간게 절반은 넘는 것 같다;; 정장을 입고 등정하면서 낮은 목소리로 극의 문을 여는데 와, 역시 목소리..bbbb 저음의 목소리로 부드럽게, 하지만 적당히 코믹하게 해설을 하고 노래를 하는걸 보며 정말 해설자의 역이 중요하겠구나-싶은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극 속에 '폴 내관'으로 분할때에도 몸을 아끼지 않고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줘야하는데, 내관 모자를 벗으면 바로 해설자로 돌아오면서 순식간에 극 밖으로 빠져나와야하니 그것 또한 배우의 능력이겠다 싶더라. 원래 코믹한 역을 잘하는 배우라고 알고 있었지만 어찌된게 내가 접한건 진중하기 그지없던 빌라도였으니..;ㅅ; 그 두 가지가 적절히 섞여서 매력적으로 극을 잘 끌어갔던 태한배우의 해설자였다. 다소 산만하고 왔다갔다하는 내용이라도 해설자가 무게중심을 잡고 조율을 잘해주면 한결 극이 매끄럽게 흘러갈 수 있겠더라.



11. 중간중간 현실을 비판하거나 풍자하는 내용이 나오기도 했고, 특히 '애수앤애수'라는 한문으로 표현한 SNS와 카톡,트윗,페북에 대한 언급은 기발한 발상에 박수치며 웃어버렸다. 이런건 정말 센스라고 해야 ㅋㅋㅋㅋ 톡톡 튀는 맛도 있고 재미도 있었기에 무겁지 않게, 즐기는 마음으로 보기엔 참 괜찮지 않았나 싶은 극이었다. 물론 개인에게 잘 맞는 배우를 선택하는 것, 그리고 조합을 잘 맞춰서 봐야하는건 필수, 매우 필수요!!







Ps. 후기를 미뤄서 쓰다보니 하필 이 극이 딱 끝나버렸다....ㅠㅠ 다음에 올라온다면 그 때를 기약하시라,두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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