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샤머니즘과 분석심리학. 잘 읽었다. 좋은 책이다. 객관적이면서 애정이 있고, 분석적이면서 균형감각이 있다. 누구에게라도 일독을 권하고 싶다.
결국 우리 안에 있는 원형적 콤플렉스에 관한 이야기다. 그 콤플렉스, 의식과 무의식의 세계, 현생과 죽음 이후의 세계, 엑스타시의 세계, 한과 축제의 세계에 관한 이야기다. 실제 우리는 의식의 세계보다 무의식의 세계에 더 많은 영향을 받고 있지만, 이성과 합리성에 의해 무의식의 세계는 낡고 가치없는 것으로 취급받고 있다.
무의식과 의식의 하나됨, 혹은 견제없는 소통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 필요한 기본적으로 절대적인 조건이다. 무의식의 세계가 억눌릴 때 인간은 더 이상 창의적이지 않고 더불어 살아갈 존재론적 이유를 상실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가 살고있는 사회의 여러 제도들은 끊임없이 이 무의식을 억압한다. 인정하지 않는다. 과학적으로 분석되지 않는 모든 것은 다 헛것으로 치부한다.
무의식의 억압, 아니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살면서 당한 억울한 일, 그 감정들이 응어리져 모여있는 그런 무의식 세계 속에서 분출되는 한을 억압하려는 모든 시도를 우리는 샤먼을 통해 풀어왔고 지금도 우리의 집단 무의식 속에는 샤먼의 흔적이 강하게 남아 있다. 샤먼은 샤먼이 되는 고통의 과정을 거쳐 신의 대리인이 되고 민중의 아품을 치유할 자격을 얻는다. 미리 고통을 경험한 자가 샤먼이다. 샤먼은 신의 대리인이 되어 인간의 고통을 신에게 고하고 신의 치유를 인간에게 전달한다. 그 모든 과정이 이루어지는
공간은 가시적 현실 공간이 아니다. 볼 수 없고 이해할 수 없는 가상의 공간, 무의식의 공간에서 이루어진다. 그 공간에 들어가기 위해 엑스타시가 필요하고 엑스타시를 위해서 춤과 노래가 동반된다.
그러나 한풀이가 다는 아니다. 그것은 한을 포함한 모든 인간, 숙명적으로 죽을 수 밖에 없는 모든 인간이 갖고 있는 죽음에 관한, 미지의 세계에 관한, 무의식에 세계에 관한 우리 모두의 집단적인 관심과 두려움과 경외를 표현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또한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샤머니즘은 ' 합리주의와 이성의 건조한 지대를 뚫고 나와 저 신화적 세계로 비상하고자 하는 인류가 가진 오랜 그리움의 발현'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