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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아름다운 문장으로 느끼다.

글쓴이: 책방꽃방 | 2014.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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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스 먼로의 작품으로는 [행복한 그림자의 춤] 이후 이번이 두번째다. 처음 그녀의 단편을 접하면서 일상의 이야기를 참 담담하고 아름다운 문체로 그려내고 있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 책에서도 역시 마찬가지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나아가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예상치 못한 변수의 이야기들이 더해졌으며 조금더 원숙해진 느낌의 글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덟편의 단편중 [도피할 수 밖에 없었던 여자의 가장 황홀했던 그날]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의 대표작 '런어웨이'는 정말 좀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뭔가 모의를 꾸미던 칼라와 남편의 꿍꿍이가 어딘지 참 어슬프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런 지긋지긋한 남편에게서 도망 가고 싶어했던 칼라를 도와주는 실비아의 칼라에 대한 이성으로서의 감정이 좀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간절했던 칼라를 도와 멀리 떠나서 머물수 있는 거처까지 알아봐주었던 실비아, 그리고 남편을 떠나가는 버스에서 내내 심리적 갈등을 겪고있는 칼라를 보며 과연 이 여자가 이곳을 떠날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는데 역시나 돌아오게 된다. 그런데 그녀가 사랑했던 염소 플로러는 도대체 어디로 간것일까? 


그리고 줄리엤의 이야기가 시리즈처럼 세개의 단편으로 이어지게 되는데 문득 혹시 이 단편들이 다 어떤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건 아닐까 하는 호기심이 일었다. [우연][머지않아][침묵] 이 세편의 이야기만이 줄리엣의 삶을 들여다 보게 만드는 이야기다. 혼자 여행을 하다 만난 한남자의 죽음으로 인연이 된 남자를 찾아가 그의 아이를 낳고 병중에 있는 친정엄마를 찾아가 아버지와 목사와 갈등을 빚는가 하면 딸아이가 사춘기에 접어들자 줄리엣을 떠나고 만다. 그렇게 절연하게 된 딸아이의 소식은 어느순간 불쑥불쑥 찾아들게 되지만 그래도 줄리엣의 삶은 여전히 현재진행이다. 


삶이란 그런것이 아닐까? 정답이 없는 그 끝을 알 수 없는 길을 걷는 것과 같은 것이 아닐까? 줄리엣이 딸아이와 갈등을 겪는 모습에서는 지금 나와 딸아이와의 갈등을 되돌아보게 되고 친정 엄마와 아빠와의 이야기에서는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려나간다는 핑계로 소원해진 우리 부모님을 떠올려 보게 된다. 그런데 나 또한 여러가지 변수의 일들을 겪고 있지만 어쨌던 살아가고 있다. 남편을 갑작스럽게 떠나보내게 되고 딸아이와 절연까지 하게 되지만 여전히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줄리엣처럼 말이다. 


그리고 인상깊었던 또 하나의 단편은 [반전]이다. 그야말로 반전이 있는 이야기! 마치 한편의 로맨스 드라마를 보는듯 하다가 미스터리 스릴러를 느끼게 하는 소설속 주인공인 로빈은 참 독특한 캐릭터다. 결혼이나 남자에게는 별 관심이 없지만 혼자 연극을 보고 근사한 곳에서 식사를 하는등의 자신만의 취미생활을 즐길줄 아는 그야말로 제대로 삶을 즐기며 사는 캐릭터랄까? 잠깐동안 만나게 된 가슴 설레던 사랑을 다시 찾으려 했을때 배신감을 느끼게 되는 그 순간만큼은 책을 읽는 독자들 또한 의아스러움과 당황스러움을 감출수 없게 된다. 물론 아주 그럴듯한 반전이라는 결과를 주어 한번더 엘리스 먼로의 글이 참 다채롭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달까?


노벨문학상을 받은 엘리스먼로의 글이 얼마나 대단한걸까 하는 생각으로 책을 펼쳐들게 된다면 의외의 이야기와 솔직담백한 글속에서 또다른 책읽는 즐거움을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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