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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클라센이 보여주는 그림책의 미덕

글쓴이: Rhizomatous Reading | 2014.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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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를 짓고 그림을 그린 존 클라센은 "무려" 1981년생이라고 해요. 그리고 이 책이 그가 처음으로 만든 그림책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깐 2011년에야 처음으로 그림책을 짓기 시작한 작가예요.


(비교적) 어린 나이에 경력도 많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의 세계적인 일러스트레이터의 반열에 이미 올랐답니다.


작가 경력이 길지는 않지만 그동안 출간된 작품들이 대개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여러 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이 작품만 해도 출간된 바로 그 해에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그림책으로 선정되었고 , 이 책 다음으로 나온 '모자 시리즈' 두번째 책이라고 할 수 있는 <This Is Not My Hat>도 작년에 칼데콧 상을 수상했어요. 대단하죠?


본인이 직접 이야기를 짓고 그림을 그리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협업을 하기도 해요. 그러니깐 그림 작업으로 함께 참여하는 건데 이렇게 나온 작품들도 꽤 많아요. (언젠가 제가 소개하려고 하는 작품도 레모니 스니켓과 협업한 책입니다.)


 


이 작품은 곰돌이 이야기예요. (웅, 저는 맨 처음에 아무 정보 없이 보고 두더지인가, 했는데 곰이더라구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곰처럼 생기지는 않았죠? +ㅁ+)


모자를 잃어버린 곰돌이가 모자를 찾아 여행을 떠나 동물들을 만나요. 그때마다 혹시 자기 모자를 보지 못 했느냐고 묻지만 모자를 본 동물들은 하나도 없어요. 그러다, 그러다... 결국은 모자를 찾게 될까요? 궁금하시다면 읽어보세요.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는 그림책이에요.


우선은 곰을 비롯해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들이 등장하고, 매우 단순한 문장들이 반복돼요. 읽다보면 운율감을 느낄 수 있어 노래처럼 흥얼거릴 수 있을 정도예요.


역할 놀이도 가능할 것 같아요.


저같은 경우는 자기 전에 남편과 동화책을 읽었는데, 요즘은 둘다 통 바빠서 몇 개월째 엄두도 못 내다가 이 그림책을 아주 유쾌하게 읽었어요. 예를 들어 남편이 곰 역할을 한다면, 나는 곰이 만나게 되는 동물들을 맡는 거예요. 각 동물들의 캐릭터에 맞춰 목소리들을 바꾸는 것도 별 거 아니지만 매우 즐거워요. 아주 짧은 이야기이기 때문에 둘이 역할을 바꿔 다음엔 내가 곰 역할을 하고, 남편이 동물들 역할을 하구요.


엄마가 읽어줘도 좋겠지만, 아빠와 함께 역할놀이를 하며 함께 읽는다면 아이들이 참 좋아할 것 같아요.


 


한국에 번역, 소개된 걸로 아는데 제 생각엔 원서로 봐도 무방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구요.


어차피 그림책은 그림만으로도 충분히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게 가능하기 때문에 상상력을 발휘해서 이야기를 지을 수도 있고, 간단한 문장들이 (조금씩 변형되며) 반복되기 때문에 운율감이나 율동감을 느끼며 금방 익숙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노래 따라부르듯. 따라서 굳이 외국어란 선입견이나 부담감 없이 읽는다면 아이들이 편하게 따라 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북트레일러를 보면 알겠지만, 그림은 매우 단순해요. 동물들을 아주 단순화시켰지만 그 특징들을 잘 잡아냈어요. 전체적으로 동글동글한 곡선들을 사용해서 그림들이 부드럽구 친근감이 들구요.


무엇보다 화려한 원색을 사용하지 않은 것도 마음에 들어요. 자극적이지 않아 금방 질리지 않고 계속 볼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존 클라센의 그림들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빨간색이 훨씬 돋보이고 강조되는 효과도 있구요.


제목에도 쓰인 이 빨간색, 쓰임이 궁금하지 않으세요? ^^


트레일러를 보다 보면 힌트를 찾으실 수 있습니다.


 


큰 곰과 작은 동물들의 대비도 좋았어요. 이 역시 서로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주는.


색과 크기, 모양 등에 대한 감각이 있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암튼 저는 단 한 권의 책으로도 존 클라센과 사랑에 빠졌습니다. 이 책 빌리면서 한 권 더 빌려왔는데 그 책 역시 아주 맘에 들었습니다. 대비되는 색을 사용한 과감한 면 분할이 눈에 띄더라구요. 도서관에서 빌릴 수 있는 책의 한도가 30권인데 이미 28권을 빌려서 2권 밖에 더 빌릴 수 없었어요. 안 그랬으면 죄다 빌려왔을텐데. 조만간 책 반납하면서 이 작가의 다른 책들도 죄다 빌려오려구요.


 


81년생. 이제 겨우 3년차 작가. 앞으로 이 작가의 작품들을 계속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사는 일이 보송보송 행복해지지 않나요?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작가입니다.


 


아, 마치면서 몇 가지 여담.


제 소원 중 하나는 죽기 전에 이 세상 곰돌이들을 다 만나보는 건데, 이렇게 또 하나의 곰돌이를 만나 행복합니다.


 


이 책을 출간한 캔들윅 프레스는 일러스트레이션이나 디자인 쪽에 강세를 보인답니다. 과감하게 신예 작가들에게 기회를 주는 걸로도 정평이 나 있구요. 그런데 이 출판사의 로고에도 곰돌이가 있어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출판사인데, 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곰돌이 때문이예요. 사랑스럽죠?


아래는 출판사 모습인데, 소박하죠? 외형보단 내실을 중요시하는 것도 마음에 듭니다.


 



 


좋은 출판사가 좋은 작가와 만나면 좋은 작품, 오래오래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작품이 탄생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독자들에게도 큰 기쁨이기도 하지요. 이런 사랑스러운 책을 보고 읽으며 자란 아이들이 어떤 어른으로 성장할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저는 무척 기대가 됩니다.


결국은 원칙과 신념인 것 같아요. 소박하지만 지속적인 믿음, 그것들이 놀라운 기적을 만들어낸다고 저는 믿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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