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은 어떤 목적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 자체가 인간 존재의 궁극적 목적 중 하나라는 것이다.-p148
고전이 가지고 있는 가치는 말할 것도 없이 아름답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주는 이유는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로 비롯되는 것이다. "예술은 항상 동시대적이며 현실적이다."라고 도스토예프스티가 말한 이유 또한 그런 현실적인 삶의 반향이 오롯이 문학으로 연결되어지기 때문이다. 19세기의 러시아는 변화의 소용돌이의 휩싸여 있을 때 였다. 새로운 삶의 대한 뜨거운 열망을 표출하는 동시에 과거로 돌아가는 것은 명백한 퇴보이자 죄악이었던 시대에 도스토예프스키의 삶도 변화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문학보다 더 굴곡진 삶을 살아야했다 그런 그의 삶에서 떼놓을 수 없었던 것은 바로 '가난'이었다.뻬쩨르부르크 뒷골목의 술취한 주정뱅이는 바로 도스토예프스키였고 도끼로 살인을 하는 지식인이었던 <죄와벌>의 라스콜리니코프가 바로 도스토예프스키였다. 도박에 찌들어 살았던 스비드리가일로프 역시 도스토예프스키의 모습이었다. 그런 그의 삶을 오롯이 느끼며 온몸으로 그의 육체와 정신을 느끼기 위해 저자는 도스트예프스키의 자취를 따라 책을 펴냈다. 책을 펴내면서 저자는 "위대한 작가의 삶을 대신 살아보는 것은 고통스러운 경험이었지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이기도 했다."라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슴속에 무언가 차오르는 느낌이 아마도 작가의 그런 마음이 전이 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감격스러웠다.
저자가 도스또예프스키가 살던 주소지들을 돌아다니면서 묘한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 사실이 있는데 그가 살았던 집들이 대부분 길모퉁이에 살았다는 것이다. 모든 것이 교차하는 광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장소이며 이 곳에서 러시아의 급변하는 움직임을 온몸으로 느끼며 살았던 것이다. 당시 민중들의 가난하고 미래가 없는 삶속에서 구원을 구하던 그에게 눈에 띄었던 것은 교회의 십자가이다. 이런 과정은 그의 문학에서도 보여지는 과정이다. 라스콜리니코프가 정의를 위해서 노파를 살해한 후 참회의 길을 가는 과정과 그리스도에게로 돌아가는 과정은 그의 문학에 고스란히 스며든다. 그러나 고골에게 보내는 벨린스키의 편지를 낭독했다는 죄목으로 체포된 도스토예프스키는 사형은 간신히 면했으나 시베리아로 끌려갔고, 시베리아에서 러시아 민중의 고통스러운 삶과 순수한 영혼을 직접 체험하게 된다. 그것에서 목격하게 된 사형집행 순간을 평생 잊지 못하고 <<백치>>에서 그대로 재현한다.
"불확실성과 지금 다가오고 또 곧 닥칠 새로운 것들에 대한 증오심은 정말이지 끔찍했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 그가 무엇보다도 참을 수 없었던 것은 바로 끊임없이 떠오르는 이런 생각이었습니다." 내가 죽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는 거지? 내가 다시 살 수 있다면? 나의 삶이 영원히 지속된다면.....?"
청춘의 황금기를 혹독한 오지에서 보내고 , 죽지 않고 다시 새로운 인간으로 환생한다. "진리는 불행속에서만 나타난다." 갱생의 경험을 톡톡히 치른 것이다.이후 도스토예프스키의 인간관 및 세계관은 완전히 다른 것이 되어 있었다. 1840년대 사회주의적 유토피아를 지향했던 도스토옙스키는 1860년대 완전히 극우 보수주의자(슬라브주의자)가 되어 있었다.
도스트예프스키의 삶은 평탄하지 않았다. 청소년기에 겪게 된 아버지의 처참한 죽음, 작가로서의 성공과 실패, 혁명, 음모, 체포, 사형, 감옥, 시베리아유형, 불행한 결혼생활, 간질발작, 아내의 죽음, 도박, 자식의 죽음과 형의 죽음까지 ..... 그런 그의 삶에서 문학만이 그에게 구원이 되어준다. 단 한번도 평온하지 않았던 삶,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나즈막이 읊조린다.
"인간은 서로를 사랑해야 돼. 모든 사람은 모든 사람에게 죄가 있어.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은 모든 사람에게 개인적인 죄를 짓고 있어. 하지만 우리는 자기 죄를 두려워해서는 안 돼. 죄를 속죄하고 뉘우치면 용서받을 수 있어. 죄를 두려워해서는 안돼. 죄를 인정하지 않으면 더 큰 죄를 짓게 돼. 결코 오만해서는 안 돼. 오만함은 사람들 사이를 갈라놓는 마음의 병이야. 겸손한 마음으로 타자의 말에 귀를 기울여봐. 그럼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진실의 소리가 들리지. 그 소리는 사람들 사이를 연결하는 따뜻한 마음을 생기게 해. 그래야 우리는 진실로 살아 있는 생명을 이어갈 수 있어. 이게 사랑의 법칙이야. 사람은 사랑으로 참된 세상을 얻을 수 있는 거야. 눈물로써 속죄를 하고 나면 세상은 어느새 내 곁에 다가와 속살을 비비고 어리광을 피우지."
그의 목소리가 책을 덮고도 귓가에 맴돌다 떠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