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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이 너무도 멀게만 느껴지고 말았다.

글쓴이: 책을 즐기다 | 2014.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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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여자 혼자 떠나는 유럽


서른! 지금 돌아보니 정말 한창 좋을 때다. 그 당시엔 너무 늦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돌아보면 역시나 한창일 때다.

역시 지금도 나중에 돌아보면 똑같은 느낌으로 다가올테지만 말이다.

"꽃보다 누나"를 통해 멋들어진 동유럽을 보며 꼭 한번 가보고 싶단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서른, 여자, 혼자 떠나는 유럽이란 제목이 눈길을 확 끌어버렸다.

 

저자 사진이라고 늘 점잖기만 하란 법이 있냐며 맥주를 병나발 불고 있는 모습을 찍은 유경숙 저자. 정말 독특하다!

이 책은 1년 동안 유럽으로 장기여행을 떠난 저자의 소소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해외의 대륙별 공연예술 트렌드를 조사하기 위해 떠난 여행이지만 이 책에서는 축제에 관한 이야기들보다 여행 그 자체에 대한 일들에 중점을 두고 있다. 몇 년 동안 해외의 공연예술 시장을 직접 찾아다니며 연구하다보니 최근까지 74개구 380여개의 해외축제를 직접 조사해왔고 셀수 없을 정도의 공연을 봤다는 저자. 말이 필요없다. 정말 부럽다!

 

 


유럽여행을 하다보면 한국에서 직장을 때려치고 여행온 여자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고 한다. 그들을 보며 저자가 남긴 말들이 유럽 여행에 대한 환상을 깨기도 한다.

 

이런 사람 해외 장기여행 반대합니다!

1. 전체 예산의 30퍼센트 이상을 부모님께 받으려는 사람
2. 왜 가냐?고 물을 때 명쾌하게 답하지 못하는 사람
3. 혼자만의 이력서를 작성해보고 최근 1년간 업그레이드된 내용이 없는 사람
4. 한국 민박만 찾아다니려는 사람
5. 회사 다니면서 툭하면 사직서 운운하는 사람

 

안타깝게도 내가 여기에 해당한다. 왜 가냐고 물을 때 명쾌하게 대답하지 못하고 최근 1년간 업그레이드된 내용도 없고, 사직서를 낼 직업도 없는 사람. 왠지 이 반대문구들에 딴지를 확 걸로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여행이 꼭 목적이 있어야 떠나는 건 아니라고! 그냥 가고 싶은 거라고 말하고 싶지만 말하면서도 말이 참 구차하다. 반대의 이유를 생각할 수록 점점 유럽여행은 내겐 너무도 먼 이야기가 되버리고 말기 때문이다. 지금 이 책을 손에 쥐었다면 조만간 여러분은 유럽행 비행기표를 예매하고 있지 않을까요?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지만 막연하게 유럽여행 떠나고 싶다는 그 희망마저 그냥 산산히 조각나고 만다. 내겐 불가능하구나!

 

 

 


서른 여자 혼자 떠나는 유럽에서 들려주는 여행기는 평범하지 않다. 기차역에서 잘못내려 아무도 없는 역에 내리고 만 새벽. 여자 혼자 창고 같은 역에 있게 되었는데 저자는 참 씩씩하다. 경찰을 찾아 인가를 찾아 가고 불빛이 새어 나오는 와인바에 영업이 끝났다고 하는데도 들어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따뜻한 식사대접을 받고 와인바 주인과 주인의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대단한 사회성의 소유자다. 소매치기를 당해 잘 모르는 곳을 헤매게 되었을 때 한국대사관을 찾아갔고 그곳 공사 부부는 저자를 따뜻하게 맞아주고 자신의 집에서 재워주기까지 했다. 얼마전 '잃어버린 날들'이란 책에서 한국대사관의 냉대를 받던 여인의 이야기와는 너무도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저자에게 거침없이 I love you라고 들이대는 동성애자도 만나 거침없는 키스세례를 받기도 한다. 저자를 위해 베이비시터를 자처한 오스트리아 목수의 이야기까지 그녀 주위엔 참 좋은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 것 같다. 사기꾼인줄 알았던 핫산까지도!

 

여행은 그곳에 가서 유명한 건물을 보고 오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그곳에 사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진정한 여행이라고 하는데 저자는 진정한 여행을 했구나란 부러움이 샘솟는다. 내게 1년이란 시간을 주며 저자처럼 유렵 여행을 할 기회가 지금 생긴다면 나는 이런 여행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결론은 바로 나온다. 불가능해!  영어도 전혀 안되는 것은 물론이고 모르는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 손을 내밀 주변머리도 없다.

 

유럽여행 그 자체가 궁금해서 들었던 책인데 유럽여행이 너무도 멀게만 느껴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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