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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문의 매력

글쓴이: 세상의 재미를 찾아가는 길 | 2012.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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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의 자서전이 아니다. 다른 사람이 스티브 잡스에 대해 쓴 글이다. 국어 수업에서 꽤 오랫동안 자서전과 전기문을 가르쳐 왔음에도, 자서전과 전기문의 특성을 잘 안다고 생각했음에도 막상 이렇게 작품으로 보게 되니 내가 안다고 믿었던 것은 앎이 아니었다. 무지였거나 착각이었거나.


 


이제까지 내가 읽은 전기문에 뭐가 있었지? 누구의 전기문을 읽었던가? 오래오래 전에 세계 위인전기 혹은 한국 위인전기, 그런 책? 어른이 된 뒤에 혹은 교사가 된 뒤에 읽은 전기문이 있었던가? 자서전이라면 백범일지 달랑 하나? 그것도 국어 교과서에 나왔으니 의무감에 본 것이라고 할 수 있고. 평전이라고 이름붙은 책들은 더러 읽은 것 같기도 한데, 이 책처럼 전기라고 소개되는 책은.... 아무래도 이 책이 처음인가 보다. 헉.


 


단편적으로 얻은 정보와 인상만으로 나는 스티브 잡스에 대해 그다지 호감을 갖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능력은 능력이거니와 일단 인간성 면에서 내가 좋아할 만한 취향이 아니었던 탓이다. 내가 그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내 삶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는 것도 아니었고, 그저 사람들이 스티브 잡스에 열광하는 것을 볼 때면 그런가 보다 그렇게만 생각하며 먼 나라 먼 사람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순전히 책의 두께 때문이었다. 920쪽. 한손으로 들기에도 무거운. 도대체 무슨 내용을 이렇게도 담았나, 한 사람의 삶에 대해 이렇게 할 말이 많나, 스티브 잡스에 폭 빠져 있는 어떤 작가가 칭송 일색의 글을 쓴 모양인데, 도대체 뭐라고 해 놓았나, 스티브 잡스도 잡스려니와 전기 작가라고 하는 사람이 더 궁금해져서 한번 볼까, 하는 심정으로.


 


읽으면서 놀라고 감동했다. 전기문이 이러한 글이었다니, 소설보다 더 감동적일 수도 있었다니, 한 시대를 함께 살았던 사람의 이야기를 이렇게 생생하게 전해 들을 수 있다니. 나와 내 삶과 내 환경이 작가를 매개로 책 속 주인공과 그의 삶과 그의 환경까지 연결되는 체험을 할 수 있었다. 이렇게도 스티브 잡스가 내 가까이 다가올 줄은 몰랐다. 안타까운 삶이었으니.  


 


괴팍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모른다는 성격을 갖고 있다는 정보만으로도 내게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했던 스티브 잡스. 세상도 그렇거니와 사람도 어느 한 면만으로 평가하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 이 세상 누구도 완전한 신의 모습을 갖출 수는 없다는 것, 위대하면 위대한 대로 평범하면 평범한 대로 존경할 점도 있고 부족한 점도 있고 불만스러운 점도 있게 마련인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생명을 다했다는 게 안타까워서, 그의 목숨이 아까워서 책장을 넘기기가 싫을 지경이었다. 더 살았더라면 좋았을 사람이라는 생각 때문에.


 


두꺼웠어도 지루하지 않았다. IT나 경영과 관련된 전문적인 용어가 나올 때는 다 알아듣지 못해 넘겨야 했지만 스티브 잡스나 상황을 이해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고 스티브 잡스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낯선 세상을 구경하는 재미도 근사했다. 그 나라에서는 그쪽 세상에서는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다만, 아쉬운 점, 학생들에게 권하기가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순전히 두께 때문에. 스티브 잡스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학생이 이 책을 읽어 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글쎄 우리의 교실 현장에서 이만한 책을 읽을 수 있는 학생이 있을까. 이 책의 어느 부분을 뽑아서라도 읽을 수 있다면 좋으련만 그것도 적절하지 않았다. 너무 두꺼워서 권할 수 없는 한계, 어찌 보면 한심한 상황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그래도, 그럼에도, 보시라고 하고 싶다. 이 사람의 삶을 보고 있으면 반사적으로 지금의 자신을 더 사랑할 수 있을 것만 같아서. 스티브 잡스가 없는 이 세상에서 좀더 열심히 살아가야겠다는 의욕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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