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책을 만났다. <<한국인의 마음>>은 심리학에 기초한 미술품의 분석이다. 저자가 일본에서 야나기 무네요시가 세운 민예관에서 우리나라의 미술품을 통해서 "현대성"을 발견한 뒤로 심리적 기질이라는 관점에서 우리 미술의 양식적 특징을 설명하는 책이다. 우선 야나기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익숙히 들어왔던 이름인데 , 한국 민예품의 아름다움과 한국의 미를 예찬한 일본인으로 알려져 있다. 저자는 우리 미술 특히 민예품에서 심심치 않게 만나게 되는 현대성에서 수많은 미학적 변화와 실험을 거쳐 도달한 현대미술양식과 유사한 것들이 어떻게 수백 년전 우리 장인들의 손에서 창조되었으며 서구 이성주의 미학을 모르는 선조들이 어떻게 그것을 즐길수 있는 지 궁금하였다며 민예품의 현대성이란 무엇인지의 첫발을 뗀다.
우리 옛 미술품이 현대적이며 우리 마음속에는 옛 미술품을 현대적으로 만들고 즐길 수 있었던 어떤 감성이 오래전부터 자리잡았다고 보면 현대성이란 것은 무엇을 말하는지 알아야한다. 우선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이라는 그림에서는 극적인 요소로서 삼각형 구도로 그려져 있다. 정점에서 여신의 치켜든 손과 깃발, 전면읭 4명을 제외한 다른 군중들과는 크기와 선명도가 대비를 이룬다. 가장 핵심적인 대비는 밝은 포연과 이것을 배경으로 서 있는 인물간의 밝기대비이다. 현대에 오면서 매우 다양한 감각정 성질들의 대비가 미술양식의 핵심을 이루게 된다. 대비말고도 미술품의 현대성과 관련된 양식적 특징들은 비작위적 우연, 기하학적 단순성과 기증주의, 표현주의는 현대미술이 가진 주요한 양식적 특징가운데 우리 미술과 관련이 깊다고 여겨지는 것들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한국인의 기질은 매닉친화형이라고 하는데 매닉친화형은 우리가 생각하는 한국인의 기질을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연상된다. 한국인의 빠르고 급한 성격의 '빨리빨리'와 음주가무를 즐겨했던 반면 한국의 민요는 유달리 구슬프고 '아리랑'을 부를 때 '한'이나 '서러움'을 느끼는 한국인의 기질은 열정과 흥만이 아닌 , 쌍극성이라고 해서 열정적 상태의 반대인 울의 상태, 다시 말해 기분이 가라앉고 지쳐 있는 상태가 서로 교차한다. 그래서 변덕스러워 보일 수도 있다.
사진에 보이는 미술품들을 통해 매닉친화형이라는 틀로 우리 미술을 분석하는데 이 미술품에서 보여지는 첫 단계가 바로 현대성이다. 이 현대성은 매닉친화형의 쌍극인 내향성과 외향성의 틀로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주고 있다. 예를 들어 <백자병>이 내향성의 여성성의 갈래는 대개 순응, 천연주의적인 양식이라 부르른 것이고 사진에서 보여지는 <윤두서의 자화상>은 내향성과 남성성이 작용하여 논리적이며 질서를 중시하고 내적 통일감을 얻고자 하는 성향이 강해진다. 이렇게 매닉친화형의 틀로서 우리의 고유 감성을 설명하게 되는데 저자는 인간이 감성적 존재이며 생물학적으로 결정되어 있는 부분이 많다는 점, 그래서 선천적 감성 혹은 기질이라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 미술, 더 나아가 문화에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인의 기질 하면 떠오르는 것은 단연 성격이 급하고 불같이 화를 잘내지만 정에 약하다라고 생각했는데 저자가 설명해주는 과거 오래된 미술품에서 현대성을 발견하고 그 현대성이 그대로 한국인의 기질인 매닉친화력을 표현해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김홍도의 해학적인 그림에서부터 <달항아리>에서 품어져 나오는 은은함의 멋은 모두 한국인의 기질을 담은 것이다. 그래서 더욱 아름다운 우리의 미술품이다. 현대는 감성이 메마른 시대에 살고 있으면서도 감성에 목말라 한다. 냉장고, 세탁기 , 가전제품들 또한 화려한 감성의 옷을 입히지 않으면 소비자에게 어필하기 힘들다. 그래서인지 TV광고 CF에서 감성멘트를 쉽게 들을 수 있다. 문화를 이해하려는 모든 시도는 그 바탕에 깔려 있는 감성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한국인의 심리를 아는 것 또한 감성에 대한 이해의 접근이다. 과거 우리 민족의 소박한 민예품에서 서양의 200년 뒤에 보여지는 현대성을 발견한 순간 선인들의 지혜에 감탄하게 되면 매닉친화력으로 이해하게 되는 미술품에 경의를 표하게 되는 우리 미술의 아름다움이다.